정부가 수도권 밖 지역마다 "이 동네는 이 산업으로 먹고살자"를 25개 골라주고, 그 산업을 이끌 대표 기업에 특별보조금까지 얹어주기로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정부가 이달 안에 수도권을 뺀 전국에서 25개의 '성장엔진'을 뽑습니다. 성장엔진이란 각 지역 경제를 끌고 갈 핵심 산업을 말합니다. 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그간 지방정부, 앵커기업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권역별 성장엔진 산업을 3~4개씩 압축했다. 이달 말 대통령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권역별 성장엔진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지도가 5극3특입니다. 전국을 5개의 큰 권역과 3개의 특별자치 지역으로 나눈 틀인데요. 수도권을 뺀 7개 지역에서 각각 3~4개씩 핵심 산업을 정하면 총 25개가 됩니다. 그리고 산업마다 생태계 성장을 앞장서서 이끌 앵커기업을 둡니다. 정부는 이 앵커기업에 '성장엔진 특별보조금'을 새로 만들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돈 이야기는 지금 산업부와 기획예산처가 실무 논의 중입니다. 규모가 정해지면 청와대에 보고하고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참고로 이 특별보조금은 전날 재정경제부가 세제개편안에서 발표한 '한국판 IRA'인 국내생산촉진세제*와는 별개입니다. 세금 깎아주는 제도 따로, 보조금 따로, 두 갈래로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이재명 대통령의 말에 답이 있습니다.
"집값 등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뿌리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지역균형 발전, 특히 지방 우대 산업·경제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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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보고
각 정부 부처가 대통령 앞에서 "우리는 앞으로 이런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오늘 신문에 실린 산업부·기후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기사가 전부 이 업무보고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정부 정책의 예고편인 셈이라, 여기서 나온 말은 앞으로 실제 법과 예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5극3특
국토를 수도권 하나에만 기대지 않도록 5개 대형 권역(극)과 3개 특별자치 지역(특)으로 나눠 발전시키자는 구상입니다. 🎒 반에서 1등 한 명에게만 몰아주던 지원을, 모둠 8개를 만들어 모둠별로 잘하는 과목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과 비슷합니다.
앵커기업
앵커(anchor)는 배를 고정하는 '닻'입니다. 한 지역 산업 생태계의 중심을 잡아주는 대표 기업을 말합니다. 큰 배(앵커기업)가 자리를 잡으면 그 주변에 부품사, 협력사 같은 작은 배들이 모여 항구(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국내생산촉진세제 (한국판 IRA)
국내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미국이 자국 생산 기업에 혜택을 몰아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본떠 '한국판 IRA'라고 부릅니다. 이번 특별보조금과는 별개로 굴러가는, 또 하나의 지원 카드입니다.
A3경제
지역투자 기업 전기료 더 감면 … 연내 '메가특구' 1호 지정
한 줄로 말하면
"지방에 공장 지으면 전기요금 깎아주고, 특구로 지정해 파격 지원하겠다" — 정부가 기업을 지방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당근을 잔뜩 꺼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지역 균형'과 '동반 성장'을 앞세웠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지방에 투자하는 기업에 혜택을 늘리는 것, 그리고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것입니다.
먼저 특구 이야기입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연내 메가특구법*을 제정하고 제1호 메가특구를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가특구법은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 특별보조금과 정주여건(직원들이 살기 좋은 환경)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법입니다. 놀라운 대목도 있습니다. 일정 소득을 넘는 근로자에게는 주 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파격적으로 밀어주겠다는 뜻입니다.
돈 보따리도 풉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크도록 민관 합동으로 총 15조원 규모 펀드를 만듭니다. 5년간 5조원짜리 '산업 생태계 함께 성장 프로젝트'(정부 1조8000억~2조원 + 앵커기업 약 2조원 투자)와 10조원짜리 '산업성장펀드'로 구성됩니다. 산업성장펀드에는 앵커기업들이 기관투자자*(LP)로 참여합니다. 기술이전, 실증, 구매 확약 같은 상생 협력을 지원하는 돈입니다.
전기요금은 기후부 담당입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달에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요금제* 초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산업용 전기요금이 같지만, 앞으로는 네 구간으로 나눠 다르게 받겠다는 겁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송전선로 이용 비용, 전력 자립도, 국가균형발전 등 세 가지 변수를 적절히 반영해 잠정적으로 네 분야로 나눠 차등하려고 한다."
발전소가 많은 지방은 싸게, 전기를 멀리서 끌어다 쓰는 수도권은 비싸게 — 이런 그림이 그려집니다. 또 기후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길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이달부터 공론화 절차를 시작합니다. 계획의 윤곽은 10월께 나올 전망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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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특구법
특정 지역을 '특구'로 지정해 보조금, 생활환경 지원, 심지어 근로시간 규제 예외까지 한 묶음으로 몰아주는 법입니다. 🎒 게임으로 치면 특정 마을에만 경험치 2배 버프를 걸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기업이 그 마을로 이사 올 이유를 만드는 거죠.
차등요금제
전기요금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매기는 제도입니다. 전기는 발전소에서 멀리 보낼수록 송전선 비용이 들고 손실도 생깁니다. 그동안은 그 비용을 전국이 똑같이 나눠 냈는데, 이제 "발전소 옆 동네는 싸게, 먼 동네는 제값대로"로 바꾸는 겁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공장 입장에서는 지방으로 갈 강력한 이유가 됩니다.
소형모듈원자로 (SMR)
기존 대형 원전을 작게 줄여 공장에서 부품처럼 만들어 조립하는 차세대 원자로입니다. 작아서 건설이 빠르고 안전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새 원전을 지을지 말지는 국민 의견이 갈리는 문제라, 정부가 공론화(사회적 토론) 절차부터 밟는 것입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앞으로 전기가 얼마나 필요하고, 그걸 어떤 발전소로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국가 차원의 전기 장기 계획입니다. 지금 12번째 판을 만드는 중이라 '12차'라고 부릅니다. 원전을 더 지을지, 재생에너지를 늘릴지가 모두 여기서 결정됩니다.
기관투자자 (LP)
개인이 아니라 조직 단위로 큰돈을 굴리는 투자자입니다. 연기금, 은행, 대기업 등이 해당합니다. LP(Limited Partner)는 펀드에 돈을 대는 출자자를 가리키는 말로, 이 기사에서는 앵커기업들이 산업성장펀드에 돈을 넣는 역할을 맡습니다.
A3경제
삼성발 성과급 분쟁에 노봉법 지침 내놓는다
한 줄로 말하면
"회사의 경영 판단을 놓고 노조가 어디까지 싸울 수 있는가" —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으로 이 질문이 뜨거워지자, 정부가 8월 중 기준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삼성전자 성과급 지급과 호남 반도체 공장 문제를 계기로 논쟁이 커졌습니다.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성과급 같은 '경영 판단'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노동쟁의란 노조가 파업 같은 단체행동으로 다툴 수 있는 분쟁을 말하는데,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애매해지자 현장 갈등이 커진 겁니다.
이 혼란의 배경에는 노란봉투법*이 있습니다. 노조의 쟁의 범위를 넓힌 법 개정인데, 시행을 앞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고용노동부는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런 현장 갈등을 줄이기 위한 지침을 8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논란이 노란봉투법 개정의 직접적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법을 다시 고치는 게 아니라, 별도 지침으로 해석 기준만 명확히 하겠다는 겁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것 하나는 빠졌습니다. 반도체 같은 국가전략산업이나 특정 지역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주는 방안입니다. 고소득 사무직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빼주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여러 안을 논의 중이긴 하지만, 아직 정부안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고용노동부 설명입니다. 앞의 메가특구법 기사에서는 52시간 예외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정작 주무부처 업무보고에서는 빠진 셈입니다.
청년 지원책도 나왔습니다. 35세 미만 청년이 일정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한 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평생 한 번은 구직급여 성격의 지원금을 받게 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원래 구직급여는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 주는 게 원칙인데, 청년에게는 예외를 한 번 열어주는 겁니다.
정년연장도 움직입니다. '세대 상생형' 정년연장 법제화를 추진하되,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청년고용의무제 강화를 함께 묶기로 했습니다. 하반기에는 굵직한 입법이 줄줄이 예고돼 있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를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과, 일하는 사람을 민사 분쟁에서 일단 근로자로 추정해주는 근로자추정제*를 오는 12월 패키지로 입법할 계획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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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쟁의
노사가 임금·근로조건을 놓고 벌이는 분쟁 중, 파업 같은 단체행동까지 갈 수 있는 다툼을 말합니다. 핵심 쟁점은 '범위'입니다. 임금 인상은 당연히 쟁의 대상이지만, "공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같은 경영 판단까지 노조가 파업으로 다툴 수 있느냐는 지금껏 불분명했습니다. 정부 지침이 바로 이 선을 긋는 작업입니다.
노란봉투법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거액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조가 다툴 수 있는 상대와 범위를 넓힌 노동조합법 개정을 부르는 별칭입니다. 과거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손해배상에 시달리던 노동자를 도운 데서 이름이 왔습니다. 기사 제목의 '노봉법'은 이 법의 줄임말입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일정 소득 이상의 사무직(화이트칼라)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면제(exemption)하는 제도입니다. "고연봉 전문직은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일하니 52시간 틀에 안 묶어도 된다"는 논리인데,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커서 노사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주제입니다.
근로자추정제
배달 라이더나 프리랜서처럼 애매한 지위로 일하는 사람이 회사와 민사 분쟁을 벌일 때, 일단 '근로자'로 추정해주는 제도입니다. 지금은 일하는 사람이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반대로 회사가 "근로자가 아니다"를 입증해야 합니다. 입증 책임의 방향을 뒤집는 것이라 파급력이 큽니다.
A4증권
ISA 5년만기 도입에 … "장투·복리기회 사라져" 투자자 분통
한 줄로 말하면
세금 미루며 평생 굴릴 수 있던 만능 절세 계좌에 정부가 "최장 5년까지만"이라는 시한을 박자, 장기 투자자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계좌 하나에 주식·펀드 등을 담아 굴리면서 세금 혜택을 받는 절세 계좌입니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일반 ISA의 계약 기간이 '최초 3년 + 연장 2년', 최장 5년으로 제한됩니다. 지금은 의무가입기간 3년만 채우면 계약을 계속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만기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5년이 지나면 계좌를 해지하고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안 쓴 연간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넘기는 것도 금지됩니다. 총 납입한도 1억원은 유지됩니다.
투자자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요? ISA의 핵심 혜택이 과세이연이기 때문입니다. 계좌 안에서 돈을 벌어도 만기 때까지 세금을 미뤄주는 것이죠. 여기에 200만~40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 이익에만 9.9%로 세금을 따로 매기는 분리과세 혜택도 있습니다.
이 구조를 활용한 인기 전략이 있었습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나스닥, S&P500 추종)를 1억원 한도로 사 모으고,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겁니다. 이런 ETF의 시세차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되는데, 1년에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세율이 최대 49.5% — 100만원 벌면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ISA 안에서는 만기를 계속 미루면 당장 세금을 안 내도 됐던 겁니다.
🎒 눈덩이를 굴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세금은 눈덩이를 굴리다가 중간중간 한 움큼씩 떼어가는 손입니다. 과세이연은 그 손이 산 아래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고, 그래서 눈덩이가 온전히 커지는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5년마다 눈덩이를 멈추고 정산해야 하니, 초장기로 불리는 전략이 막힌 겁니다.
정부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무기한 과세이연은 과도한 세제 혜택이라 정상화하는 조치라는 겁니다. 대신 만기 10년에 2억원까지 넣을 수 있고 이자·배당소득이 전액 비과세인 '생산적금융 ISA'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다만 함정이 있습니다. 생산적금융 ISA로는 국내 상장 해외 ETF에 투자할 수 없고 국내 주식·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지수에 장기 투자하던 사람들에게는 대안이 못 되는 셈입니다. 국회 세법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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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예금·주식·펀드·ETF를 한 계좌에 담아 굴리는 '절세 바구니'입니다. 바구니 밖에서 투자하면 벌 때마다 세금을 내지만, 바구니 안에서는 혜택이 적용됩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이 바구니의 사용 기한을 5년으로 못 박은 것입니다.
과세이연
세금 내는 시점을 뒤로 미뤄주는 것입니다. 안 내는 게 아니라 '나중에' 내는 건데도 강력한 이유가 있습니다. 세금으로 나갈 돈까지 계속 투자에 굴릴 수 있어서, 미룬 기간만큼 돈이 돈을 버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이자·배당으로 번 돈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그 소득을 월급 등 다른 소득과 합쳐 누진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합산하면 세율이 최대 49.5%까지 올라갑니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이 문턱이 무서워지는 이유입니다.
분리과세
반대로, 다른 소득과 합치지 않고 그 소득만 따로 떼어 낮은 세율로 끝내주는 방식입니다. ISA에서는 공제 후 초과 이익에 9.9%만 매깁니다. 최대 49.5%와 9.9% — 이 차이가 ISA 인기의 비결이었습니다.
복리
이자가 원금에 합쳐지고, 그 합친 돈에 다시 이자가 붙는 구조입니다. 시간이 길수록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그래서 장기 투자자에게 '만기 제한'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수익 구조 자체를 건드리는 문제입니다.
A10경제
석유류 가격 주춤하자… 7월 물가 3% 아래로
한 줄로 말하면
기름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7월 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2.8%)로 내려왔습니다.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낮아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77로 1년 전보다 2.8%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물가를 100으로 놓고 따지는 지수입니다. 즉 2020년에 100만원어치 사던 장바구니가 지금은 약 119만8000원이 됐다는 뜻입니다.
흐름을 보면 롤러코스터였습니다. 중동전쟁 발발 직후인 3월은 2.2%, 4월은 2.6%로 2%대였습니다. 그러다 유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이 본격화되며 5월 3.1%, 6월 3.2%로 두 달 연속 3%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7월, 다시 2%대로 복귀한 겁니다.
일등공신은 기름값입니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달에도 15.5% 올랐지만, 6월의 24.7%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정도를 뜻하는 물가 상승 기여도도 6월 0.93%포인트에서 7월 0.60%포인트로 낮아졌습니다. 국제유가가 내린 데다, 정부가 전쟁 이후 시행해온 석유 최고가격제가 효과를 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유가나 환율 인하에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오름세가 둔화됐다." —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
최고가격제의 효과는 숫자로도 추정됐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이 제도가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0.3%포인트 낮췄다고 봤습니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7월 물가도 3.1%로 여전히 3%대였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먹거리도 한숨 돌렸습니다.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0.9% 올라 6월(3.2%)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었고, 농산물 물가는 아예 2.2%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체감상 자주 사는 품목은 여전히 올랐습니다. 국산 쇠고기 5.7%, 쌀 7.9%, 수입 쇠고기 8.7%, 달걀 7.5%, 고등어 7.0%, 그리고 파는 무려 18.3% 올랐습니다. 지표는 내려왔지만 장바구니가 가벼워졌다고 느끼기는 아직 이른 이유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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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지수
우리가 자주 사는 상품·서비스 가격을 장바구니처럼 묶어 지수로 만든 것입니다. 기준연도(2020년)를 100으로 두고, 지금 몇인지로 물가 수준을 잽니다. 뉴스에서 말하는 '물가 상승률'은 이 지수가 1년 전보다 몇 % 올랐는지를 뜻합니다.
최고가격제
정부가 "이 가격 위로는 팔지 마라"고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입니다. 전쟁으로 기름값이 치솟자 정부가 석유에 가격 뚜껑을 씌운 겁니다. 소비자 부담은 줄지만, 시장 가격보다 낮게 억누르면 공급이 줄거나 품귀가 생길 수 있어 경제학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봅니다.
물가 상승 기여도
전체 물가 상승률 2.8% 중에서 특정 품목이 몇 %포인트를 차지했는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석유류의 기여도가 0.60%포인트라는 건, 2.8% 가운데 0.6%포인트는 기름값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 반 평균 점수가 오른 이유를 과목별로 쪼개보는 것과 같습니다.
A14경제
전미경영학회 '2035년 서울 개최' 추진
한 줄로 말하면
세계 최대 경영학 행사를 서울로 가져오려는 유치전이 시작됐고, 성사되면 아시아 최초 개최가 됩니다.
양희동 위원장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 경영학계가 전미경영학회*(AOM) 연례회의의 서울 유치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AOM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경영학 학술 행사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제86회 연례회의가 열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국내 경영학계가 'AOM 서울 유치위원회' 발대식을 열었습니다.
"한국이 연례회의를 유치할 경우 아시아 첫 개최지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 경영학의 학문적 위상은 물론이고 산업 경쟁력과 K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 양희동 공동유치위원장(전 한국경영학회장)
목표 시점은 2035년이지만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개최지는 현재 2030년까지 확정돼 있고, 통상 6~7년 전에 정해집니다. 2031년은 미국 도시가 유력하고 2032년은 미정인데, AOM이 2032년을 아시아 개최로 결정하면 유치위도 도전 시기를 2032년으로 당기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경쟁 구도도 나왔습니다. 1차 후보 도시는 서울, 싱가포르, 홍콩, 도쿄 네 곳입니다. 양 위원장은 "여러 조건상 한국의 경쟁력이 상당하다"고 자신했습니다. AOM 집행부는 오는 12월 서울을 찾아 실사*를 진행하고, 최종 선정은 내년 하반기에 이뤄질 전망입니다. 서울대, 고려대, KAIST 등 8개 대학과 한국경영학자협회 등 관련 학회들이 유치전에 함께 힘을 싣고 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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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영학회 (AOM)
이름은 '미국(America) 경영학회'지만 사실상 전 세계 경영학자들이 모이는 최대 규모 학술 행사입니다. 🎒 경영학계의 올림픽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열린 적이 없어서, 서울 개최가 성사되면 그 자체로 기록이 됩니다.
실사
서류만 보지 않고 현장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AOM 집행부가 12월에 서울에 와서 회의장, 숙박, 교통 같은 개최 여건을 눈으로 점검한다는 뜻입니다. 유치전에서는 이 실사 결과가 사실상 당락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A20경제
중소기업 지원 중복·낭비 막아 4.2조원 절감한다
한 줄로 말하면
17개 부처에 흩어져 겹치고 새던 중소기업 지원 예산 4조2000억원을 정리해서, 창업·인공지능 같은 미는 분야에 다시 붓겠다는 계획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17개 부·처·청에 흩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겹치는 사업, 성과 없는 사업을 정리해 4조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방법은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소액으로 잘게 뿌려주기식 사업 탈피, 저성과·관행적 사업 퇴출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를 비롯한 각종 예비창업 지원사업은 '모두의 창업' 하나로 합칩니다. 이것만으로 764억원을 아낍니다. 전 업종을 얕게 지원하던 사업은 AI·반도체 업종에 집중해 127억원을 절감하고, 수십억원짜리 소규모 사업들은 통폐합합니다. 🎒 비슷한 동아리 지원금이 학생회·교무실·행정실에서 제각각 나가던 것을 한 창구로 모으는 셈입니다.
교통정리 권한도 강화합니다. 중앙·지방정부가 중소기업 예산을 새로 만들거나 바꿀 때 중기부와 미리 협의해야 하는 대상을 광역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까지 넓힙니다. 중소기업정책심의회는 장관 주재에서 경제부총리 주재로 격상됩니다. 회의 주재자의 급이 올라가면 다른 부처를 조정하는 힘도 세집니다.
아낀 돈은 어디로 갈까요? 신안보·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제조AI, 5대 신성장 분야에 집중 투입합니다. 연간 400개 혁신기업을 뽑아 성장 단계에 따라 기업당 최대 5년간 400억원 이상의 정책 패키지를 지원할 방침입니다.
소상공인 안전망도 검토합니다. 혼자 일하는 1인 소상공인을 위한 육아지원금, 그리고 건강검진 받으러 가게 문을 닫으면 그 손실을 보전해주는 '건강돌봄비' 신설이 그것입니다. 직원이 없으면 아파도 쉬지 못하는 현실을 겨냥한 대책입니다. 또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의 연계를 강화합니다. 온누리상품권 앱에서 지역화폐를 쓸 수 있게 하고, 온누리상품권으로 소비하면 일정 비율을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시범사업도 추진합니다.
용어
본문에서 만난 용어, 다시 정리
소상공인
동네 식당, 카페, 작은 가게처럼 직원이 거의 없는 아주 작은 사업자를 말합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은 층입니다. 회사원과 달리 유급휴가도 고용보험도 스스로 챙겨야 해서, 정부가 육아지원금·건강돌봄비 같은 기본 안전망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온누리상품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쓸 수 있도록 정부가 발행하는 상품권입니다. 보통 액면가보다 싸게 살 수 있어서, 소비자를 대형마트 대신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지역화폐
특정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돈입니다. 그 동네에서 번 돈이 다른 지역 대형 유통망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동네 안에서 돌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용)과 지역화폐(지역용)를 연계하면 두 제도의 소비 유인 효과를 겹쳐 쓸 수 있게 됩니다.
A22증권
코스닥 반등 선봉에 바이오주 …1조 정책펀드 훈풍
한 줄로 말하면
정부의 1조원 바이오 펀드 기대감에 코스닥이 사흘간 21% 폭등했고, 시장 과열을 식히는 '사이드카'가 사상 처음 3거래일 연속 발동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37포인트(5.88%) 오른 780.72에 마감했습니다. 지난달 31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인데, 이 기간 상승률이 무려 21%가량입니다. 오르는 속도가 얼마나 가팔랐는지, 이날 오전 10시 47분께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올해 들어 17번째이고, 3거래일 연속 발동은 사상 처음입니다. 급락이 아니라 급등을 진정시키는 장치가 사흘 내리 작동한, 흔치 않은 장면입니다.
주인공은 바이오주였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이 9.29% 올랐고, HLB는 11.17%, 리가켐바이오는 15.20%, 디앤디파마텍은 14.29% 뛰었습니다. 바이오만이 아닙니다. 2차전지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각각 5.94%, 5.89% 올랐고,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인 주성엔지니어링(6.42%), 리노공업(4.89%)도 힘을 보탰습니다.
누가 샀을까요? 기관입니다. 기관은 이날 코스닥에서 54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개인은 2590억원, 외국인은 276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이익을 챙기고 나갔습니다. 오른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겁니다.
바이오주가 달아오른 배경에는 정부 돈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임상* 3상 특화펀드의 주관 운용사로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선정했는데, 당초 목표액 1500억원을 웃도는 1700억원 규모로 결성을 추진합니다. 기존 K-바이오·백신 펀드 1~6호 5796억원과 조성 중인 7호 펀드 2000억원을 합치면 정책펀드 전체가 9496억원. 정부가 2027년까지 목표로 내건 '1조원 바이오 메가펀드'가 사실상 코앞입니다.
한편 코스피는 장 초반 주춤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막판에 낙폭을 만회하면서 6300선을 가까스로 회복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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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카
선물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프로그램 매매 주문을 5분간 멈춰 세우는 장치입니다. 🎒 과열된 엔진에 잠깐 브레이크를 밟아 식히는 것과 같습니다. 보통은 폭락장에서 발동되는데, 이번엔 '매수' 사이드카 — 즉 너무 올라서 발동됐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시가총액
주가 × 발행 주식 수. 그 회사를 통째로 사려면 얼마가 드는지를 나타내는 회사의 '몸값'입니다. 시가총액 1위라는 건 그 시장에서 가장 비싼 회사라는 뜻입니다.
소부장
소재·부품·장비의 줄임말입니다. 완성품(반도체, 배터리)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와 기계를 공급하는 기업들을 묶어 부르는 말로, 완성품 업체가 잘되면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순매수
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값입니다. 기관 순매수 5430억원이라는 건, 기관이 판 것보다 5430억원어치를 더 샀다는 뜻입니다. 누가 시장을 밀어 올렸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임상 (임상시험)
개발한 약을 사람에게 시험하는 단계입니다. 1상(안전성)→2상(효과 확인)→3상(대규모 최종 검증) 순서로 진행되는데, 3상은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정부가 '3상 특화펀드'를 만든 건 바로 이 돈 먹는 구간을 지원하겠다는 뜻입니다.
A22증권
이번 순환매는 태양광·우주 … OCI홀딩스 4일새 32% '쑥'
한 줄로 말하면
반도체가 쉬어가는 사이 투자자들의 돈이 우주·태양광으로 옮겨 갔고, OCI홀딩스는 나흘 만에 32% 뛰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반도체 주가가 주춤한 사이 순환매* 장세가 펼쳐졌습니다. 순환매란 돈이 한 업종에서 다른 업종으로 옮겨 다니며 번갈아 오르는 흐름을 말합니다. 이번에 수혜를 받은 곳은 우주·태양광 업종입니다. 가파른 반도체 조정에 지친 투자자들이 다른 성장 섹터로 눈을 돌린 겁니다.
대표 주자는 OCI홀딩스입니다. 4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27% 오른 22만5000원에 마감했고, 최근 4거래일 누적으로는 32.28% 반등했습니다.
이 회사의 올해 주가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습니다. 연초 10만원 선이던 주가가 스페이스X와의 협력 기대감에 5월 말 38만원 선까지 4배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로 돈이 쏠리는 와중에, 스페이스X 상장 이후 호재성 뉴스가 소진되자 셀 온*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두 달 새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습니다. 38만원이 그 절반 아래로 주저앉은 겁니다.
반등의 계기는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이었습니다. OCI홀딩스가 신규 폴리실리콘장기공급계약(LTA) 체결과 증설 결정을 발표하면서, 스페이스X와의 협업 기대감이 다시 살아났다는 분석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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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매
시장의 돈이 업종을 옮겨 다니며 돌아가면서 사는(매수하는) 현상입니다. 🎒 뷔페에서 사람들이 초밥 코너에 몰렸다가 줄이 길어지면 파스타 코너로 우르르 옮겨 가는 것과 같습니다. 반도체(초밥)가 비싸고 붐비니 태양광·우주(파스타)로 이동한 셈입니다.
셀 온
'셀 온 뉴스(sell on news)' — 기대하던 좋은 소식이 실제로 나오면 오히려 파는 현상입니다. 주가는 기대감으로 미리 오르기 때문에, 뉴스가 확정되는 순간 "이제 더 나올 재료가 없다"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옵니다. OCI홀딩스가 스페이스X 상장 이후 폭락한 이유입니다.
폴리실리콘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의 기초 원료가 되는 고순도 실리콘 덩어리입니다. OCI홀딩스의 주력 제품으로, 이 회사 주가가 태양광·우주 테마와 함께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장기공급계약 (LTA)
"앞으로 몇 년간 이만큼을 이 가격에 사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계약입니다. 공급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몇 년치 매출이 미리 확보되는 것이라, 계약 체결 소식 자체가 주가에 강한 호재가 됩니다.
A23증권
아마존도 '3조달러 클럽' 가입… 애플은 시총 3위로 밀려나
한 줄로 말하면
AI 투자에 올인한 아마존은 시가총액 3조달러를 처음 넘었고, AI에 소극적인 애플은 1위에서 3위로 미끄러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아마존닷컴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4.58% 오른 284.02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은 약 3조500억달러, 우리 돈으로 4360조원입니다.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은 기업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애플에 이어 아마존이 다섯 번째입니다.
비결은 실적, 그중에서도 클라우드였습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이 1년 전보다 37% 늘어난 422억달러(약 60조원)를 기록했습니다. 18분기, 그러니까 4년 반 만에 가장 빠른 성장 속도입니다.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 테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AWS의 AI 사업이 현재 연간 매출 환산 기준 25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투자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아마존은 AI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자본적지출*(CapEx)로 약 2200억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1년 정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한 회사가 AI 데이터센터 등에 붓는 겁니다. 시장은 이 공격적인 투자를 '신뢰'로 답했습니다.
반면 애플은 울상입니다. 이날 1.78% 하락한 303.42달러로 4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이날 떨어진 건 애플뿐이었습니다. 시가총액 4조4300억달러(약 6332조원)로, 엔비디아와 알파벳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달 27일 엔비디아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두 계단 미끄러진 겁니다.
아이러니한 건 애플의 실적 자체는 좋았다는 점입니다. 2026회계연도 3분기(4~6월) 매출은 1094억2000만달러(약 157조원)로 1년 전보다 16.4% 늘어 시장 예상치(1086억5000만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아이폰 매출도 542억5000만달러(약 78조원)로 약 22% 증가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가 빠졌습니다. 왜일까요? 투자자들이 보는 건 과거 성적표가 아니라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제약과 보수적인 AI 투자 — 즉 "AI 시대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좋은 실적을 눌러버린 겁니다. 2200억달러를 지르는 아마존과 조심스러운 애플, 시장은 확실하게 한쪽 손을 들어줬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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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웹서비스 (AWS)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입니다. 기업들이 서버 컴퓨터를 직접 사는 대신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게 해주는 서비스죠. 🎒 발전소를 직접 짓는 대신 전기를 사다 쓰는 것과 같습니다. AI 붐으로 컴퓨팅 파워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 '전기 장사'가 아마존의 진짜 돈줄이 됐습니다.
자본적지출 (CapEx)
회사가 미래를 위해 공장, 데이터센터, 장비 같은 자산에 쓰는 돈입니다. 당장의 비용이 아니라 내일의 매출을 위한 투자입니다. 아마존의 연 2200억달러 CapEx는 "AI 시대의 발전소를 우리가 다 짓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A23증권
"반도체 주가 향방 미국 장기 금리에 달렸죠"
한 줄로 말하면
KB증권 전문가들의 진단 — 지금은 사줄 사람이 안 보이는 위험한 구간이고, 8월 미국 국채 발행 계획이 반도체 주가의 방향을 가른다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KB증권 유튜브 채널의 '매경·KB증권 재테크 콘서트'에 KB증권 민재기 팀장과 유영화·박건희 차장이 출연해 2026년 상반기 증시를 돌아보고 하반기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상반기. 시장을 끌어올린 힘은 AI, 반도체, 그리고 국내 자금이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커지면서 반도체 기업 실적 전망이 빠르게 좋아졌습니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팔았지만, 개인과 국내 자금이 그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상반기는 한마디로 AI·반도체·자금의 흐름이었다. 외국인은 팔았지만 금융 투자와 개인 자금이 유입돼 지수가 상승했다. 무엇보다 국내 자금이 주도한 상승장이었다." — 박건희 차장
그런데 6월 이후 분위기가 변했습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돈인 신용융자 잔액이 코스닥은 5월부터, 코스피는 6월 하순부터 줄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던 개인마저 물러서면서, 시장에 강하게 사줄 주체가 사라진 겁니다. 민재기 팀장은 "지금은 누구 하나 강한 매수 주체가 보이지 않는 구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최근 급락 때는 기관의 손절매, 외국계 펀드의 마진콜 청산, 개인투자자의 반대매매*, 펀드 환매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빚으로 쌓아 올린 돈이 강제로 청산되며 하락을 더 키운 겁니다.
그럼 앞으로는? 전문가들이 지목한 분수령은 8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입니다.
"진짜 메인은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 8월에 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발행을 늘리면 금리가 오르면서 반도체와 AI 같은 성장주에 다시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단기채 중심으로 발행하면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당분간은 위험관리가 우선이지만, AI와 HBM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며, 추세가 정상화되면 기회는 다시 온다는 것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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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나라가 돈을 빌리면서 써주는 차용증입니다. 장기 국채(10년, 30년짜리)를 시장에 많이 풀면 국채값이 내려가고, 그만큼 국채 금리는 올라갑니다. 금리가 오르면 "안전한 국채만 사도 이자를 꽤 받는데 굳이 위험한 성장주를?"이라는 심리가 퍼져 반도체·AI 주식이 힘을 잃습니다. 미국 재무부의 발행 계획 하나에 한국 반도체 주가가 출렁이는 이유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 (HBM)
AI 반도체 옆에 붙어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나르는 특수 메모리입니다. 🎒 일반 메모리가 2차선 도로라면 HBM은 데이터가 오가는 16차선 고속도로입니다. AI 학습에 필수라서, HBM 수요가 곧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이 됩니다.
신용융자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입니다. 이 잔액이 늘면 "빚내서라도 사겠다"는 낙관이 퍼진 것이고, 줄면 시장의 공격 자금이 빠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마진콜
빚내서 투자했는데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빌려준 쪽이 "담보를 더 채워 넣으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돈을 못 채우면 보유 자산을 강제로 팔아야 해서, 하락장에서 매물 폭탄의 원인이 됩니다.
반대매매
신용융자로 산 주식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투자자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파는 것입니다. 주가 하락 → 반대매매 → 추가 하락의 악순환을 만드는, 급락장의 대표적 증폭 장치입니다.
A24증권
제이알리츠 개미의 힘 … 추천후보 이사회 진입
한 줄로 말하면
개인 소액주주 1990명이 지분을 모아 표 대결 끝에 자신들의 후보를 상장사 이사회에 앉혔습니다. 국내 첫 사례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서울 종로구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이 회사는 리츠*, 즉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 수익을 나눠주는 회사입니다. 벨기에 브뤼셀의 파이낸스 타워, 뉴욕 맨해튼 타워 같은 해외 건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날 주총에서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3인 중 2인 — 조효승 케이루멘파트너스 경영자문 고문과 이승규 법무법인 YK 전문위원 — 의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개인 소액주주연대의 후보가 표 대결을 거쳐 상장사 이사회에 들어간 첫 사례입니다. 이번 임시주총 자체가 소액주주연대가 개인주주 1990명의 지분 약 16%를 직접 모아 성사시킨 것입니다.
🎒 학생 1990명이 서명을 모아 임시 학생총회를 열고, 학교 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 2명을 밀어 넣은 셈입니다. 게다가 큰손들도 학생 편을 들었습니다.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지분 10% 수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운용)과 2대 주주 삼성자산운용(지분 5%,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운용)이 찬성표를 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 소액주주들이 나섰을까요? 회사 사정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유로존 금리 인상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임대료는 흑자인데도 돈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캐시트랩이 발동됐습니다. 급기야 올해 4월에는 국내에서 발행한 전자단기사채 400억원을 갚지 못했습니다. 현재 회사는 법원이 관여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새로 이사회에 들어간 조 고문과 이 위원은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 상환우선주·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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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REITs)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빌딩 등 부동산을 사고, 임대료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부동산 투자회사입니다.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서 소액으로도 대형 빌딩의 '조각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부동산 경기와 금리에 민감합니다.
캐시트랩
'현금 함정'. 대출 조건이 깨지면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이 대출 은행 계좌에 묶여, 주주에게 배당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장사는 되는데 돈이 감옥에 갇힌 셈이라, 임대료 흑자에도 주주들은 빈손이 됩니다.
자율구조조정지원 (ARS)
빚을 못 갚게 된 회사가 법원의 중재 아래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빚 조정 협상을 벌이는 프로그램입니다. 곧바로 법정관리(회생절차)로 가기 전에, 협상으로 살길을 찾아보는 완충 단계입니다.
상환전환우선주 (RCPS)
투자자가 나중에 '돈으로 돌려받기(상환)'와 '보통주로 바꾸기(전환)' 중 유리한 쪽을 고를 수 있는 특수한 주식입니다. 투자자에게 선택권이 있어 위기 기업도 이걸로는 자금을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유상증자
회사가 새 주식을 찍어 투자자에게 돈을 받고 파는 자금 조달 방법입니다. 회사에는 현금이 들어와 좋지만,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되는 양면이 있습니다.
A24증권
국민연금, 급락장서 셀트리온 담았다
한 줄로 말하면
시장이 떨어지던 7월, 국민연금은 오히려 실적 좋은 바이오주와 배당 많은 통신주를 쓸어 담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국내 증시가 부진했던 지난 7월, 국민연금공단의 쇼핑 목록이 공개됐습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31일부터 18개 종목의 지분 보유 상황을 공시했습니다. 이게 공개된 이유는 5% 룰* 때문입니다. 지분율이 5%를 넘나들거나 5% 이상 보유 종목에서 1%포인트 이상 변동이 생기면 반드시 공시해야 하고, 지분율 10% 이상 종목은 매매만 해도 공시해야 합니다.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셀트리온입니다. 국민연금의 셀트리온 지분율은 2024년 6월 5일 6.24%에서 지난달 27일 7.28%로 1.04%포인트 늘었습니다. 국민연금이 주축인 연기금*은 지난달에만 셀트리온을 1982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올 2분기 매출 1조3937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습니다. 남들이 팔고 도망갈 때, 실적이 받쳐주는 주식을 골라 담은 겁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담았습니다. 지분율이 6.68%에서 6.88%로 소폭 늘었는데, 이 회사 역시 올 2분기 매출 1조3209억원에 영업이익 5864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갈아치웠습니다.
배당주도 골랐습니다. SK텔레콤 지분율은 7.45%에서 8.46%로 1.01%포인트 늘었습니다.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와 함께 배당을 많이 주는 대표 통신주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지난해 4분기 배당이 미지급됐지만, 올해 1·2분기 배당은 정상적으로 지급됐습니다. 통신주 같은 경기방어주*는 경기가 나빠도 실적이 잘 안 꺾여서, 하락장에 대비하는 선택으로 읽힙니다. 삼양식품에도 7월 들어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파는 것도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은 현대로템과 LG화학은 팔았고, SK하이닉스는 1조원가량 사들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급락장에서 국민연금의 선택은 '실적이 증명된 바이오'와 '배당이 든든한 방어주'였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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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룰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그리고 그 후 1%포인트 이상 지분이 변하면 시장에 공시해야 하는 규칙입니다. 큰손이 몰래 지분을 쌓아 회사를 기습하는 걸 막고, 일반 투자자도 큰손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덕분에 우리가 국민연금의 쇼핑 목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겁니다.
연기금
연금과 기금을 합쳐 부르는 말로,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대표입니다. 수십 년 뒤 지급을 준비하는 초장기 투자자라서 단기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하락장에서 오히려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기금의 매수 종목은 시장에서 일종의 참고서처럼 읽힙니다.
경기방어주
경기가 나빠져도 수요가 잘 줄지 않는 업종의 주식입니다. 통신, 음식료가 대표적입니다. 🎒 경기가 어려워도 휴대폰 요금과 라면 소비는 줄이기 어렵죠. 상승장에서는 덜 오르지만 하락장에서는 덜 떨어지는, 방패 같은 주식입니다.
💰 PART 2. 금융·부동산
A1금융
고삐풀린 가계대출, 한도 2조 초과
한 줄로 말하면
5대 은행이 1년 동안 쓸 수 있는 가계대출 한도를 7개월 만에 다 쓰고, 2조원이나 더 초과해버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은행이 가계에 빌려줄 수 있는 돈에는 사실 '연간 한도'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모든 금융권에 "올해 가계대출 잔액은 1.5%까지만 늘려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가계대출 총량관리*라고 부릅니다. 나라가 가계 빚 전체의 증가 속도를 직접 통제하는 장치입니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이 5대 시중은행에는 더 빡빡한 목표가 떨어졌습니다. 5곳을 다 합쳐 올해 늘릴 수 있는 금액은 4조3363억원. 증가율로는 0.67%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7월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50조2636억원. 지난해 말(643조8815억원)보다 6조3821억원이 늘었습니다. 1년 치 한도의 약 1.5배를 7개월 만에 써버린 셈입니다. 이미 한도를 2조원가량 초과했습니다.
🎒 1년 용돈을 12칸으로 나눠 쓰기로 약속한 학생이, 7월에 이미 1년 치를 다 쓰고 두 달 치를 가불한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히 7월 한 달에만 2조6853억원이 불었습니다. 올해 1~7월 증가액의 42%가 이 한 달에 몰린 겁니다. 왜 이렇게 폭증했을까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부동산 세금이 강화되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려는 '막차 수요'. 다른 하나는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려는 빚투* 수요입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관리 강도를 높였는데도 이 흐름을 막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하반기에 은행들이 총량을 맞추려면 대출 문을 더 좁혀야 합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걱정했습니다.
"대출 실수요자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가 갈수록 불투명해지면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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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총량관리
금융당국이 은행별로 "올해 가계대출은 여기까지만"이라고 총액의 상한을 정해주는 규제입니다. 은행 입장에선 한도가 차면 신용도가 좋은 손님에게도 대출을 거절해야 합니다. 그래서 총량관리가 조여지면, 정작 집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가 돈을 못 빌리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 기사가 "선의의 피해자"를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빚투
'빚내서 투자'의 줄임말입니다. 대출받은 돈으로 주식 등에 투자하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오르면 이익이 커지지만, 떨어지면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겹칩니다. 주가가 흔들리는 시기에 빚투가 늘어난다는 건 "지금이 싸게 살 기회"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택담보대출
집을 담보로 잡히고 받는 대출입니다. 줄여서 '주담대'라고 부릅니다. 못 갚으면 은행이 그 집을 처분해 돈을 회수할 수 있어서,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금액이 큽니다. 가계대출의 가장 큰 덩어리라서, 가계부채 뉴스의 주인공은 거의 항상 주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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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부동산
강북 비거주 1주택도 내년 보유세 두 배로
한 줄로 말하면
강남이 아니어도, 집을 사놓고 직접 살지 않으면 내년 보유세가 두 배 가까이 뛰어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에 육박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집은 갖고만 있어도 매년 세금을 냅니다. 이것이 보유세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이 보유세가 강남 초고가 아파트만이 아니라 마포·성동·동작 같은 비강남권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도 무겁게 매겨질 전망입니다. 핵심 타깃은 '집주인이 살지 않고 전월세를 준 1주택자'입니다.
매일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세무사)에게 의뢰해 서울 비강남권 아파트의 2027년 보유세를 계산해봤습니다. 결과가 놀랍습니다. 동작구 흑석 센트레빌 전용 84㎡는 집주인이 세를 주고 살지 않으면 보유세가 올해 306만원에서 내년 601만원으로 뜁니다. 마포구 마포자이 전용 84㎡도 353만원에서 686만원으로 오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세 부담 상한선*입니다. 올해 세금이 아무리 올라도 작년 세금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막는 안전장치인데, 정부가 이번 개편에서 그 비율을 150%에서 200%로 올렸습니다. 흑석 센트레빌의 601만원은 상한선(612만원)의 98.2%, 마포자이의 686만원은 상한선(706만원)의 97.2%입니다. 다시 말해, 법이 허용하는 한계까지 거의 꽉 채워 오른다는 뜻입니다.
비강남권까지 세금이 확 뛴다는 결과가 나오자 여당 내부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두껍게 하고 보완할 부분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겠다."
민주당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6일 부동산 정책 간담회도 엽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개편안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투자용으로 사서 수십억 원을 버는데 세금을 거의 안 낸다면 노동자의 근로소득과 너무 형평이 안 맞는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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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세와 달리, '갖고 있는 동안' 매년 내는 세금입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팔지 않아도 매년 나가는 돈이라서, 보유세가 오르면 "이 집을 계속 들고 있을까, 팔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똘똘한 한 채
여러 채에 분산 투자하는 대신, 가장 오를 만한 좋은 입지의 집 한 채에 자금을 몰아넣는 전략 또는 그런 집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주택자 규제가 세질수록 사람들이 집 수를 줄이고 좋은 한 채로 갈아타면서 생긴 표현입니다. 이번 개편은 그 '한 채'조차 직접 살지 않으면 무겁게 과세하겠다는 것이라, 똘똘한 한 채 전략의 셈법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세 부담 상한선
올해 보유세가 작년 보유세의 일정 비율(배수)을 넘지 못하게 막는 상한입니다. 세금이 한 해에 몇 배씩 튀는 충격을 막아주는 완충장치죠. 이번에 정부가 이 비율을 150%에서 200%로 올렸습니다. 🎒 자동차 속도제한을 시속 150km에서 200km로 올린 것과 같습니다. 제한이 있긴 하지만, 허용되는 최고 속도 자체가 훨씬 빨라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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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부동산
청와대, 부동산 증세 논란에 '닥공 드라이브'… 이재명 대통령 "물량 다 끌어와라"
한 줄로 말하면
세금 논란이 뜨거워지자 대통령이 7시간 반 회의 끝에 "공급 물량을 죄다 끌어오라"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청와대와 정부가 세제 개편에 이어 이번엔 주택 공급 총력전에 나섭니다. 세금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남미 3국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무려 7시간 30분짜리 부동산·주식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가용한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모든 행정조치·금융·재정·규제 완화 등 방법을 찾으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유가 남아 있지 않겠냐며 죄다 끌어오라"고까지 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신규 택지* 조성이 집중 논의됐습니다. 다만 택지를 새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증세 논란을 의식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세금을 얘기하면 정부로서도 어렵고, 인기 있는 일도 아니다"라면서도, 물러서지는 않았습니다.
"근로소득세는 여러 가지를 가산하면 최고 49.5%까지 되는데 부동산은 양도소득이 100억원대에 달해도 세금은 몇억 원밖에 안 된다."
월급에서는 절반 가까이 떼가는데, 부동산으로 100억을 벌면 몇억만 낸다는 형평성 논리입니다. 동시에 다주택자에게는 출구를 열어줬습니다. 집을 팔 때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더 무겁게 물리는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에 대해 "다 폐지하지는 말고 절반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겁니다. 세금이 무서워 아무도 집을 내놓지 않는 매물 잠김 현상부터 풀겠다는 계산입니다. "5월 초에 연장은 없다고 해놓고 왜 연장하느냐"는 정책 일관성 비판에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식시장도 다뤄졌습니다.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책임론을 차단하면서 "자본시장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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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택지
아파트 등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새로 지정·조성하는 땅입니다. 집값을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지만, 땅을 지정하고 기반시설을 깔고 분양해서 입주까지 가려면 수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정부는 시간이 걸리는 택지 조성과, 당장 효과가 나는 '기존 집 매물 유도'를 동시에 쓰려는 겁니다.
양도소득세 중과
집을 팔아 남긴 차익에 매기는 세금이 양도소득세인데, 다주택자에게는 기본 세율에 벌칙처럼 세율을 더 얹어 물립니다. 이것이 '중과'입니다. 문제는 세금이 너무 무거우면 다주택자가 "차라리 안 팔고 버틴다"를 택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중과를 절반으로 줄여 "지금 팔면 덜 떼겠다"는 퇴로를 열어준 겁니다.
매물 잠김
팔려는 집(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잠겨버리는 현상입니다. 🎒 시장에 사과를 사려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사과를 파는 좌판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 남은 사과 값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집도 똑같습니다. 매물이 잠기면 거래 가능한 집이 귀해져 집값이 오릅니다. 그래서 '팔게 만드는 정책'이 곧 공급 정책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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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부동산
강북 중산층도 '타격'…17억 마포자이 보유세 353만원→686만원
한 줄로 말하면
공제는 줄이고 상한은 높이는 두 장치가 겹치면서, 세 주는 집주인의 보유세는 사실상 '두 배'가 새 기준이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앞 기사에서 본 시뮬레이션을 조금 더 뜯어보겠습니다. 세금이 왜 이렇게 뛰는 걸까요? 개편안이 두 개의 나사를 동시에 조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보유세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금액입니다.
첫째,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가 실거주 여부에 따라 갈라집니다. 직접 살면 공제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나지만, 살지 않으면 9억원으로 깎입니다. 같은 집인데 사느냐 안 사느냐로 세금 계산의 출발선이 5억원이나 벌어지는 겁니다. 둘째, 세 부담 상한선(작년 세금 대비 올해 세금의 최대 비율)이 150%에서 200%로 올랐습니다. 정부는 "세제 개편 효과가 제때 나타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병탁 세무사의 시뮬레이션 결과, 비강남권 주요 아파트 8곳 모두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가 상한선의 80%를 넘었습니다. 이 계산은 2027년 공시가격*이 올해 상승률의 절반만큼 오른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흑석 센트레빌은 상한선 612만원까지 딱 11만원 남았습니다. 마포자이 집주인이라면 매달 57만원꼴로 보유세를 내는 셈이 됩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만약 예전 상한선 150%가 유지됐다면 8곳 모두 상한에 걸려 세금이 깎였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래미안 옥수 리버젠은 150% 시절이라면 약 680만원을 냈을 텐데, 상한이 200%로 오르면서 864만원을 내게 됩니다. 상한선을 올린 것 자체가 사실상의 증세인 겁니다.
부작용 우려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금을 피하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와 사는 경우가 크게 늘면, 전월세 물량이 줄어 "전월세난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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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집·땅·건물 등을 가진 사람이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입니다. 집이 있으면 가격과 무관하게 누구나 냅니다. 보유세의 '기본기'에 해당합니다.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위에 얹어지는 국세로, 비싼 부동산을 가진 사람만 냅니다. '기본공제'라는 문턱이 있어서, 집 가격(공시가격 기준)이 그 문턱을 넘는 부분에만 세금이 붙습니다. 이번 개편은 그 문턱을 실거주자는 14억원으로 올려주고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내렸습니다. 🎒 놀이공원 무료입장 기준 키를, 단골에게는 올려주고 뜨내기에게는 확 낮춘 셈입니다. 같은 키(집값)여도 누구는 무료, 누구는 요금 폭탄입니다.
공시가격
정부가 세금 계산용으로 매년 정해 발표하는 부동산의 공식 가격입니다. 실제 거래되는 시세보다 보통 낮게 매겨집니다. 재산세·종부세는 모두 이 공시가격을 출발점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세율이 그대로여도 세금이 오릅니다. 시뮬레이션이 "공시가격이 얼마나 오르느냐"를 가정부터 정하고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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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부동산
부부 공동명의 주택 … 양도세 공제한도 10억
한 줄로 말하면
부부가 나눠 갖든 15년을 들고 있든, '살지 않은 집'에는 양도세를 깎아주지 않겠다는 신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집을 오래 보유하고 거주한 1주택자는 팔 때 양도차익의 상당 부분을 공제받습니다. 이 제도가 장기보유특별공제*, 줄여서 '장특공제'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이 혜택이 크게 쪼그라듭니다.
먼저 부부 공동명의입니다. 양도소득세는 인별 과세*, 즉 사람마다 따로 계산하는 세금입니다. 그렇다면 부부가 지분을 반씩 나눠 가지면 한도 10억원(2029년 기준)씩, 합쳐서 2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재정경제부의 답은 '아니오'입니다. 한도 10억원을 지분 비율대로 쪼개 적용합니다. 지분이 50%씩이면 각자 5억원씩입니다. 종합부동산세는 공동명의로 공제를 키울 수 있지만, 양도세 장기거주공제는 그 길이 막힌 겁니다.
더 큰 타격은 '거주 2년 미만' 1주택자입니다. 현행 제도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최대 80% 공제를 받는데, 거주가 2년에 못 미치면 15년을 보유해도 최대 30%까지만 공제됩니다. 1주택자인데도 다주택자와 똑같이 취급되는 셈입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직접 살지는 않는 갭투자* 방식이 정면 겨냥된 겁니다.
그마저도 시한부입니다. 실거주 없는 보유자의 공제율 최대 30%는 2028년 최대 15%로 반토막 나고, 2029년부터는 아예 폐지됩니다. 실제 거주한 적이 없다면 아무리 오래 보유해도 공제율 0%가 되는 겁니다.
여기서 묘한 역전이 생깁니다. 15년 이상 보유한 '순수 갭투자' 1주택자는 2027년까지 팔면 최대 30%를 공제받습니다. 그런데 지금이라도 들어가 살아서 2년을 채운 뒤 2029년에 팔면? 공제율이 16%로 오히려 낮아집니다. 늦게 실거주를 시작하는 것보다 그냥 빨리 파는 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장기간 실거주하지 않은 고가주택 1주택자들에게 "빨리 팔라"는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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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보유특별공제
집을 오래 보유하고 오래 거주할수록, 팔 때 생긴 차익에서 세금을 매기지 않는 부분을 늘려주는 제도입니다. 🎒 단골 할인과 같습니다. 오래 다닌 단골일수록 할인율이 커지는 구조인데, 이번 개편은 "매장에 실제로 왔던 단골"만 할인해주고, 회원증만 오래 갖고 있던 사람의 할인은 없애는 방향입니다.
인별 과세
세금을 가구 단위가 아니라 사람 한 명 한 명 기준으로 매기는 방식입니다. 부부가 재산을 나눠 가지면 각자의 과세 금액이 작아져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그래서 공동명의가 절세 수단으로 쓰여왔는데, 이번에는 공제 '한도'까지 지분대로 쪼개 그 우회로를 막은 겁니다.
갭투자
전세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살 때,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의 차이(갭)만큼만 내 돈을 넣어 사는 투자입니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집에 7억원 전세가 껴 있으면 3억원만 있으면 집주인이 됩니다. 적은 돈으로 집을 소유할 수 있지만 직접 살지는 않죠. 이번 개편은 바로 그 '살지 않는 소유'에서 세금 혜택을 걷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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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부동산
[단독] 건설업계 "공급 위해 대출규제 풀어야" … 금융당국, 부동산PF 보증확대 등 검토
한 줄로 말하면
집을 빨리 지어 공급하려면 돈줄부터 풀어야 한다는 건의에, 금융당국이 보증 확대와 대출 예외를 저울질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은행권이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김재훈 기자
무슨 일이 있었나
금융위원회가 4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주요 건설·시행사 임원, 주택 유관 협회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부동산 점검회의에서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한 범부처 협력을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건설업계의 첫 번째 건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살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조 단위 돈이 필요한데, 이 돈을 빌리기 어려우면 공급 자체가 막히니 공적 보증을 확대해달라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하는 건설사업자 특례 보증이 확대되거나 보증료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HF는 이미 '건축공사비 플러스 PF 보증' 상품의 공급 한도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4조원으로 늘려놓은 상태입니다. 업계는 또 사업자가 직접 지어서 임대하는 '건설임대'에 제도적 혜택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이주비 대출 완화 요구가 나왔습니다. 당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기준을 손보는 방식을 검토 중입니다. 지금은 헐어버릴 낡은 집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재는데, 이걸 사업이 끝난 뒤 들어설 신축 주택의 가격 기준으로 바꿔 한도를 넓혀주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새 아파트를 지어도 입주자가 돈을 못 구하면 분양이 안 됩니다. 그래서 잔금대출을 은행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예외로 빼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잔금대출은 보통 기존에 받았던 중도금 대출을 대환하면서 받기 때문에, 순수하게 새로 늘어나는 대출은 겉보기보다 적다는 논리입니다. 당국은 실제 순증가액이 얼마인지 따져보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를 열어주더라도 대상은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전에 청약한 입주 예정자로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규제 발표를 보고도 아파트를 산 사람들까지 도와주는 게 맞느냐는 형평성 고민 때문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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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건물을 지을 때, 지금 가진 담보가 아니라 '그 사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돈'(분양 수입 등)을 믿고 빌려주는 대출입니다. 🎒 식당 차릴 돈을 빌리는데, 내 집을 잡히는 게 아니라 "이 식당이 앞으로 벌 매출"을 보고 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사업이 잘되면 문제없지만 분양이 안 되면 빌려준 쪽도 같이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이 보증을 서주면 은행이 안심하고 돈을 대고, 공급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주비 대출
재개발·재건축으로 살던 집을 헐어야 하는 주민이, 공사 기간 동안 다른 곳에 살 비용을 마련하도록 받는 대출입니다. 이 돈이 안 나오면 주민이 이사를 못 가고, 이사를 못 가면 철거도 착공도 못 합니다. 정비사업 전체의 속도를 좌우하는 돈줄입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집값 대비 대출을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지의 비율입니다. LTV가 50%면 10억원짜리 집으로 5억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집값'을 무엇으로 보느냐가 핵심인데, 낡은 기존 집 감정가 대신 새로 지어질 아파트 가격을 기준 삼으면 같은 비율이라도 대출 가능액이 훌쩍 커집니다.
잔금대출
아파트 분양 대금은 계약금 → 중도금 → 잔금 순서로 나눠 냅니다. 잔금은 입주 직전에 내는 마지막 목돈이고, 이때 받는 대출이 잔금대출입니다. 잔금을 못 치르면 다 지어진 새 아파트에 입주를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공급 정책과 대출 규제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입니다.
대환
기존 대출을 새 대출로 갈아타 갚는 것입니다. 잔금대출로 중도금 대출을 대환하면, 빚의 이름표만 바뀔 뿐 총 빚이 그만큼 새로 늘어난 건 아닙니다. 당국이 "잔금대출은 총량 규제에서 빼줘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근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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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금융
대출 잠그기에도 주담대 2.8조 폭증 … '마통' 한도까지 끌어다 영끌
한 줄로 말하면
5월에 계약한 집들의 잔금 날짜가 7월에 몰리면서, 은행이 문을 조이는 와중에도 대출이 하루 1000억원꼴로 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5대 은행이 연간 한도를 초과한 직접적 원인은 7월입니다. 한 달 증가액 2조6853억원은 올해 1~7월 전체 증가액의 41.8%. 하루 평균 1000억원대 이상 불어난 셈입니다.
왜 하필 7월일까요? 시차 때문입니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기 전에 집을 팔고 사려는 거래가 급증했는데, 집은 계약하고 두어 달 뒤에 잔금을 치릅니다. 그때 계약한 사람들의 잔금용 주담대가 7월에 한꺼번에 실행된 겁니다. 실제 5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증가액을 보면 4월 1조9104억원, 5월 1조1437억원, 6월 1조7576억원이다가 7월에 2조7955억원으로 튀었습니다.
집만이 아닙니다.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홀짝 장세'를 노린 주식 투자 수요도 가세했습니다. 있는 돈 없는 돈에 대출까지 최대한 끌어모으는 영끌 움직임 속에, 마이너스통장 소진율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쓰지 않고 남아 있는 마이너스통장 한도 52조원마저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경쟁적으로 문을 조였습니다. KB국민은행은 최대 6억원이던 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반토막 냈고, 다른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접수 중단, 우대금리* 축소,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 같은 조치를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이 조치들의 효과도 바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접수와 실행 사이의 시차 때문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접수 시점과 대출이 실제 실행되는 시점과의 시간 차를 고려하면 9월은 돼야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
결국 5대 은행은 연말까지 주택 관련 대출을 더욱 바짝 조일 전망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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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의 줄임말로, 받을 수 있는 모든 대출과 자금을 총동원해 집을 사거나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담대로 모자라면 신용대출, 그것도 모자라면 마이너스통장까지 여는 식입니다. 금리가 오르거나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취약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마이너스통장
은행이 미리 정해준 한도 안에서 잔액이 마이너스가 되도록 꺼내 쓸 수 있는 통장입니다. 정식 명칭은 '한도대출'이고 줄여서 '마통'이라 부릅니다. 🎒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비상금 서랍인데, 꺼내 쓴 만큼 매일 이자가 붙는 서랍입니다. '소진율이 오른다'는 건 사람들이 이 서랍을 실제로 열어 돈을 빼 쓰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우대금리
급여이체, 카드 사용 같은 조건을 채우면 기본금리에서 깎아주는 금리입니다. 은행이 대출을 조이고 싶을 때는 이 할인 폭을 줄입니다. 대출을 '거절'하지 않고도 사실상 비싸게 만들어 수요를 밀어내는, 은행의 조용한 조절 밸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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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8금융
미국 재무 "원화 변동성 과해…엔화약세 다른 통화에 영향"
한 줄로 말하면
미국까지 나서서 28년 만에 엔화를 함께 사줬는데, 시장은 "결국 일본이 금리를 올려야 끝난다"고 답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과 일본이 28년 만에 공동으로 엔화 매수에 나섰습니다.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서 통화를 사고팔아 환율을 움직이는 외환시장 개입*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CNBC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엔화가 상당히 약세를 보인다면 다른 통화들도 그 뒤를 따라갈 것이다. 우리는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해왔다."
엔화가 무너지면 원화 등 아시아 통화가 줄줄이 흔들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안정적인 엔화 가치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본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일본 재무성이 4일 실시한 10년 만기 국채 입찰이 1년여 만에 가장 부진했던 겁니다.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인 응찰률은 2.56배. 지난달만 해도 3.13배였는데 한 달 만에 뚝 떨어졌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줄자 신규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2.87%까지 치솟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왜 투자자들이 국채를 외면했을까요? 논리는 이렇습니다. 시장 개입만으로는 엔화 강세를 오래 지킬 수 없고, 결국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지금 사둔 채권은 손해입니다. 그러니 "금리 인상이 올 것 같다 → 지금 국채를 사지 말자"가 된 겁니다. 외신들도 "금리 인상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 숫자가 그 기대를 보여줍니다. 미래의 기준금리* 예상이 반영되는 파생상품 시장인 OIS(익일물 금리스왑) 시장에서, 일본은행이 9월에 금리를 올릴 확률은 47%까지 올랐습니다.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 이전엔 약 25%였으니, 두 배 가까이 뛴 것입니다. 엔화를 구하려던 개입이, 역설적으로 "곧 금리 올린다"는 기대만 키운 셈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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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개입
정부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려고 외환시장에서 직접 통화를 사거나 파는 행동입니다. 엔화가 너무 싸지면 엔화를 사들여 값을 떠받칩니다. 🎒 다만 이는 기울어진 물통을 손으로 받치는 것과 같아서, 손을 떼면 다시 기웁니다. 물통 자체를 바로 세우는 것(금리 인상 같은 근본 처방)이 없으면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게 이번에 드러난 한계입니다.
국채
나라가 돈을 빌리면서 발행하는 차용증입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정해진 이자를 받습니다. 중요한 성질이 하나 있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국채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새로 나오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니, 옛날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리 인상이 온다"는 예상만으로도 국채를 사려는 손길이 얼어붙습니다.
응찰률
국채 입찰에서 '사겠다고 들어온 돈'을 '실제 판 돈'으로 나눈 배수입니다. 3배면 팔려는 양의 3배만큼 사자는 주문이 몰렸다는 뜻이니 인기가 좋은 것이고, 숫자가 낮을수록 수요가 약한 겁니다. 2.56배는 숫자만 보면 넉넉해 보여도, 평소(3.13배)와 비교하면 "손님이 확 줄었다"는 경고 신호입니다.
기준금리
중앙은행이 정하는 나라 금리의 기준점입니다. 대출금리, 예금금리, 채권금리가 모두 이 기준을 따라 움직입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확률 25%→47%라는 변화는, 시장 참가자 절반 가까이가 "9월에 올린다"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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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0금융
지방 중소기업, 한국은행 저금리 대출에 목맨다
한 줄로 말하면
한국은행이 5조9000억원 준비해둔 지방 중소기업 싼 대출 창구에, 그 7.4배인 43조원의 신청이 몰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은행에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한은이 시중은행에 싼 이자로 자금을 공급하면, 은행이 그 돈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대출해주는 구조입니다. 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올해 6월 기준, 지방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 신청액이 43조4761억원까지 불었습니다. 한은이 배정한 한도는 2014년 이후 5조9000억원으로 묶여 있습니다. 신청이 한도의 7.4배라는 얘기입니다. 🎒 좌석 100개짜리 공연장에 740명이 줄을 선 셈입니다. 신청액은 지난해 말(39조6702억원)을 반년 만에 넘어섰고, 2024년 말(31조181억원)과 비교하면 12조4580억원, 40.2%나 늘었습니다.
지방 중소기업용만이 아닙니다. 신성장·일자리 지원,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무역금융 지원까지 합친 전체 금융중개지원대출 신청액은 107조5698억원. 한은이 설정한 한도 30조원의 3.6배입니다. 한은 15개 지역본부에 배정된 자금은 총 17조1098억원인데, 경기본부 3조7707억원, 대구경북본부 2조3121억원, 부산본부 1조8702억원, 인천본부 1조6486억원 순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몰릴까요?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싼 돈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겁니다. 지방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은행 대출금리는 6월 신규 취급 기준 연 3.81%로 지난해 말보다 0.09%포인트 올랐습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시중금리*에 추가로 반영되면 싼 자금을 찾는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은도 움직였습니다.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 지원 한도와 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지방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제도 개편을 발표했고, 2014년 이후 묶여 있던 한도를 내년 상반기부터 늘리기로 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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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개지원대출
한국은행이 직접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시중은행을 '중개자'로 세우는 제도입니다. 한은 → (저리 자금) → 은행 → (대출) → 중소기업의 구조죠. 은행 입장에선 싸게 조달한 돈이니 기업에도 낮은 금리로 빌려줄 수 있습니다. 한도가 10년 넘게 5조9000억원에 묶여 있는 동안 수요만 커져서, 이번 기사 같은 병목이 생긴 겁니다.
시중금리
실제 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적용되는 금리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방향을 정하면, 은행 대출금리 같은 시중금리가 시차를 두고 따라 움직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중금리에 추가로 반영되면"이라는 말은, 아직 오를 게 더 남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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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2금융
교통사고 '나이롱환자' 막는다… 8주초과 치료땐 정부기관 검증
한 줄로 말하면
가벼운 접촉사고로 8주 넘게 병원에 다니려면, 이제 정부 기관 소속 전문 의료인의 검증을 통과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도 아픈 척 오래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사람을 속칭 나이롱환자*라고 부릅니다. 이들에게 새어 나가는 보험금을 막는 장치가 생겼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시행은 다음 달 10일부터입니다.
핵심은 '8주룰'입니다.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받으려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 소속 전문 의료인의 검토를 추가로 거쳐야 합니다. 적용 대상은 경상환자 중에서도 염좌(삠)와 타박상 환자로 한정했습니다. 당초 모든 경상환자를 넣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한의업계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환자가 진단서 등 서류를 내면, 보험사와 자동차 공제조합이 자배원에 검토를 요청하고, 자배원이 결과를 환자·보험사·공제조합에 통보합니다.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정부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영유아는 검토 없이 계속 치료받을 수 있고, 서류 발급 비용과 검토가 끝날 때까지의 치료비는 보험사·공제조합이 부담합니다. 심사는 종합병원 10년 경력 이상의 의과·한의과 전문의 200여 명을 위촉해 맡깁니다.
왜 이런 제도가 필요했을까요? 숫자가 말해줍니다. 경상환자는 2019년 약 155만4000명에서 2024년 148만8000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이들의 치료비는 1조원에서 1조41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환자는 6만6000명 줄었는데 치료비는 4100억원 더 나간 겁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정부는 이번 개선으로 불필요한 보험금 지출이 줄고, 나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경험 많은 의료인이 기존 진료에서 못 찾은 병을 추가로 발견하는 순기능도 있을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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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환자
실제보다 아픈 척하며 치료와 입원을 끄는 가짜 환자를 가리키는 속어입니다. 이들이 타 간 보험금은 결국 보험사의 지출을 늘리고, 그 부담은 보험료 인상으로 모든 운전자에게 돌아옵니다. 남 일 같지만 사실 내 보험료 문제인 겁니다.
경상환자
교통사고 부상 중 염좌·타박상처럼 비교적 가벼운 상해를 입은 환자를 말합니다. 생명에 지장이 없고 회복이 빠른 부상인데도 치료가 수개월씩 이어지는 경우가 문제였습니다. 이번 8주룰은 "가벼운 부상인데 두 달 넘게 치료가 필요하다면, 정말 필요한지 전문가가 한 번 보자"는 것입니다.
손해율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중에서 보험금으로 도로 나간 돈의 비율입니다. 🎒 회비 100만원을 걷었는데 지출이 90만원이면 손해율 90%입니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사는 남는 게 없으니 이듬해 보험료를 올립니다. 과잉진료 차단 → 손해율 하락 → 보험료 안정, 이 연결고리가 이 제도의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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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2금융
20년 수성 신한 vs 청라상륙 하나, 인천 혈투
한 줄로 말하면
인천시 곳간 17조원을 4년간 맡을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20년 수성의 신한은행과 청라로 본사를 옮기는 하나은행이 정면충돌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지방자치단체도 돈을 맡길 주거래은행이 필요합니다. 시의 세금 수납과 재정·기금 관리를 도맡는 은행을 시금고*라고 합니다. 인천시 재정 17조원을 굴릴 차기 시금고 입찰이 시작되는데, 5대 은행이 일제히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입찰은 둘로 나뉩니다. 일반회계·공기업특별회계·기금 등 약 15조원을 관리하는 1금고와, 기타 특별회계 약 2조원을 맡는 2금고입니다. 선정된 은행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인천시 재정을 관리합니다. 인천시는 이달 중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하나은행은 1금고 입찰 참여를 확정했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검토 중입니다. 2금고를 맡고 있는 NH농협은행은 수성을 준비합니다.
금융권은 1금고를 신한 대 하나의 양강 구도로 봅니다. 두 은행의 전략이 정반대라 흥미롭습니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20년 가까이 인천시 1금고를 맡아온 현역입니다. 본사가 어디 있느냐 같은 상징성보다, 세정 업무와 시민 납부 서비스를 사고 없이 돌려온 '검증된 역량'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폅니다. 특히 지난 7월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으로 4개 구가 새로 출범할 때, 서비스 중단과 수납 오류 없이 전산 전환을 마친 사례를 앞세웁니다. 당시 인천시·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신한은행 IT 인력이 참여하는 24시간 협업체계까지 가동됐습니다.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천' 같은 지역 기여 실적도 수성 카드입니다.
하나은행의 무기는 '이사'입니다. 하나금융 본사가 오는 9월 인천 청라로 이전합니다. 본사가 오면 고용과 세수가 따라옵니다. 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내세워 "인천의 은행은 인천에 본사를 둔 우리"라는 지역 대표성으로 승부하겠다는 겁니다. 20년 축적된 운영 실력이냐, 지역경제에 대한 통 큰 기여냐. 인천시의 선택이 주목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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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고
시의 세금이 들어오고 예산이 나가는 통로가 되는 지정 은행입니다. 🎒 학교로 치면 학생회비 통장을 관리하는 총무 같은 자리죠. 은행 입장에서는 수십조 원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하는 데다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고객이 되는 효과까지 있어서,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입찰 때마다 은행들이 사활을 겁니다.
일반회계
시의 기본 살림살이 장부입니다. 세금으로 걷어서 복지, 도로, 행정 등 일반적인 사업에 쓰는 돈이 여기에 담깁니다. 규모가 가장 커서 1금고의 핵심입니다.
특별회계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반 살림과 분리해 따로 관리하는 장부입니다. 상수도 사업처럼 요금을 받아 운영하는 공기업 사업 등이 대표적입니다. 🎒 생활비 통장(일반회계)과 여행 적금 통장(특별회계)을 따로 두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돈의 용도가 섞이지 않게 하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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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2금융
"돈 묶이는건 싫어"… 식어가는 적금 인기
한 줄로 말하면
이자를 더 주는데도 "돈이 묶인다"는 이유로, 한 달 새 적금에서 2조원이 빠져나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5대 은행의 7월 말 적금 잔액은 45조23억원. 한 달 전보다 1조9179억원 줄었습니다. 고금리 시대가 오면서 정기예금*에는 뭉칫돈이 몰리는데, 정작 이자율이 더 높은 편인 적금은 외면받는 기묘한 현상입니다.
적금은 매월 일정 금액을 붓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상품입니다. 요즘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이 3%대 초중반인데, 적금 이자율은 일반적으로 이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피할까요?
함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금의 높은 금리는 급여통장 이체, 은행 계열사 카드 실적 같은 각종 조건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만기 전에 해지하면 우대금리가 사라져 금리 매력이 없어집니다. 결국 적금은 '묶이는 돈'입니다. 급할 때 바로 꺼내 쓰기 어렵다는 뜻이죠. 필요할 때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성질, 즉 환금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여기에 증시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고공행진하던 코스피가 7월 이후 강한 조정을 받고 있는데, 국내 증시에서 학습 효과를 얻은 개인투자자들은 "떨어졌을 때 바로 들어갈 대기자금"을 손에 쥐고 있으려는 성향이 강해졌습니다.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잡으려면 돈이 묶여 있으면 안 되니까요.
흐름을 보면 뚜렷합니다. 5대 은행 적금 잔액은 작년 말 46조457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6조9202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6월 만기 도래와 함께 선호가 정기예금으로 쏠리면서 7월 한 달에만 2조원 가까이 빠져나갔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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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목돈을 한 번에 넣고 정해진 기간 묵힌 뒤 이자를 받는 상품입니다. 매달 나눠 붓는 적금과 달리, 이미 있는 목돈을 굴리는 방식입니다. 조건 없이 금리가 확정되는 경우가 많아, 요즘처럼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것'을 찾는 분위기에서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환금성
자산을 필요할 때 얼마나 빨리, 손해 없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 지갑 속 현금은 환금성 최고, 부동산은 팔리는 데 몇 달씩 걸리니 환금성 최저입니다. 적금은 중간에 깨면 우대금리를 잃으니 '손해 없이'라는 조건에서 탈락합니다. 투자 기회를 노리는 사람일수록 수익률보다 환금성을 앞세운다는 것이 이번 기사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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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2금융
이자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SC제일은행, 제휴 예금 출시
한 줄로 말하면
예금 이자를 현금 대신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받는 상품이 시중은행 최초로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SC제일은행이 대한항공과 손잡고 'SC제일 대한항공 마일리지 예금'을 내놨습니다. 만기 때 받는 세후 이자*를 1만원 단위까지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해 주는 상품으로, 시중은행에서는 처음입니다.
조건은 이렇습니다. 6개월 또는 12개월 만기로 가입할 수 있고, 기본 이율은 각각 연 3.15%, 3.55%입니다. 가입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가입 시점에 SC제일은행의 자산관리(PB)* 고객 등급 이상이면 0.1%포인트 우대 이율이 붙습니다.
출시 기념 이벤트도 겁니다. 오는 10월 말까지 최대 1만5000마일리지와 왕복 항공권을 경품으로 제공합니다. 이자를 '돈'이 아니라 '여행'으로 돌려받고 싶은 사람들을 겨냥한, 은행과 항공사의 이색 조합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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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후 이자
약속된 이자에서 이자소득세를 떼고 실제 손에 쥐는 금액입니다. 예금 광고의 금리는 세금을 떼기 전 숫자라서, 실제 수령액은 그보다 적습니다. 이 상품이 마일리지로 바꿔주는 것도 세금을 뗀 뒤의 '진짜 내 이자'입니다.
자산관리(PB)
Private Banking의 약자로, 은행이 자산이 많은 고객에게 전담 직원을 붙여 투자·세금·상속까지 종합 관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은행마다 일정 자산 기준을 넘는 고객에게 PB 등급을 부여하는데, 이 상품처럼 PB 고객에게만 우대 금리 같은 추가 혜택을 얹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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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7부동산
[단독] 대출 끊겨도 '갈아타기'… 서울선 주식·코인 팔아 집 샀다
한 줄로 말하면
대출이 막힌 서울에서는 헌 집 판 돈과 주식·코인 판 돈으로 새집을 사고, 지방은 여전히 은행 대출에 기댑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집을 살 때는 그 돈을 어디서 마련했는지 신고하는 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를 냅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전국 17개 시도의 조달계획서를 분석했더니, 서울과 지방의 돈 마련 방식이 완전히 갈라져 있었습니다.
올해 1~5월 서울 개인 매수자의 자금 중 가장 큰 몫은 '부동산 처분대금'으로 32.6%였습니다. 은행 등 금융기관 대출은 22.7%에 그쳤습니다. 기존 집을 팔아 다음 집을 사는 '갈아타기'가 서울 주택 거래의 핵심 자금원이 된 겁니다. 전국에서 처분대금 비중이 대출을 앞선 곳은 서울·경기·세종·전북 단 네 곳뿐인데, 서울은 그 격차가 9.9%포인트로 가장 컸습니다.
흐름도 뚜렷합니다. 서울의 처분대금 비중은 2022년 21.8%에서 지난해 34.7%로 뛰었고 올해도 32.6%입니다. 주식·채권·가상화폐 매각대금 비중은 2021년 2.9%에서 올해 7.6%로, 증여·상속 자금은 3.8%에서 6.4%로 커졌습니다. 둘 다 전국에서 서울이 1위입니다. 대출이 조여지자 기존 자산을 현금화하거나 가족 지원을 받아 더 좋은 동네, 즉 상급지*로 이동하는 거래가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지방은 정반대입니다. 울산(36.5%), 대구(36.1%), 부산(35.8%), 충북(33.6%), 광주(33.3%), 충남(32.6%) 등 대부분 지역에서 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30%를 넘었고, 처분대금은 모두 대출보다 낮았습니다. 특히 경북은 대출이 33.6%인데 처분대금은 16.0%에 그쳤습니다.
이 대비가 왜 중요할까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라는 같은 정책이 지역마다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자산으로 집을 사는 서울은 대출 규제의 그물을 비껴가고, 대출로 집을 사는 지방만 정면으로 타격을 받는 구조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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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
집을 살 때 매수 자금의 출처(대출, 예금, 기존 부동산 판 돈, 증여 등)를 항목별로 적어 내는 신고서입니다. 원래는 편법 증여나 투기를 감시하려는 서류인데, 모아 놓고 분석하면 이번 기사처럼 "사람들이 무슨 돈으로 집을 사는가"를 보여주는 귀한 통계가 됩니다.
상급지
지금 사는 곳보다 입지·학군·교통·집값 상승 기대가 더 좋은 지역을 부르는 부동산 시장 용어입니다. '상급지로 갈아타기'는 기존 집을 팔아 더 좋은 동네로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대출이 막혀도 서울에서 이 이동이 계속된다는 건, 규제로도 좋은 입지를 향한 수요 자체는 꺾이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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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7부동산
부천, 20년만에 새단장 … 1.2만가구 공급 러시
한 줄로 말하면
아파트 10채 중 6채가 20년 넘은 부천이, 중동 재건축과 원도심 재개발로 1만2000가구 공급 러시에 들어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경기 부천시는 서울 서남부와 맞닿아 있고 생활 기반시설도 잘 갖춰졌지만, 아파트가 늙었습니다. 지난해 기준 부천 아파트 16만7724가구 중 준공 20년이 넘은 단지가 10만3362가구, 무려 61.1%입니다. 경기도 평균(43.3%)을 크게 웃돕니다. 1990년대 중동신도시와 2000년대 상동지구 개발 이후 새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탓입니다.
그런 부천의 정비는 두 축으로 갑니다. 하나는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 다른 하나는 노후 주택가 일대를 통째로 갈아엎는 재개발입니다. 재건축의 무대는 1기 신도시인 중동입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지난달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은하마을. 대우동부(632가구), 효성쌍용(540가구), 은하주공1단지(795가구), 은하주공2단지(420가구) 등 4개 단지 2387가구를 최고 49층, 3432가구로 재건축합니다. 예비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신탁입니다. 삼익·선경·동아·건영 4개 단지 3570가구를 4429가구로 늘리는 반달마을A도 올해 정비구역 지정이 목표이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초기 사업비 조달과 인허가를 지원합니다.
재개발은 부천역~소사역~역곡역을 잇는 '1호선 라인'이 중심축입니다. 소사3구역은 'e편한세상 부천 어반스퀘어'로 바뀌어 2029년 준공 예정이고, 괴안3D구역은 '쌍용 더 플래티넘 온수역'(759가구)으로 조성 중입니다. 소사본1-1구역도 속도가 빠릅니다.
분양시장도 이미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지난 5월 'e편한세상 부천 어반스퀘어'가 1649가구를 분양했고, 이달에는 '상동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1859가구가 청약을 진행합니다. 소사본1-1구역 재개발(두산위브더제니스부천)은 일반분양 1158가구와 오피스텔 261실을 앞두고 있습니다.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 A1·2블록 공공분양도 예정돼 있습니다. 수도권 서남권의 대표 주거지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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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입니다. 보통 층수를 높여 가구 수를 늘립니다. 은하마을이 2387가구를 3432가구로 늘리는 것처럼, 기존 주민 몫을 빼고 남는 물량은 일반분양으로 팔아 사업비를 충당합니다.
재개발
아파트 단지 하나가 아니라, 도로·주차장 같은 기반시설까지 낡은 동네 전체를 구역으로 묶어 갈아엎는 사업입니다. 🎒 재건축이 '집 한 채 리모델링'이라면 재개발은 '동네 전체 새 단장'입니다. 부천에서는 1호선 역세권의 낡은 원도심이 그 대상입니다.
1기 신도시
1990년대 초 수도권 집값을 잡으려고 정부가 계획적으로 만든 다섯 개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를 말합니다. 부천 중동이 그중 하나입니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가면서 다섯 곳 모두 재정비가 국가적 과제가 됐습니다.
특별정비구역
1기 신도시 같은 노후계획도시를 빠르게 재정비하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입니다. 여러 단지를 묶어 통합 재건축을 하도록 하는 대신 절차와 규제 면에서 사업이 빨리 굴러가게 지원합니다. 은하마을이 4개 단지를 한 묶음으로 최고 49층까지 올릴 수 있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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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7부동산
정부 믿고 등록했는데…임대사업자 '날벼락'
한 줄로 말하면
"임대 등록하면 세금을 깎아준다"던 정부가 약속을 거둬들이면서,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집주인들이 덫에 갇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60대 A씨의 사례부터 보겠습니다. 2018년, 정부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준다는 말에 A씨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사서 8년짜리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했습니다. 오는 9월이면 임대의무기간 8년이 끝납니다. 약속대로라면 이제 혜택을 챙겨 팔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두 개의 벽이 생겼습니다. 첫째, 이 아파트가 2023년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습니다. 둘째, 강남구는 투기과열지구라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는 '10년 보유, 5년 실거주, 1주택' 조건을 모두 채워야만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있습니다. 세를 줬던 A씨는 실거주 조건을 채울 수 없습니다. 즉, 팔고 싶어도 못 파는 겁니다.
여기에 전날 발표된 '2026 세제 개편안'이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의 양도세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입니다. 내년까지 팔면 기존 혜택이 유지되지만, 2028년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절반 부과되고 장특공제(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30%로 줄어듭니다. 2029년부터는 축소가 더 이어집니다. "기한 안에 팔면 봐준다"는 것인데, A씨처럼 팔 수 없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퇴로입니다.
돌아보면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2017년 12월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지방세 감면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임대료를 5% 이내로만 올리며 세입자와 상생하면 혜택을 주겠다고 공언했죠. 그 말을 믿고 민간 임대주택은 2017년 180만가구에서 2018년 212만1000가구, 2019년 220만5000가구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혜택을 없애겠다고 말을 바꾸니,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겁니다. 정부 정책을 가장 충실히 따른 사람이 가장 난감해진 아이러니. 이 기사가 '날벼락'이라는 제목을 단 이유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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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임대주택
정부에 등록하고 일정 기간(이 사례에서는 8년) 의무적으로 임대를 놓는 주택입니다. 그 기간엔 마음대로 팔 수 없고 임대료 인상도 제한되는 대신, 세금 혜택을 받기로 한 일종의 '정부와의 계약'입니다. 그 계약 조건이 중간에 바뀐 것이 이번 논란의 본질입니다.
조합설립 인가
재건축을 하려면 집주인들이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자체가 이 조합 설립을 공식 승인하는 절차입니다.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신호이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이 시점부터 조합원 지위를 남에게 넘기는 것이 제한됩니다. 투기꾼이 막판에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투기과열지구
집값 과열이 심해 정부가 가장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지역입니다. 대출 한도가 줄고, 조합설립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막힙니다. 예외적으로 팔려면 '10년 보유, 5년 실거주, 1주택'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채워야 합니다. A씨의 발목을 잡은 게 바로 이 조건입니다.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보다 한 단계 낮은 규제 지역입니다.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곳에 지정되며 세금과 대출에서 불이익이 붙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이 지역에서 사들여 임대 등록한 아파트의 양도세 혜택을 단계적으로 거둬들이겠다는 것입니다.
🏭 PART 3. 산업·기업
A10산업
'자연 ESS' 양수발전 속도 … 설비용량 4배로 확대
한 줄로 말하면
태양광·풍력이 늘어나자, 남는 전기로 물을 퍼 올렸다가 필요할 때 다시 떨어뜨려 전기를 만드는 '물 배터리' 발전소를 지금의 4배 가까이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번 계획의 주인공은 양수발전*입니다. 위쪽 댐과 아래쪽 댐, 저수지 두 개로 움직이는 발전소입니다. 전기가 남아도는 낮에는 태양광·풍력에서 나온 잉여 전기로 모터를 돌려 물을 위쪽 댐으로 퍼 올립니다. 전기가 부족해지는 저녁에는 그 물을 아래로 떨어뜨려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만듭니다.
🎒 쉽게 말해 거대한 '물로 만든 보조배터리'입니다. 그래서 기사 제목처럼 '자연 에너지저장장치(ESS)*'라고 부릅니다. 배터리처럼 전기를 화학물질에 담는 대신, 물의 높이차에 담아두는 것이지요.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한국전력공사 자회사들이 지금 총 9.5기가와트 규모의 양수발전 부지를 새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게 전부 완성되면, 이미 짓고 있는 3.7기가와트까지 합쳐 국내 양수발전 설비용량은 현재 4.7기가와트에서 17.9기가와트로 약 280% 늘어납니다. 지금의 4배 가까운 규모입니다.
이 숫자는 정부의 공식 계획보다도 큽니다. 지난해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양수발전 10.4기가와트를 목표로 잡았는데, 지금 추진 중인 규모는 그보다 70%가량 많습니다. 다음 계획인 제12차에서 양수발전이 크게 늘어날 것을 미리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영동(500메가와트), 홍천(600메가와트), 포천(700메가와트)에 2030~2033년 준공 목표로 발전소를 짓고 있고, 합천(900메가와트), 영양(1000메가와트)도 2034~2036년 준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만 걸림돌이 있습니다. 산에 커다란 댐을 두 개나 만들어야 하니 환경 훼손 논란이 따라붙습니다. 실제 홍천 양수발전소는 주민 반대로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간 공사가 멈추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앞으로 새 댐을 파는 대신 기존 댐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고, 한수원은 '재생에너지 밀집지역 양수발전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도 발주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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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발전
'양수'는 물을 퍼 올린다는 뜻입니다. 남는 전기로 물을 올려놓았다가(충전), 전기가 필요할 때 떨어뜨려 발전합니다(방전). 태양광은 해가 떠 있을 때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듭니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남는 전기를 받아뒀다가 모자랄 때 내주는 양수발전의 몸값이 올라갑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를 저장해 두는 장치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보통은 대형 배터리를 떠올리지만, 양수발전처럼 물을 이용하는 방식도 넓게 보면 ESS입니다. 전기는 만들어지는 순간 쓰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시대에는 '저장'이 발전만큼 중요해집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가 "앞으로 우리나라에 전기가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발전소를 얼마나 지을지"를 정하는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입니다. 2년마다 새로 만들며, 지난해 11번째(제11차) 계획이 확정됐습니다. 발전 회사들은 이 계획에 맞춰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여기 담기는 숫자 하나하나가 수조 원짜리입니다.
정부가 밀고 있는 사업의 이름은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입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같은 공장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도록 돕는 사업입니다. 산업통상부가 4일 업무보고에서 그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숫자가 꽤 선명합니다. 사업에 일찍 착수해 성과가 나기 시작한 42개 사업장을 점검했더니, 생산성은 평균 30.1% 높아지고 불량률은 15.5% 낮아졌습니다. 🎒 같은 공장, 같은 사람들이 일하는데 물건은 1.3배 나오고 불량품은 6개 중 1개꼴로 사라진 셈입니다.
이 지원은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왔고, 지금까지 170여 개 사업장이 참여했습니다. 산업부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AI 팩토리를 2030년까지 500개로 늘리고, '풀스택 AI 팩토리' 핵심 기술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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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
'Manufacturing(제조업) AI Transformation(전환)'을 줄인 정부 사업 이름입니다. 공장의 설비 데이터, 생산 기록을 AI에 학습시켜 "언제 기계가 고장 날지", "어떤 조건에서 불량이 나오는지"를 미리 잡아내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AI 팩토리
인공지능이 생산 과정을 관리·최적화하는 공장을 말합니다. 사람이 눈으로 불량을 골라내던 일을 카메라와 AI가 하고, 감으로 조절하던 기계 설정을 데이터로 조절합니다. 정부는 이런 공장을 2030년까지 500개로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A13기업
"우주산업 이끌 경력 뽑아요" 한화시스템 세자릿수 채용
한 줄로 말하면
한화그룹이 55조원짜리 우주 전략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한화시스템이 우주 인재를 100명 넘게 뽑겠다고 나섰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화시스템이 2026년 하반기 우주사업부 경력사원을 세 자릿수, 그러니까 100명 이상 규모로 채용한다고 4일 밝혔습니다. 지난달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55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우주 강국'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는데, 그 후속 조치입니다.
뽑는 분야를 보면 회사가 어디에 돈을 쓰려는지 보입니다.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 위성용 태양전지, 그리고 위성 서비스의 운영·영업·전략까지 우주 사업 전반입니다. 근무지는 서울사업장, 판교연구소, 제주우주센터 등이고, 지원 자격은 석박사 기간을 포함해 실무 경력 5년 이상입니다. 채용 전용 마이크로사이트를 열어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받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중장기 전략에 따라 초저궤도 SAR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등 우주 분야에만 약 20조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도전적이고 역량 있는 인재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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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전파를 쏘고 되돌아오는 신호로 지상을 '찍는' 위성입니다. 카메라와 달리 전파를 쓰기 때문에 구름이 껴도, 캄캄한 밤에도 지상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날씨의 방해를 받지 않아 군사 정찰이나 재난 감시에 특히 쓸모가 큽니다.
저궤도 위성통신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낮은 궤도에 위성을 여러 개 띄워 인터넷·통신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위성이 가까이 있으니 신호가 오가는 시간이 짧아 통신이 빠릅니다. 스타링크가 유명한 그 방식이며, 기지국을 세울 수 없는 바다·사막·오지에서도 통신이 됩니다.
A13산업
SK하이닉스 "데이터 병목 해결"…HBF 표준 공개
한 줄로 말하면
SK하이닉스가 AI 시대의 '데이터 정체 구간'을 뚫을 새 메모리 HBF의 첫 표준을 내놨고, 구글까지 판에 올라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번 발표의 주인공은 고대역폭플래시(HBF)*입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샌디스크와 함께 만든 이 새 메모리의 첫 표준 규격을, 6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리는 저장장치 행사 'FMS 2026'에 맞춰 공개한다고 4일 밝혔습니다. 목표는 2030년 상용화입니다.
HBF가 뭘까요? 지금 AI 반도체의 단짝은 고대역폭메모리(HBM)입니다. 데이터를 엄청나게 빨리 주고받지만, 비싸고 용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HBF는 HBM과 저장장치(SSD) 사이에 끼어드는 새로운 계층입니다. HBM처럼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도, 낸드를 기반으로 해 용량을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 HBM이 책상 위 좁은 메모지라면, HBF는 책상 바로 옆에 붙여 놓은 대형 책장입니다. 창고(SSD)까지 왔다 갔다 하는 횟수를 확 줄여줍니다.
왜 지금 이게 필요할까요? AI의 무게중심이 모델을 만드는 '학습'에서,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로 쓰는 'AI 추론*'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론이 확산되면 다뤄야 할 데이터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HBF는 속도(대역폭)와 용량을 동시에 잡는 기술로 주목받습니다. HBM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함께 쓰이며 추론 효율을 높이는 역할입니다.
규격의 내용도 구체적입니다. 낸드를 8단 또는 16단으로 쌓아 최대 512기가바이트 용량까지 정의했고, 속도는 1초에 0.4테라바이트부터 3.0테라바이트까지 세 등급으로 나눴습니다. 연산장치와의 연결은 업계 표준인 UCIe를 채택해, 그래픽처리장치(GPU)든 중앙처리장치(CPU)든 종류가 달라도 유연하게 붙일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참여자 명단입니다. 구글과 텐스토렌트가 컨소시엄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미래의 큰손 고객이 표준 만들기부터 함께한다는 뜻이니, 상용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입니다. 규격은 세계 최대 개방형 데이터센터 기술 협력체인 OCP를 통해 공개돼, 특정 기업이 아닌 업계 전체가 쓰는 개방형 표준이 됩니다. 지난해 8월 샌디스크와 표준화 협력을 시작하고 올해 2월 컨소시엄을 출범한 지 약 6개월 만의 결과물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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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폭플래시(HBF)
낸드 칩을 아파트처럼 쌓아 올려 'HBM처럼 빠르고, SSD처럼 넉넉한' 중간 계층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AI가 다루는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빠른데 작은 메모리"와 "큰데 느린 저장장치" 사이의 빈틈이 문제가 됐는데, 그 빈틈을 메우는 신제품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칩을 여러 층으로 쌓고 수많은 통로로 연결해 데이터가 오가는 길을 확 넓힌 메모리입니다. AI 반도체의 필수 부품이라 요즘 반도체 뉴스의 최대 주인공입니다. 다만 비싸고 용량 확장에 한계가 있어, 이번 기사처럼 보완재(HBF)가 등장하는 배경이 됩니다.
낸드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저장용 반도체입니다. 스마트폰 저장공간, SSD에 들어가는 그 칩입니다. D램보다 느리지만 같은 값에 훨씬 큰 용량을 만들 수 있어, HBF는 이 장점을 가져다 씁니다.
AI 추론
학습이 'AI를 공부시키는 단계'라면, 추론은 '공부한 AI가 실제로 답을 내놓는 단계'입니다. 챗봇이 여러분 질문에 답하는 매 순간이 추론입니다. 쓰는 사람이 늘수록 추론 횟수가 폭증하니, 이를 감당할 메모리 수요도 함께 폭증합니다.
A13산업
"OLED 기술 넘보지마" 중국과 글로벌 특허전쟁
한 줄로 말하면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기술을 베끼려는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서 잇따라 완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디스플레이 시장의 중심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LCD에서는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한국 기업들이 OLED에서만큼은 기술 격차를 지키려 하는데, 후발 주자인 중국 기업들이 특허 침해와 인재 빼가기로 따라붙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특허 전쟁'으로 맞서는 상황입니다.
가장 최근의 승부는 LG디스플레이 대 중국 톈마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톈마가 LCD·OLED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과 독일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톈마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LG디스플레이 특허를 무효로 해달라고 청구하고, 독일 법원에는 가처분 소송을 냈습니다.
결과는 일방적이었습니다. 미국 특허심판원은 톈마의 무효 심판 청구를 아예 심리조차 열지 않고 거부했고, 독일 법원도 톈마의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보통 글로벌 특허 분쟁은 최소 수년씩 끄는데, 이번엔 1년도 안 돼 끝났습니다. 그만큼 두 회사의 기술 격차가 압도적이었다는 평가입니다. 분쟁이 끝나면서 톈마가 LG디스플레이에 내게 될 로열티*는 업계 추산 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전쟁에 뛰어든 건 삼성디스플레이였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중국 법원 등에 중국 BOE를 상대로 OLED 특허·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여러 건 냈습니다. ITC는 지난해 7월 BOE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관련 제품에 약 14년 8개월간 제한적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리라고 권고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11월 양사가 합의서를 내면서 수년간의 분쟁이 마무리됐습니다.
왜 중국은 이렇게까지 할까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이 가장 공들이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에서 아직 글로벌 소비자를 만족시킬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을 정면으로 못 따라잡으니 베끼기와 인재 유출로 지름길을 찾으려 한 것인데, 법정에서 연달아 제동이 걸린 셈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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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입니다. 뒤에서 빛을 쏘는 장치가 필요 없어 얇게 만들 수 있고, 검은색을 '진짜 꺼진 상태'로 표현해 화질이 뛰어납니다. 접는 폰이 가능한 것도 OLED 덕분입니다. 지금 한국이 세계 최고 기술을 쥔 분야라, 이 기사 속 전쟁터가 됐습니다.
LCD(액정표시장치)
액정이 빛을 통과시키거나 막는 방식으로 화면을 만드는 이전 세대 디스플레이입니다. 스스로 빛을 못 내서 뒤에 빛을 비추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한때 한국이 세계 1위였지만, 중국이 값싸게 물량을 쏟아내며 주도권을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OLED에서만큼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로열티
남의 특허 기술을 쓰는 대가로 내는 사용료입니다. 톈마가 5000억원을 내게 됐다는 건, "그 기술은 LG디스플레이 것"이라고 사실상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특허 전쟁의 승리는 이렇게 돈으로 돌아옵니다.
A13산업
"볼보 EX90보다 승차감 좋아" 독일매체 '아이오닉9' 극찬
한 줄로 말하면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이 독일의 권위 있는 비교평가에서 볼보 EX90을 눌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전동화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이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어 운트 슈포르트'의 비교평가에서 볼보 'EX90'을 이겼습니다. 이 매체의 비교평가는 독일에서 차량 구매의 주요 참고 지표로 쓰일 만큼 영향력이 큽니다.
평가는 아이오닉9과 볼보 EX90 트윈 모터 AWD를 놓고 차체, 안전성, 편의성, 파워트레인*, 주행 성능, 친환경성, 경제성 등 7개 항목에서 진행됐습니다. 결과는 아이오닉9 572점, 볼보 EX90 555점. 17점 차이였습니다.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 안전으로 유명한 볼보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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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원래 함대를 이끄는 '기함(대장 배)'을 뜻하는 말로, 한 브랜드에서 가장 크고 비싸고 기술을 총동원한 대표 모델을 가리킵니다. 플래그십의 평가는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리기 때문에, 이런 비교평가 승리가 회사에는 큰 홍보 자산이 됩니다.
파워트레인
엔진이나 모터에서 나온 힘을 바퀴까지 전달하는 장치 전체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전기차라면 모터·배터리·감속기가 여기 해당합니다. 자동차 평가에서 '심장과 근육'을 보는 항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A14기업
"이젠 CEO의 AI 전략이 기업 생존 좌우"
한 줄로 말하면
세계적 경영학자가 "AI 시대는 산업혁명급 대전환이니, CEO가 회사의 뼈대부터 뜯어고쳐야 살아남는다"고 경고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영학회(AOM) 연례회의에서 타메르 차우스길 미국 조지아주립대 교수(오른쪽)가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석좌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차우스길 교수는 제5회 현대차 우수 국제
무슨 일이 있었나
기업가정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타메르 차우스길 미국 조지아주립대 교수가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영학회(AOM) 연례회의에서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석좌교수와 대담했습니다. 매일경제가 주최한 자리였고, 차우스길 교수는 이번 회의에서 제5회 현대차 우수 국제경영학자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결과물에 기반한 AI 비용 산정과 AI 자원 배분에 나서야 한다. AI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운영, 거버넌스, 인력, 기술 모델 등을 개편해야 한다."
기회부터 볼까요? 그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상품 무역은 전년보다 20% 늘었습니다. 세계 상품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인데, 작년 전체 무역 성장의 절반을 이 15%가 도맡았습니다. 🎒 반에서 인원의 15%밖에 안 되는 학생들이 반 평균 상승분의 절반을 책임진 셈입니다. 그는 AI 에이전트 기반 조직을 "산업혁명과 디지털혁명 이후 가장 큰 조직 패러다임 변화"라고 규정하고,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운영·거버넌스·인력·기술이라는 5개 축을 재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위기 요인도 짚었습니다. 첫째, AI에 쓴 돈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명확히 추적할 수 있는 기업이 아직 없다는 것. 그의 표현으로는 "자본 배분이 지금은 증거 없는 확신의 영역에 있다"는 겁니다. 둘째는 규제입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한국이 각기 다른 규제를 갖고 있어, 글로벌 기업은 여러 규제 아래서 AI 자산을 운영해야 합니다.
전략 조언은 구체적입니다. 라이선스 개수나 사용자 수 같은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종결된 업무' '출하된 디자인' '해결된 분쟁'처럼 완료된 결과물 기준으로 AI 비용을 측정하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AI의 결정을 아직은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만큼, 경영관리의 역할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도 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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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질문에 답만 하는 챗봇을 넘어, 목표를 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를 실행해 일을 끝내는 AI를 말합니다. 이런 AI가 '디지털 직원'처럼 조직에 들어오면 일을 나누고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차우스길 교수가 산업혁명급 변화라고 부른 것입니다.
거버넌스
회사에서 '누가, 어떤 절차로, 무엇을 결정하는가'라는 의사결정의 틀을 말합니다. AI가 업무 결정에 끼어들기 시작하면 "AI의 판단은 누가 책임지는가", "어디까지 AI에 맡기는가"를 새로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AI 시대에 거버넌스 개편이 필수 과제로 꼽힙니다.
A14산업
황당한 일본 관세폭탄 … K철강 반발
한 줄로 말하면
한국보다 일본에 더 비싸게 팔았는데도 일본이 "싸게 팔아 시장을 어지럽혔다"며 최고 43% 관세를 매기자, 한국 철강업계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달 24일 포스코, KG스틸, 동국씨엠, 세아씨엠 등 한국산 도금 강판에 32.49~42.69%의 반덤핑 관세 예비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달 8일부터 잠정 관세가 붙고, 최종 판정은 오는 12월에 나옵니다.
그런데 숫자를 보면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반덤핑 관세는 '자기 나라보다 싸게 수출해서' 상대국 시장을 해칠 때 매기는 벌칙성 관세입니다. 그런데 조사 대상 기간인 2024년 기준, 한국 국내 시장의 도금 강판 평균 가격은 t당 111만8000원이었고, 일본에 들어간 한국산 도금 강판의 평균 수입가는 116만7584원이었습니다. 오히려 일본에 t당 5만원 가까이 더 비싸게 판 겁니다. 국내 업계가 "덤핑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업계는 조사 과정도 문제 삼았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낸 거래 원가 소명 자료를 일본 당국이 인정하지 않고, 자국 조사기관이나 제소자에게 유리한 정보만 골라 쓰는 '이용 가능한 사실*' 규정을 일방적으로 적용했다는 겁니다. "조사가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타격은 작지 않습니다. 도금 강판은 한국의 대일 철강 수출에서 약 25%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입니다. 올해 상반기 대일 수출량이 이미 35만9000t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잠정 관세까지 붙으면 추가 위축이 불가피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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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덤핑 관세
덤핑은 자기 나라 판매가보다 싸게 외국에 물건을 파는 행위이고, 반덤핑 관세는 그 싸게 판 만큼을 관세로 되받아쳐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입니다. 핵심 전제는 '싸게 팔았다'는 사실인데, 이번 사건은 한국이 일본에 더 비싸게 팔았다는 게 함정입니다. 전제가 무너진 채 벌칙만 매겨졌다는 게 한국 업계의 주장입니다.
도금 강판
철판 표면에 아연 등을 얇게 입혀 녹슬지 않게 만든 철강 제품입니다. 자동차 차체, 가전제품, 건축 자재에 널리 쓰입니다. 한국이 일본에 파는 철강의 4분의 1이 이 제품일 만큼 대일 수출의 간판 품목입니다.
이용 가능한 사실
무역 조사에서 기업이 자료를 제대로 안 내면, 조사 당국이 '확보 가능한 다른 정보'로 판정할 수 있게 한 규정입니다. 원래는 비협조 기업을 다루는 장치인데, 이번엔 한국 기업이 자료를 냈는데도 이를 부인하고 제소자 쪽 정보만 채택하는 데 쓰였다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A14기업
정몽준, HD현대 지분 3.5%… 아들 정기선 회장에게 증여
한 줄로 말하면
정몽준 이사장이 약 5838억원어치 HD현대 주식을 아들 정기선 회장에게 물려주며, 경영권 승계가 본격 궤도에 올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 중인 HD현대 주식 280만주를 장남 정기선 HD현대 회장에게 증여합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다음달 3일 증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이날 HD현대 종가 20만85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5838억원어치입니다.
이 증여로 부자의 지분율이 어떻게 바뀔까요? 정 이사장은 지난 3월 말 기준 2101만주(26.60%)를 갖고 있었는데, 증여 후 1821만주(23.05%)로 줄어듭니다. 반대로 정 회장은 기존 6.12%에서 약 9.67%로 올라갑니다. 다만 정 이사장이 여전히 23%가 넘게 보유하므로 최대주주 지위는 그대로입니다.
증여 전 → 증여 후 (HD현대 지분율)
정몽준 이사장 26.60% → 23.05% (최대주주 유지)
정기선 회장 6.12% → 9.67% (280만주 받음)
이번 증여는 정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승진하며 37년 만에 HD현대그룹의 오너 경영 체제를 연 이후 처음 이뤄지는 실질적인 지분 이동입니다. 지분율이 10%에 육박하면서 승계와 지배력 강화 흐름이 한층 빨라질 전망입니다.
주목할 만한 평가도 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유 지분을 공개적으로 증여하고 이에 따른 세금을 정상적으로 부담하는 방식은 승계 과정에서 가장 정공법에 가까운 선택이다."
복잡한 우회 방법 대신, 공개 증여하고 세금을 내는 방식을 택했다는 뜻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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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살아 있는 동안 재산을 대가 없이 넘겨주는 것입니다. 사망 후 넘어가면 상속입니다. 큰 금액을 증여하면 받는 사람이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수천억 원대 주식이라면 세금도 수천억 원대가 됩니다. 그래서 '세금 내며 하는 공개 증여'가 정공법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입니다.
공시
상장회사나 대주주가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알리는 제도입니다. 대주주의 주식 이동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미리 계획을 신고하게 돼 있습니다. 이번 소식도 '임원·주요 주주 특정 증권 등 거래계획 보고서'라는 공시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최대주주
회사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주주입니다. 주식회사는 주식 수만큼 의사결정 권한이 생기므로, 최대주주가 사실상 회사의 방향을 정합니다. 정 이사장이 최대주주를 유지한 채 아들 지분을 늘려주는 것은, 단계적으로 힘을 넘기는 과정이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A16산업
카카오 음성 AI, 사투리까지 표현
한 줄로 말하면
카카오의 음성 AI가 "경상도 사투리로 읽어줘"라는 말만으로 감정과 억양까지 바꿔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카나나-오'의 음성 생성 기능을 고도화했다고 4일 테크블로그를 통해 밝혔습니다. 텍스트를 자연스럽게 읽는 수준을 넘어, 음성 표현 자체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게 특징입니다.
사용법이 재미있습니다. "아주 빠르게 읽어줘", "경상도 사투리로 읽어줘"처럼 원하는 발화 방식을 자연어*로 말하면, AI가 속도·음량·음높이는 물론 감정, 억양, 강도까지 반영해 음성을 만들어 줍니다. 🎒 성우에게 "이 대사는 슬프게, 사투리로요"라고 디렉팅하듯 AI에게 주문할 수 있는 셈입니다.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발화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 평가하는 벤치마크* 'InstructTTSEval' 한국어 부문에서 카나나-오는 94.50점을 기록했습니다. 오픈AI의 GPT-4o-미니-tts(91.10점)를 앞섰고, 구글 제미나이 2.5 플래시 프리뷰 TTS(95.38점)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세계 빅테크와 견줄 만한 성적입니다.
카카오는 음성 이해와 생성을 하나의 통합 구조로 처리하는 연구를 이어가면서, 웃음·한숨·감탄 같은 비언어적 표현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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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어
프로그래밍 언어 같은 기계용 명령이 아니라, 사람이 평소 쓰는 그대로의 말을 뜻합니다. 예전에는 음성 속도나 톤을 바꾸려면 전문 설정값을 만져야 했지만, 이제 "빠르게 읽어줘" 한마디면 됩니다. AI 기술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상징적 변화입니다.
벤치마크
AI의 실력을 여러 모델에 똑같이 적용해 점수로 비교하는 표준 시험입니다. 회사마다 "우리 AI가 최고"라고 주장하니, 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쳐서 줄을 세우는 겁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시대로 말하기' 과목에서 카카오가 오픈AI를 이겼다는 성적표가 공개된 셈입니다.
A16산업
AI로 공공기관 업무 더 쉽게
한 줄로 말하면
회사와 공공기관의 업무 용어를 AI가 알아듣게 지도로 정리하는 협력이 시작됐습니다.
정석찬 한국빅데이터학회장(오른쪽)과 이상수 스마트마인드AI 대표. 한국빅데이터학회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빅데이터학회와 스마트마인드AI가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여수시 디오션컨벤션센터에서 '온톨로지 기반 AI 생태계 구축 및 확산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습니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업무 용어와 데이터 기준을 AI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스마트마인드AI는 기업용 AI 플랫폼 '큐리파이'를 협력에 활용합니다. 큐리파이는 회사의 데이터와 문서, 업무 기준을 온톨로지로 연결해, 권한이 있는 사용자가 일상적인 문장으로 질문하면 답과 함께 그 답의 근거가 된 자료와 기준까지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학회는 빅데이터·AI 분야 연구 역량과 전문가 네트워크, 학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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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톨로지
개념과 개념 사이의 관계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한 '지식 지도'입니다. 예컨대 어떤 기관에서 '민원'과 '접수'와 '처리기한'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의해 두면, AI가 그 조직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근거 있는 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AI가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지 않게 붙잡아 주는 뼈대 역할을 합니다.
업무협약(MOU)
두 기관이 "이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는 문서입니다. 계약처럼 강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협력의 방향과 역할 분담을 공식화하는 첫 단추입니다.
A16기업
'시큐어 AI' 특명 LG유플러스… 보안기업 파고네트웍스 인수
한 줄로 말하면
LG유플러스가 7년 만의 인수합병으로 보안기업 파고네트웍스를 사들이며 'AI 시대 보안'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홍범식 대표
무슨 일이 있었나
LG유플러스가 4일 국내 운영형 보안 서비스(MDR) 전문기업 파고네트웍스를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LG헬로비전 인수 이후 7년 만의 인수·합병(M&A)이자, 홍범식 대표 취임 후 첫 M&A입니다. 인수금액과 지분율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MDR이 뭐길래 통신사가 샀을까요? MDR은 기업의 정보기술 환경을 24시간 지켜보며 위협을 탐지·분석하고, 실제 대응까지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존 보안 제품이 "악성 코드 발견!" 하고 알려주는 데서 끝났다면, MDR은 보안 전문인력이 그 위협을 분석하고 차단하는 것까지 맡습니다. 🎒 화재경보기만 달아주는 게 아니라, 소방관이 상주하며 불까지 꺼주는 서비스인 셈입니다.
이번 인수는 홍 대표의 '시큐어 AI' 전략의 일환입니다. AI 서비스와 그것을 떠받치는 데이터·네트워크·클라우드 인프라 전반의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홍 대표는 취임 후 보안·품질·안전을 전사 3대 기본기로 제시해 왔는데, 그 첫 전략적 실행이 이번 인수라는 평가입니다.
파고네트웍스는 자체 개발한 보안 운영 플랫폼 '딥액트'를 기반으로 금융·제조·정보기술 기업에 MD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7개국에도 진출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이 회사의 위협 탐지·분석·대응 역량을 전사 보안 체계에 적용하고, MDR 운영에서 쌓이는 위협 정보로 내부 대응 속도를 높이는 한편 기업고객 대상 보안 사업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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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형 보안 서비스(MDR)
'Managed Detection & Response'의 약자로, 탐지(Detection)와 대응(Response)을 대신 운영(Managed)해 준다는 뜻입니다. 보안 전문인력을 직접 채용하기 어려운 기업이 24시간 감시·분석·차단을 통째로 맡기는 서비스입니다. 해킹이 AI로 정교해질수록 이런 '사람+시스템' 결합 서비스의 수요가 커집니다.
인수·합병(M&A)
다른 회사를 사들이거나(인수) 합치는(합병) 것입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려면 수년이 걸리지만, 그 기술을 가진 회사를 사면 시간을 통째로 사는 효과가 있습니다. LG유플러스가 7년 만에 이 카드를 꺼냈다는 것 자체가 보안을 그만큼 급하고 중요하게 본다는 신호입니다.
A16산업
1분에 140대 … 갤럭시 Z8 사전판매 돌풍
한 줄로 말하면
갤럭시 Z8 시리즈가 일주일 만에 144만대 팔리며 7년 묵은 갤럭시 사전판매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삼성전자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7일간 진행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사전판매*에서 총 144만대가 팔렸다고 4일 밝혔습니다. 1분당 140대꼴입니다. 2019년 8월 '갤럭시 노트10'이 11일간 세운 138만대 기록을 7년 만에 넘어섰고, 올해 2월 '갤럭시 S26' 시리즈의 135만대(7일), 지난해 'Z 폴드7·플립7'의 104만대(7일)도 앞질렀습니다. 접는 폰이 일반 바(막대)형 폰의 흥행 기록까지 깬 겁니다.
역대 갤럭시 사전판매
Z8 시리즈(2026) 144만대 / 7일 ← 신기록
노트10(2019) 138만대 / 11일
S26 시리즈(2026.2) 135만대 / 7일
Z 폴드7·플립7(2025) 104만대 / 7일
흥행의 주역은 '갤럭시 Z 폴드8'로, 사전판매의 70%를 차지했습니다. 접으면 5.5인치(10대16 비율) 화면, 펼치면 7.6인치(4대3 비율) 대화면입니다. 폴드 시리즈에 여권을 펼친 듯한 4대3 비율을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로로 길쭉했던 기존 폴더블과 달리, 영상을 볼 때 위아래 검은 여백이 줄어 콘텐츠 시청에 최적화됐습니다. 티타늄 소재를 결합한 '플렉스 티타늄*' 기술도 처음 적용해, 폴더블의 고질적 약점이던 화면 주름을 개선했습니다.
누가 샀을까요? 삼성닷컴 사전예약 고객의 절반이 10~30대였습니다. 폴드8 울트라·폴드8을 산 10~30대 여성 고객은 전작 폴드7 때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남성 중심이던 폴더블이 젊은 층과 여성 고객까지 끌어들인 겁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대중화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자평했습니다.
통신사 판매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SK텔레콤에서는 20~40대 비중이 전작보다 10%포인트 오른 65%였고, 일반 스마트폰에서 폴더블폰으로 갈아탄 고객이 62%에 달했습니다. KT에서도 폴드8이 예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선호도 1위에 올랐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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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판매
정식 출시 전에 미리 주문을 받는 판매 방식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실제 수요를 미리 가늠해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고, 첫 주 판매 기록은 신제품 흥행의 바로미터로 쓰입니다. 그래서 '7일간 144만대' 같은 숫자가 뉴스가 되는 것입니다.
플렉스 티타늄
화면이 접히는 부분의 내부 구조에 가볍고 단단한 티타늄 소재를 결합한 삼성의 기술입니다. 폴더블폰을 사려다 망설이게 만들던 대표 이유가 접히는 부분의 '주름'이었는데, 이를 개선해 구매 장벽을 낮췄습니다. 기록적 흥행의 숨은 공신 중 하나입니다.
A18산업
한국·일본 'K반지' 동맹 …"13억명 혈압 재겠다"
한 줄로 말하면
반지형 혈압계를 만든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혈압계 1위 일본 오므론과 손잡고 전 세계 고혈압 환자 시장에 도전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반지형 혈압계'로 유명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스카이랩스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합니다. 파트너는 세계 가정용 혈압계 1위인 일본 오므론입니다. 두 회사는 최근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의 일본 내 공급·유통을 위한 실무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소비자용 웰니스 제품으로 공급한 뒤 정식 의료기기 상용화 절차를 밟을 전망입니다. 해외 기기가 일본 당국(PMDA)의 정식 품목허가*와 보험 급여 등재까지 마치려면 평균 1~2년이 걸립니다.
카트 비피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손가락에 끼는 반지형 의료기기입니다. 손가락 혈관의 미세한 혈류 변화를 감지해 광혈류측정(PPG) 신호를 수집하고, AI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합니다. 팔에 공기주머니를 감는 기존 커프형 혈압계로는 재기 어려웠던 것들, 즉 수면 중의 '야간고혈압'이나 아침 혈압 급상승, 병원 밖 일상에서 나타나는 '가면고혈압'을 잡아내는 데 유용할 것으로 주목받습니다.
허가 이력도 탄탄합니다.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고, 올해 1월과 5월에는 유럽연합 의료기기 규정(CE-MDR)과 영국 의약품의료기기규제청(MHRA) 승인을 각각 획득했습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손목시계형 등 다양한 기기가 출시되고 있으나, 정식 의료기기로 승인받고 보험 급여까지 등재된 연속 혈압계는 카트 비피가 유일하다."
파트너 오므론은 어떤 회사일까요? 세계 가정용 혈압계 시장 점유율 50%의 절대강자입니다. 1973년 세계 최초로 전자식 가정용 혈압계를 상용화한 이래 50년 넘게 시장을 주도했고, 누적 판매량은 3억대를 웃돕니다. 130여 개국의 판매 네트워크와 국가별 인허가·마케팅 역량을 갖췄습니다. 🎒 신제품을 만든 스타트업이 전 세계에 매장을 둔 유통 제국과 손잡은 격입니다. 내년 일본 출시를 시작으로, 이 영업망을 타고 전 세계 고혈압 환자를 공략한다는 그림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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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혈류측정(PPG)
피부에 빛을 쏘아, 혈관 속 피의 양이 변할 때마다 달라지는 빛의 반사·흡수를 읽어내는 기술입니다. 스마트워치의 심박수 측정에도 쓰이는 원리입니다. 카트 비피는 이 신호를 AI로 분석해 공기주머니 없이도 혈압을 추정합니다. 그래서 자는 동안에도 24시간 연속 측정이 가능합니다.
가면고혈압
병원 진료실에서 재면 정상인데, 일상에서는 혈압이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병원에서만 '정상인 가면'을 쓰고 있는 셈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병원 측정만으로는 절대 못 잡아내니, 일상 내내 재주는 반지형 기기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품목허가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정식으로 판매해도 된다고 정부가 안전성과 효과를 심사해 내주는 허가입니다. '웰니스 제품'(건강 관리용)은 이 허가 없이도 팔 수 있지만, '의료기기'로 인정받아야 병원 처방과 보험 적용이 가능해져 시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A20기업
중국공장 인수 … 차 디스플레이 원스톱 생산
한 줄로 말하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탑런토탈솔루션이 LG디스플레이 중국 공장을 1000억원에 인수해, 부품 생산부터 조립까지 한 공장에서 끝내는 체제를 만듭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04년 설립된 탑런토탈솔루션은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인 백라이트유닛(BLU)* 제조 전문기업입니다. LCD 패널은 OLED와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화면 뒤에서 빛을 쏘아주는 별도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BLU입니다. 이 회사는 차량 계기판,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내비게이션 화면용 부품을 만들고 있으며,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을 1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부품 생산과 조립을 한 공장에서 끝내는 '원스톱' 체제로 생산원가를 1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경기 성남시 본사에는 눈길을 끄는 신제품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스위처블 프라이버시 모듈(SPM)'입니다. 특정 방향에서만 화면이 보이게 만드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로, 디스플레이 뒤에 들어가는 얇고 투명한 판입니다. 아크릴 계열 소재로 만든 도광판* 표면에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광학 패턴이 새겨져 있습니다.
왜 이런 게 필요할까요? 차 안 디스플레이는 점점 커지는데, 큰 화면은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아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영근 대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이 제품은 조수석 디스플레이 화면이 운전자 시야에서 보이지 않도록 설계됐다. 조수석 승객은 영상을 시청할 수 있지만 운전자는 화면을 인식하지 못해 주행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 옆자리 친구는 영화를 보는데, 내 눈에는 그 화면이 아예 꺼진 것처럼 보이는 마법의 필름인 셈입니다. 대기업 고객사와 공동 개발한 SPM은 두 개 층의 평면 렌즈로 빛의 확산과 집중을 정교하게 제어합니다. 주행 중에는 빛이 운전자 쪽으로 퍼지지 않게 하고, 일반 모드에서는 넓은 시야각을 제공합니다.
박 대표는 "과거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엔터테인먼트와 업무,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운전자 안전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회사는 디스플레이 모듈과 OLED 소재·장비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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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라이트유닛(BLU)
LCD 화면 뒤에서 빛을 공급하는 조명 장치입니다. LCD는 빛을 걸러서 색을 만들 뿐 스스로 빛나지 못하므로, BLU가 없으면 화면이 캄캄합니다. 🎒 LCD가 스테인드글라스라면 BLU는 그 뒤의 햇빛입니다. 차량용은 진동·온도 조건이 혹독해 일반 IT 제품보다 품질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도광판
한쪽 끝에서 들어온 빛을 판 전체에 고르게 퍼뜨려 주는 투명한 판입니다. 표면의 미세한 광학 패턴이 빛의 방향을 조절하는데, 탑런토탈솔루션은 이 패턴을 응용해 '보이는 방향'까지 제어하는 SPM을 만들었습니다.
A20기업
코아스, 탄소저장량 인증 사무가구 출시
한 줄로 말하면
산불에 탄 나무를 되살려 만든 책상이, 회사의 탄소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왔습니다.
코아스가 산불피해목을 활용해 출시한 사무가구 세트. 코아스
무슨 일이 있었나
사무가구 전문기업 코아스가 산불피해목을 활용한 '인스파이어 코어 시리즈' 45종을 4일 출시했습니다. 산림청의 '목재제품 탄소저장량 측정결과 통지서'에 따라 탄소 저장량 실적을 공식 인정받은 제품입니다. 이 가구를 들여놓는 회사는 별도 측정 없이도 ESG 보고서나 공공조달 심사에서 탄소 저장 실적을 객관적 수치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책상·수납가구·파티션이 포함된 1인 오피스세트 기준 탄소 저장량은 약 30.4킬로그램CO2입니다. 연간 30킬로그램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입니다.
기술의 핵심은 '버려질 나무 살리기'입니다. 코아스와 동화기업이 공동 출원·등록한 '화상목(산불피해목)을 이용한 가구용 부재 제조방법' 특허가 적용됐습니다. 산불에 탄 나무의 탄화층과 껍질을 제거한 뒤, 생분해성 바인더(접착 물질)를 써서 가구용 목재로 다시 만드는 방식입니다. 산불이 훑고 간 자리에서 폐기될 산림자원이 사무실 책상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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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저장량
나무는 자라는 동안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몸통에 가둡니다. 그 나무로 가구를 만들면 탄소는 가구 안에 계속 갇혀 있게 됩니다. 태워버리면 도로 대기로 풀려나지만, 가구로 쓰면 '저장'이 유지되는 것이지요. 이 갇힌 양을 수치로 인증받은 게 이번 제품의 차별점입니다.
ESG
환경(Environment)·책임(Social)·투명경영(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을 돈 버는 실력만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도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요즘은 투자 유치와 공공사업 수주에 ESG 성적이 실제로 반영되기 때문에, '탄소 실적을 증빙해 주는 가구'가 영업 무기가 됩니다.
A20기업
에이치엔에스하이텍, 상반기 매출액 450억원
한 줄로 말하면
디스플레이 접합소재 강자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이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찍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디스플레이 본딩 소재·전자부품 전문기업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한 4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입니다. 영업이익*은 43% 늘어난 50억원이었습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된 수치입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ACF*입니다. 디스플레이 같은 미세한 전자 부품을 정밀하게 연결해 주는 초정밀 접합소재로,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국내 LCD·PCB용 ACF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10개 중 8개가 이 회사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하반기 전망도 밝습니다. 글로벌 모바일 제조사의 프리미엄 제품 매출이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ACF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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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F
'이방성 전도 필름'이라 불리는 특수 접착 필름입니다. 두께 방향으로만 전기가 통하고 옆으로는 통하지 않아, 머리카락보다 가는 전극 수백 개를 한 번에 붙이면서도 서로 합선되지 않게 해줍니다. 스마트폰 화면과 회로를 잇는 보이지 않는 필수 소재입니다.
영업이익
매출에서 재료비·인건비 등 본업에 든 비용을 뺀, '장사 자체로 남긴 돈'입니다. 매출이 커도 영업이익이 없으면 남는 장사가 아닙니다. 이 회사는 매출(+22%)보다 영업이익(+43%)이 더 빠르게 늘었으니, 장사의 수익성 자체가 좋아졌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A20산업
오이 따고 상추 수확하는 로봇…일손 없어 버리는 농작물 줄여
한 줄로 말하면
일손이 없어 다 자란 농작물을 버리는 농촌 문제를, 오이 따는 로봇으로 풀겠다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메타파머스의 농작업 로봇이 스마트팜에서 딸기꽃을 솎고 있다. 메타파머스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 관악구 메타파머스 사무실에서는 '그리퍼*'를 장착한 로봇팔이 좌우로 움직이며 오이를 수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퍼로 오이의 상단을 잡고 옆으로 돌려 따는 방식입니다. 이규화 대표는 "자체 개발 그리퍼를 통해 상처 없이 오이를 수확할 수 있다"며 "다른 농업 자동화 기업과 달리 농작업 전용 도구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메타파머스는 2022년 설립된 피지컬 AI 기반의 애그테크 기업입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에 다니던 이 대표가 기업형 스마트팜에서 로봇 자동화 수요를 보고 창업했습니다. 온실·스마트팜에서 기르는 상추 같은 잎채소, 방울토마토 같은 과채류의 농작업 자동화 로봇과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왜 이 사업이 필요할까요? 농촌은 만성적인 일손 부족으로 다 키운 농작물을 폐기하는 일이 잦습니다. 특히 오이·토마토·딸기처럼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상품성이 뚝 떨어지는 과채류의 피해가 컸습니다. 이 대표는 "이젠 외국인 노동자도 농업 분야를 외면한다"며 "일손 부족 문제뿐 아니라 식량안보로도 이어지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메타파머스가 이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로봇의 눈썰미도 정밀합니다. 컴퓨터 비전* 기술로 오이 길이를 센티미터 단위로 재서 수확하고, 딸기는 1그램 단위로 무게를 가늠해 땁니다. 덜 자란 것은 두고 딱 알맞은 것만 골라 따는 겁니다. 회사는 농작업 피지컬 AI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며, 노동집약적인 온실 작업을 하나씩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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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퍼
로봇의 '손' 부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무엇을 잡느냐에 따라 모양과 힘 조절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쇠부품을 잡는 손으로 오이를 잡으면 으스러지겠지요. 메타파머스는 이 손을 작물별로 직접 설계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웁니다.
피지컬 AI
화면 속에서 글과 그림만 다루는 AI가 아니라, 로봇 같은 몸을 갖고 실제 물리 세계에서 움직이며 일하는 AI를 말합니다. 채팅 AI가 '두뇌'라면 피지컬 AI는 '두뇌+몸'입니다. 최근 세계 기술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다음 격전지입니다.
애그테크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첨단 기술로 농업 문제를 푸는 산업을 뜻합니다. 스마트팜, 농업 로봇, 드론 방제가 모두 여기 속합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이 심한 한국 농촌에서 성장성이 큰 분야로 꼽힙니다.
컴퓨터 비전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AI가 '보고 이해하는' 기술입니다. 단순히 오이가 있다는 걸 아는 수준을 넘어, 길이가 몇 센티미터인지, 딸 때가 됐는지까지 판단합니다. 사람 눈과 판단력을 기계에 옮긴 셈입니다.
발목을 잡은 건 건설입니다. 건설 부문 매출은 5774억원, 영업이익은 584억원으로 각각 22%, 30% 줄었습니다. 건축·개발 대형 사업이 준공되면서 매출이 줄었고, 지난해에 대형 프로젝트 도급 정산으로 이익이 컸던 기저효과* 때문에 영업이익도 감소했습니다.
글로벌 부문은 매출과 이익이 엇갈렸습니다. 매출은 3535억원으로 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29% 줄었습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올라 매출은 늘었는데, 질산·초안·화약 등 주요 제품의 제조원가 부담이 이익을 깎았습니다. 🎒 많이 팔긴 했는데 만드는 데 드는 돈이 더 올라 남는 게 줄어든 겁니다.
주주 대책도 내놨습니다. 한화는 최소 주당 배당금을 1000원으로 설정했고, 배당 재원이 늘어나면 추가 배당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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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기준
자회사 실적을 합치지 않고 그 회사 한 곳의 장부만 본 실적입니다. 자회사까지 다 합친 것은 '연결 기준'이라고 합니다. 한화처럼 계열사가 많은 회사는 어느 기준이냐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지므로, 실적 기사를 읽을 때 꼭 확인해야 하는 단어입니다.
기저효과
비교 대상이 되는 이전 시점의 수치가 유난히 높거나 낮아서, 이번 수치가 실제보다 나쁘게(또는 좋게) 보이는 착시를 말합니다. 지난해 2분기에 대형 프로젝트 정산으로 이익이 반짝 컸으니, 올해는 평범해도 '급감'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증감률 뉴스를 볼 때 항상 "작년엔 무슨 일이 있었지?"를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A22기업
자산관리 급성장…삼성증권 상반기 순익 1조 육박
한 줄로 말하면
삼성증권이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반년 만에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벌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삼성증권이 4일 2분기(4~6월) 영업이익 6758억원, 당기순이익* 4882억원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9%, 108.1%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익이 1년 만에 2배가 넘게 뛴 겁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 1분기보다도 각각 10.9%, 8.3% 늘어, 자기 기록을 한 분기 만에 다시 깼습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당기순이익 9331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합니다. 🎒 반년, 약 180일 동안 하루 평균 50억원 넘게 번 셈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2853억원으로 1조원을 훌쩍 넘겼고, 2분기 매출도 9조6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6% 급증하며 매출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분기를 기록했습니다.
성장을 이끈 것은 자산관리(WM) 부문입니다. 국내 증시가 좋아지자 고객이 늘고 금융상품 판매수익이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구조화 금융 중심의 기업금융(IB) 부문도 호실적을 내며 기록 경신의 기반이 됐습니다.
고객 자산의 증가세도 가파릅니다. 리테일(개인) 고객 자산은 전 분기보다 31.6% 늘어난 652조4000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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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순이익
영업이익에서 이자·세금 등까지 다 정산하고 최종적으로 회사 주머니에 남은 돈입니다. '순수하게 남은 이익'이라는 뜻으로, 기업 성적표의 맨 마지막 줄에 해당합니다.
자산관리(WM)
Wealth Management의 약자로, 고객의 돈을 펀드·채권 등 금융상품으로 굴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입니다. 증시가 활황이면 투자하려는 고객과 맡기는 돈이 함께 늘어나므로, 이번 기사처럼 증권사 실적의 엔진이 됩니다.
기업금융(IB)
Investment Bank(투자은행)의 약자로, 기업을 상대로 하는 금융입니다. 기업의 상장, 채권 발행, 인수합병을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습니다. 개인 고객 상대 사업(WM)과 함께 증권사의 양대 기둥입니다.
A22기업
고려아연 주총 취소소송 … 영풍·MBK, 취하하기로
한 줄로 말하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나온 주주총회 취소소송을, 소송을 냈던 MBK·영풍 연합이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며 거둬들이기로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4일 입장문을 통해 밝혔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목적을 이미 달성한 상태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소송의 발단은 지난해 1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였습니다. 당시 고려아연은 총회 하루 전, 해외 계열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0% 이상을 사들이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상법상 '상호주' 관계가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최대주주인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 전부의 의결권을 막은 채 주총을 진행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표 대결을 하루 앞두고, 상대방(영풍)의 주식을 계열사가 사들여 상대방의 투표권을 통째로 무력화한 것입니다. MBK·영풍은 이 주총 결의가 무효라며 소송을 냈던 것이고, 이번에 그 소송을 거두기로 한 것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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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주
두 회사가 서로의 주식을 갖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상법은 이런 관계에서 일정 지분(10%)을 넘으면 서로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합니다. 서로 주식을 사주는 방식으로 경영진끼리 봐주기 표결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이 사건에서는 거꾸로 상대의 표를 봉쇄하는 공격 수단으로 활용돼 논란이 됐습니다.
의결권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중요 결정에 투표할 권리입니다. 원칙은 1주당 1표. 주식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의결권이 막히면 그 순간만큼은 없는 표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결국 이 의결권 숫자 싸움으로 갈리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치열합니다.
A27기업
철거 현장에 살수드론 떴다…로봇 투입 늘리는 현대건설
한 줄로 말하면
현대건설이 위험한 철거 현장에 사람 대신 물 뿌리는 드론을 띄우는 등 공사장 로봇 투입을 넓히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에서 살수드론을 활용해 비산먼지 저감 작업을 실증하고 있다. 현대건설
무슨 일이 있었나
현대건설이 최근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살수드론을 활용한 비산먼지 저감 작업 실증을 마쳤다고 4일 밝혔습니다. 실제 철거공사 환경에서 살수 성능과 비행 안정성, 기존 작업과의 연계성을 종합 점검한 것입니다.
왜 하필 철거 현장일까요? 철거장은 먼지 저감과 작업자 안전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대표적 고위험 작업장입니다. 물 뿌리기는 필수지만 미끄러짐, 감전, 중장비 충돌 위험이 따라붙고, 고층부나 무너질 듯 불안정한 구간은 장비가 아예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사람과 살수차가 못 가는 곳이 생기는 겁니다.
드론의 성능은 이렇습니다. 바람이 없는 조건에서 최대 12~15미터 반경에 1분당 50리터의 물을 뿌립니다. 드론에 전원 케이블과 급수 호스를 직접 연결해 비행시간과 물량의 제약을 줄였고, 먼지가 나는 위치가 바뀌면 원격으로 즉시 살수 범위를 조정합니다. 작업자가 위험 구역에 들어갈 일을 최소화하면서, 살수차가 닿지 않던 구간까지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로봇 투입은 드론에 그치지 않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클래스트' 현장에서는 스마트 자재 운반 로봇이 실증 중이고, 어깨 근력을 보조하는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도 도입했습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통합 연구조직인 HMG건설기술연구원은 인공지능·로보틱스를 활용한 안전·품질 향상과 휴먼에러(사람의 실수) 저감을 핵심 연구 분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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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먼지
공사장에서 '날려서 흩어지는' 먼지를 말합니다. 건물을 부술 때 특히 많이 발생해 주변 주민 건강과 민원의 최대 원인이 됩니다. 물을 뿌려 가라앉히는 게 기본 대책이라, 물 뿌리기가 철거공사의 필수 공정입니다.
실증
실험실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시험 삼아 진짜 현장에 투입해 보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증을 통과해야 여러 현장으로 확대 적용됩니다.
웨어러블 로봇
옷이나 장비처럼 몸에 착용하는 로봇입니다. 무거운 자재를 반복해 드는 작업자의 어깨·허리 부담을 기계 힘으로 덜어줍니다.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몸을 보강하는 로봇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A28산업
해남 '국가AI센터' 첫 삽 떴다 … 2.5조 투입
한 줄로 말하면
전남 해남에 2조5000억원짜리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착공됐고, 장성에도 민간 데이터센터가 추진되며 호남이 AI 인프라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에서 열린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한준호·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배경훈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3일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총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입니다. 이 센터는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초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AI 컴퓨팅 자원이 생성형 AI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안정적으로 연산 자원을 쓸 수 있게 지원하려는 것입니다.
규모를 볼까요? 정부는 2028년까지 첨단 AI 반도체 1만5000장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완공 전인 2027년부터 일부 자원을 우선 공급합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2조원 이상이 투입되며, 전력 규모는 향후 80메가와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됩니다. 일반 가정 약 8만~10만가구가 동시에 쓸 수 있는 전력량입니다. 🎒 중소 도시 하나가 쓸 전기를 통째로 'AI의 두뇌'에 공급하는 셈입니다.
운영은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AI컴퓨팅센터(KOACC)가 맡습니다. 삼성SDS를 비롯해 네이버클라우드, 삼성전자, 삼성물산, 카카오, KT,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이 참여해 국가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연구기관에 컴퓨팅 자원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같은 날 무안청사에서는 또 하나의 협약이 있었습니다. 장성군이 미국 AI 인프라 전문기업 AI 패브릭, 에이파사드와 장성 AI 데이터센터 구축 업무협약을 맺은 것입니다. 지난 1월 협약의 후속 절차로, 2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본격 추진합니다. 협약 기관들은 AI 전용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구축, 전력·용수 기반시설 확보, 글로벌 빅테크 유치, 전문인력 양성·고용 창출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국가 센터와 민간 센터가 동시에 들어서면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반도체 메가사업 등과 연계해 '아시아 AI 컴퓨팅 허브'로 도약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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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처리장치(GPU)
원래 게임 그래픽을 그리던 반도체인데, 수천 개의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 AI 학습·추론에 꼭 맞아 지금은 'AI의 심장'이 됐습니다. 전 세계가 GPU 확보 전쟁 중이라, 국가가 1만5000장을 사서 기업·대학에 빌려주겠다는 것 자체가 산업 정책이 되는 시대입니다.
특수목적법인(SPC)
하나의 특정 사업만을 위해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번처럼 여러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큰 사업을 할 때, 각자 출자해 별도 회사를 세우면 역할과 책임, 수익 배분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업이 끝나면 해산하기도 해서 '목적 달성용 회사'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 PART 4. 유통
A21유통
편의점도 외국인 관광객 특화 매장 '확' 늘린다
한 줄로 말하면
동네 편의점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작은 관광 안내소'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통역도 해주고, 기념품도 팔면서요.
무슨 일이 있었나
편의점에서 외국인 손님이 쓰는 돈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올해 1~7월 GS25 명동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2% 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100만원어치를 팔았다면 올해는 323만원어치를 팔았다는 뜻입니다. 광화문점은 269.9% 늘어 거의 4배가 됐습니다. CU도 광화문·성수·서울역 근처 점포에서 외국인 매출이 102.6% 늘어 2배가 됐습니다.
외국인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감이 오는 숫자가 또 있습니다. CU 명동역점은 매출 비중*으로 따지면 외국인이 53%입니다. 이 편의점에서 팔리는 물건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사 간다는 얘기입니다. 성수디저트파크점도 35%가 외국인 매출입니다.
그래서 편의점들은 관광 특화점*을 앞다퉈 늘리고 있습니다. 관광 특화점이란 K푸드, 관광 기념품, 환전 같은 외국인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갖춘 점포를 말합니다. CU는 현재 500여 곳인 관광 특화점을 연말까지 800여 곳으로 늘립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경주 같은 새 관광지까지 넓힐 계획입니다. GS25는 외국인 인기 상품만 모아 놓은 'K스테이션' 매대를 87곳에서 연내 100여 곳으로 늘립니다. 세븐일레븐도 음식과 패션·뷰티까지 더한 '뉴웨이브' 모델 점포를 70여 곳에서 250여 곳으로 확대합니다.
말이 안 통하는 문제도 기술로 풉니다. CU는 70여 개 점포에 38개 언어를 통역해 주는 인공지능(AI) 통역 서비스를 넣었습니다. CU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많은 입지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연내 100여 개 점포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편의점만 그런 게 아닙니다. 대형마트도 움직입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13.2%, 이마트 용산점은 약 10% 늘었습니다.
🎒 예전 편의점이 '동네 슈퍼'였다면, 지금 관광지 편의점은 통역사·환전소·기념품 가게를 합쳐 놓은 '만능 여행 도우미'가 되어가는 셈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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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동기 대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라는 뜻입니다. 올해 1~7월 매출을 작년 1~7월 매출과 비교하는 식입니다. 왜 굳이 같은 기간끼리 비교할까요? 장사는 계절을 탑니다. 여름과 겨울 매출을 비교하면 계절 때문인지 진짜 성장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경제 기사에서는 거의 항상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합니다. 참고로 '223.2% 증가'는 매출이 223%가 됐다는 게 아니라, 원래 100에서 223.2가 더 붙어 323.2가 됐다는 뜻입니다.
매출 비중
전체 매출에서 특정 손님이나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명동역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53%라는 건, 이 가게 금고에 들어오는 돈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지갑에서 나왔다는 뜻입니다. 비중이 높을수록 그 손님들이 가게의 '주인공'이라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편의점들이 외국인 맞춤 서비스에 돈을 쓰는 것입니다.
관광 특화점
일반 점포와 달리 관광객에게 필요한 것만 골라 강화한 점포입니다. K푸드와 기념품을 진열하고, AI 통역·환전·세금 환급 서비스까지 갖춥니다. 🎒 같은 학교 매점이라도 체육대회 날에는 음료수와 얼음을 잔뜩 갖다 놓는 것처럼, 손님이 누구냐에 맞춰 가게 자체를 바꾸는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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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1유통
백화점 외국인 매출 증가율 '부산' 돋보였다
한 줄로 말하면
외국인 쇼핑 하면 서울 명동이었는데, 이제 부산 백화점이 명동보다 더 빠르게 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올해 1~7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을 뜯어 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0%, 기장군 롯데몰 동부산점은 180% 늘었습니다. 서울 명동에 있는 본점(140%)보다 부산 점포들이 더 빠르게 성장한 것입니다. 작년 증가율이 부산본점 50%, 동부산점 75%였으니, 1년 사이 성장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진 셈입니다.
신세계도 비슷합니다. 서울 본점 증가율이 238%로 여전히 높지만, 부산 센텀시티점도 183%를 기록했습니다. 센텀시티점의 작년 증가율이 116%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확 가팔라졌습니다. 심지어 상반기만 놓고 보면 센텀시티점(230%)이 명동 본점(220%)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138%,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134% 늘었습니다.
왜 하필 부산일까요? 백화점업계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명동은 이미 외국인 쇼핑 수요가 큰 상권*인 반면 부산은 크루즈와 개별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성장 여력이 부각되고 있다."
상권이란 한 가게나 지역이 손님을 끌어모으는 범위를 말합니다. 명동은 이미 외국인으로 꽉 찬 상권이라 더 크기 어렵지만, 부산은 이제 막 커지기 시작해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실제 숫자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올해 상반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은 242만62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9% 늘었습니다. 이들이 부산에서 쓴 돈(관광지출액)은 5914억원으로 63%나 늘었는데,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55%)보다 높습니다. 크루즈와 항공 노선이 늘고, 바다 관광과 맛집 콘텐츠가 퍼진 덕분으로 분석됩니다.
쇼핑하는 방식 자체도 바뀌었습니다. 예전 외국인 관광객은 면세점*에서 몰아서 쇼핑했습니다. 면세점은 출국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빼고 물건을 파는 곳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시내 백화점으로 직접 들어와 패션·식품·명품을 삽니다. 관광객이 현지인처럼 쇼핑하는 쪽으로 취향이 바뀐 것입니다.
그러자 백화점 3사는 외국인 전용 멤버십을 확대하고, 해외 간편결제(페이)에 혜택을 늘리는 등 외국인 모시기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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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가게·시장·백화점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지리적 범위입니다. "명동 상권", "동북 상권"처럼 씁니다. 🎒 학교 앞 분식집의 상권은 그 학교 학생들이 걸어올 수 있는 동네까지입니다. 상권이 이미 포화 상태면(명동) 성장이 느려지고, 새로 뜨는 상권이면(부산)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기업이 어디에 매장을 내고 돈을 쓸지 정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바로 상권입니다.
면세점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에게 관세·부가가치세 같은 세금을 붙이지 않고 물건을 파는 가게입니다. 세금이 빠지니 같은 물건도 시중보다 쌉니다. 한때 외국인 관광객 쇼핑의 중심이었지만, 이 기사처럼 요즘은 관광객이 면세점 대신 시내 백화점과 골목 상점에서 쇼핑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백화점 외국인 매출을 끌어올린 숨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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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1유통
무신사 뷰티, 상반기 거래액 2.5배 증가
한 줄로 말하면
무신사의 초저가 화장품이 반년 만에 장사 규모를 2.5배로 키우고, 호주에 이어 중국까지 넘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만든 화장품이 무섭게 크고 있습니다. 무신사 뷰티의 자체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는 올해 상반기(1~6월) 온·오프라인 거래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53% 늘었습니다. 100만원어치 팔리던 것이 253만원어치 팔리게 됐다는 뜻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인기 비결은 '초저가 스킨케어'입니다. 값싸고 괜찮은 기초화장품이 잘 팔린 덕분입니다.
이 기세를 몰아 해외로 나갑니다. 이달에는 호주 유통사 '더블유코스메틱'을 통해 시드니, 멜버른 등 주요 도시의 대형 쇼핑몰 50곳에 입점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연내에 중국 시장에도 진출합니다. K뷰티 열풍을 타고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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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브랜드(PB)
유통회사가 남의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자기 이름을 붙여 만든 상품입니다. 'Private Brand'의 줄임말입니다. 🎒 문구점이 다른 회사 볼펜만 팔다가 '우리 문구점 볼펜'을 직접 만들어 파는 것과 같습니다. 중간 단계가 줄어 가격을 확 낮출 수 있는 게 최대 무기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가 '초저가'로 승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거래액
그 플랫폼에서 사고팔린 돈의 총합입니다. 회사가 실제로 손에 쥔 이익과는 다릅니다. 🎒 학교 축제에서 우리 반 부스를 거쳐 간 돈이 100만원이면 거래액이 100만원인 것이고, 재료비를 빼고 남은 돈이 이익입니다. 플랫폼 회사의 장사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 볼 때 이 거래액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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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1유통
K패션 전문관·대형 식품관…롯데백화점 노원점 싹 바뀌었네
한 줄로 말하면
롯데백화점 노원점이 17개월 동안 매장의 80%를 뜯어고치고, 서울 동북권 대표 백화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롯데백화점 노원점이 4일 새 모습으로 개장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무려 17개월에 걸친 전관 리뉴얼*을 마친 것입니다. 전관 리뉴얼이란 일부 매장만 손보는 게 아니라 건물 전체를 갈아엎는 재단장을 말합니다. 노원점은 전체 영업면적의 80%, 약 1만평을 차례로 뜯어고쳤습니다. 🎒 축구장 4~5개 넓이를 새로 꾸민 셈입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지난해 11월 이 동네 상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K패션 전문관을 먼저 열었고, 이어 스포츠 메가숍, 뷰티·주얼리 전문관을 차례로 갖췄습니다. 술만 모아 놓은 특화 공간과 고급 식료품점 '레피세리'도 들여와 동북 상권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식품관을 완성했습니다.
리뉴얼의 마지막 조각은 푸드홀*이었습니다. 푸드홀은 여러 유명 식당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 놓은 대형 식당가입니다. 노원점 푸드홀은 1632㎡(약 500평) 규모에 전국 유명 맛집 25개 브랜드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효과는 벌써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원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신장*했습니다. 신장은 '늘어났다'는 뜻의 유통업계 표현입니다. 새 고객도 5만명 넘게 늘었는데, 특히 20~30대 고객의 매출이 25% 이상 뛰었습니다. 백화점은 손님이 나이 드는 게 큰 고민거리인데, 젊은 손님이 늘었다는 건 리뉴얼이 제대로 먹혔다는 신호입니다. K패션 전문관 매출은 35% 이상, 레피세리 매출은 리뉴얼 이후 20% 이상 늘었습니다.
노원점은 다음달 6일까지 단계적으로 기념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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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리뉴얼
백화점 전체를 통째로 재단장하는 것입니다. 층 하나, 매장 몇 개를 바꾸는 부분 리뉴얼과 차원이 다릅니다. 공사 기간(노원점은 17개월) 동안 매출 손해를 감수해야 하므로, 회사가 "이 동네는 앞으로 클 곳"이라고 확신할 때만 하는 큰 투자입니다. 롯데가 노원 상권의 성장 가능성에 크게 베팅했다는 의미입니다.
푸드홀
유명 식당 여러 곳을 한 공간에 모은 대형 식당가입니다. 🎒 급식실처럼 한 곳에서 한 가지 메뉴만 주는 게 아니라, 전국 맛집 25곳이 한 층에 모여 골라 먹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백화점이 푸드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밥 먹으러 온 손님이 내려가는 길에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기 때문입니다. 음식이 손님을 끌어오는 '미끼'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신장
매출이나 실적이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매출 15% 신장'은 매출이 15% 늘었다는 말입니다. 유통업계 기사에 유난히 자주 나오는 단어이니, '신장 = 성장'으로 기억해 두면 경제 기사를 읽을 때 막히지 않습니다.
🌍 PART 5. 국제
A2국제
AI 투자 출혈 경쟁에 … 미국빅테크 5곳 내년엔 현금 마른다
한 줄로 말하면
미국의 거대 IT 기업 5곳이 인공지능에 돈을 너무 쏟아부은 나머지, 내년에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178조원이나 더 많아질 전망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이름만 들어도 돈이 넘쳐날 것 같은 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이 5곳의 곳간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습니다. 원인은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입니다.
핵심 지표는 잉여현금흐름*입니다. 회사가 장사해서 번 현금에서 설비투자 같은 지출을 빼고 실제로 손에 남는 '찐현금'을 말합니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 5개 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은 올해 사실상 '제로'까지 떨어집니다. 내년에는 합쳐서 마이너스 1250억달러, 우리 돈으로 마이너스 178조7000억원이 될 전망입니다. 번 돈보다 쓴 돈이 178조원 더 많다는 뜻입니다.
🎒 월급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매달 월급보다 더 큰돈을 집 짓는 데 쓰면 통장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지금 빅테크가 딱 그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돈이 나갈까요? AI 서비스를 하려면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하고,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I 계산에 쓰이는 고가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3개월간 아마존과 구글은 미국 주요 상장기업 중 현금을 가장 많이 태운 회사로 꼽혔습니다. 아마존이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밝히자, 전망치는 며칠 만에 더 나빠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주 실적 발표를 앞둔 우주 기업 스페이스X도 AI 투자 탓에 이보다 더 큰 현금 유출을 기록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월가의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자본지출*, 그러니까 공장·데이터센터 같은 미래를 위한 설비에 쓰는 돈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늘리는지를 봤습니다. "많이 투자할수록 대단하다"는 분위기였죠. 지금은 반대입니다. "그렇게 쓰고도 현금이 남느냐"가 평가 기준이 됐습니다.
여기서 회사별 희비가 갈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투자를 늘리면서도 클라우드 사업이 잘돼 현금을 탄탄하게 만들어냈고, 시장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반면 메타는 AI 인프라 투자로 잉여현금흐름이 크게 줄어 우려를 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문제가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AI 투자가 전기요금과 전자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등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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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현금흐름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 나가는 돈을 뺀, 진짜로 남는 현금입니다. 영어로 FCF라고 부릅니다. 회계장부상 이익은 흑자여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실제 통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배당을 줄 여력이 있는지, 위기가 와도 버틸 수 있는지를 볼 때 이 숫자를 봅니다. 5개 빅테크 합산 마이너스 178조원은 그만큼 AI 경쟁이 '출혈 경쟁'이라는 신호입니다.
자본지출
기업이 미래를 위해 건물, 공장, 데이터센터, 장비 같은 자산을 사들이는 데 쓰는 돈입니다. 영어로 CAPEX라고 씁니다. 🎒 치킨집으로 치면 치킨 팔아 번 돈이 영업현금이고, 새 튀김기와 2호점에 쓰는 돈이 자본지출입니다. 자본지출이 커질수록 미래 성장 가능성은 커지지만, 당장 손에 남는 잉여현금흐름은 줄어듭니다. 지금 빅테크는 이 저울에서 미래 쪽에 올인한 상태입니다.
A8국제
"강제노동 관세 위법"…미국민주 소속 25개주 법원에 소송 걸었다
한 줄로 말하면
미국의 절반인 25개 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새 관세는 불법"이라며 자기 나라 정부를 법원에 세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뉴욕,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미국 25개 주가 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미국은 50개 주로 이뤄져 있으니, 딱 절반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셈입니다.
문제가 된 것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강제노동 관세'입니다. 무역법 301조는 다른 나라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미국이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법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4일 강제노동 문제를 이유로 이 조항을 꺼내 들었고, 무역상대국에 10~12.5%의 관세를 새로 매겼습니다. 한국에 붙은 관세는 12.5%입니다. 한국 기업이 100만원어치 물건을 미국에 팔면 12만5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25개 주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원래 트럼프 행정부에는 상호관세*라는 관세가 있었습니다. 상대국이 미국에 매기는 만큼 미국도 되갚아 매기겠다는 관세였는데,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됐습니다. 그러자 행정부가 그 빈자리를 메우려고 무역법 301조를 위법하게 끌어다 썼다는 겁니다. 세금을 매기는 권한은 원래 의회에 있는데, 대통령이 그 선을 넘었다는 주장이죠.
🎒 정문(상호관세)으로 들어가려다 법원에 막히자, 옆문(무역법 301조)으로 같은 짐을 들고 들어왔다는 것이 25개 주의 시각입니다.
소송은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무역·관세 분쟁을 전담하는 연방 법원)에 제기됐습니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소송 후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어떻게 정당화하려 하든, 법률과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남의 재판이 아닙니다.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한국에 매겨진 12.5% 관세의 운명도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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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법 301조
1974년 만들어진 미국 무역법의 한 조항입니다. 다른 나라가 불공정한 무역을 한다고 판단되면,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 같은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원래는 특정 국가의 특정 관행을 겨냥하는 도구였는데, 이번에는 여러 나라에 한꺼번에 10~12.5% 관세를 매기는 근거로 쓰였습니다. 25개 주는 바로 이 '전면적 사용'이 법의 취지를 벗어났다고 보는 겁니다.
상호관세
"너희가 우리 물건에 관세를 매기면, 우리도 똑같이 되갚아 매기겠다"는 방식의 관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였지만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됐습니다. 이번 강제노동 관세가 논란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법원이 막은 관세를 이름만 바꿔 되살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A8국제
트럼프 그린란드 압박에 덴마크, 징병제 대폭 확대 '왕위 2순위' 공주도 입대
한 줄로 말하면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위협을 느낀 덴마크가 군 복무를 대폭 늘렸고, 첫날 입대자 명단에는 19살 공주도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덴마크가 3일(현지시간) 확대 개편한 징병제*를 시행했습니다. 징병제는 국가가 일정 나이의 국민을 의무적으로 군대에 보내는 제도입니다. 한국 남성이 군대에 가는 것과 같은 방식이죠. 이날 약 1600명의 신병이 새 제도에 따라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덴마크는 왜 갑자기 군대를 키울까요? 위협이 두 방향에서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커진 러시아의 안보 위협입니다. 다른 하나는 뜻밖에도 동맹국 미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병합하겠다고 압박하고 있거든요.
바뀐 내용은 꽤 셉니다. 복무 기간은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거의 3배가 됐습니다. 만 18세 이상 여성도 징병 대상에 새로 포함됐습니다. 연간 징집 인원은 현재 약 5000명에서 2033년까지 7500명으로 절반이 더 늘어납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신병은 이사벨라 공주(19)였습니다. 프레데리크 10세 국왕과 호주 출신 메리 왕비의 장녀이자 왕위 계승 서열* 2위, 그러니까 왕이 될 순번에서 두 번째인 사람입니다. 독일 dpa통신은 공주가 배낭을 멘 채 밝은 표정으로 슬라겔세의 병영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공주는 근위 후사르 연대에서 11개월간 복무하는데, 일반 징집병이 받는 급여와 수당은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생활비는 부모, 그러니까 국왕 부부가 댑니다.
특혜처럼 보이지만 사실 덴마크 왕실에서는 전통입니다. 유럽 왕실들처럼 왕실 구성원이 일정 기간 군 복무를 해 온 것이죠. 공주의 오빠이자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크리스티안 왕세자도 징집병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육군 소위 양성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상징적인 장면은 하나 더 있습니다. 덴마크는 이달 말, 사상 처음으로 징집병을 그린란드에 배치합니다. 100여 명 규모의 중대가 한 달간 현지에서 작전 임무를 수행하며 기존 직업군인과 교대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바로 그 땅에 군인을 보내며 "여기는 덴마크 땅"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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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
국가가 국민에게 군 복무를 의무로 지우는 제도입니다. 반대말은 원하는 사람만 군인이 되는 모병제입니다. 유럽 여러 나라는 냉전이 끝난 뒤 징병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덴마크가 복무 기간을 3배 가까이 늘리고 여성까지 포함한 것은 그만큼 안보 위기감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왕위 계승 서열
왕이 사망하거나 물러났을 때 누가 다음 왕이 되는지 정해 둔 순서입니다. 덴마크에서는 현재 크리스티안 왕세자가 1위, 이사벨라 공주가 2위입니다. '왕이 될 사람도 군대에 간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 반장이 제일 먼저 청소를 시작하면 반 전체가 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A8국제
중국베이다이허 회의 개막 "과학기술 강국 건설하자"
한 줄로 말하면
중국 지도부가 여름마다 휴양지에 모여 나라의 큰 그림을 짜는 비밀 회의가 시작됐고, 올해 화두는 '과학기술 강국'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중국 공산당의 베이다이허 회의*가 막을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전현직 지도부가 매년 여름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바닷가 휴양지 베이다이허에 모여, 휴가를 겸해 비공개로 국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공식 발표도, 회의록도 없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간접 신호로 개막을 추측합니다.
올해의 신호는 이렇습니다. 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산당 권력 서열 5위인 차이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전날 베이다이허에서 휴가 중인 전문가들을 찾아 격려했습니다. 스타이펑 중앙조직부장과 우정룽 국무원 비서장도 함께였습니다. 🎒 파티 초대장은 없지만, 주최자가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목격되면 파티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과 같습니다.
차이치 서기의 발언에는 올해 회의의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당 중앙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대변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입각해 '신시대 인재강국 전략'을 심도 있게 시행하고 있다."
그는 이어 15차 5개년 계획*을 언급했습니다. 중국이 5년 단위로 세우는 국가 종합 발전 계획인데, 15번째인 이번 계획은 2026~2030년을 다룹니다. 차이치 서기는 이 시기를 "과학기술·인재 강국 건설에서 난관을 돌파하고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했습니다. 미국과 기술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 다음 5년의 승부처를 과학기술로 못 박은 셈입니다.
실제로 올해 회의에는 '15차 5개년 계획을 위한 전진'을 주제로 전략적 첨단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초청됐습니다. 중국중앙TV 화면에는 세계적 기후학자인 천더량 칭화대 교수의 모습도 잡혔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매년 이렇게 전문가들을 베이다이허로 초청해 고위 지도부와 함께 휴가를 보내게 합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인사입니다. 올해 회의에서는 오는 10월 열리는 5중전회*, 즉 제20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와 관련된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5중전회의 주요 의제가 '당 중앙위원회에 대한 중앙정치국 업무 보고'와 '엄격한 당 관리'인 만큼, 휴양지의 비공개 대화에서 당 운영과 인사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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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이허 회의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매년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여는 비공개 회의입니다. 공식 기구가 아니고 일정도 발표되지 않지만, 여기서 국가 대사와 인사의 큰 방향이 조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회사로 치면 이사회 회의실이 아니라 회장님 별장에서 진짜 중요한 결정이 오가는 셈입니다. 그래서 각국이 이 시기 중국발 뉴스의 행간을 열심히 읽습니다.
15차 5개년 계획
중국이 1953년부터 5년 단위로 세워 온 국가 발전 종합 계획의 15번째 판으로, 2026~2030년이 대상입니다. 경제, 기술, 산업의 방향이 모두 이 계획에 담깁니다. 이번 계획의 핵심 화두가 '과학기술·인재 강국'이라는 것은,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5중전회
'제20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의 줄임말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핵심 간부 수백 명이 모이는 중앙위원회가 임기 중 다섯 번째로 여는 전체 회의라는 뜻입니다. 관례적으로 5개년 계획 같은 굵직한 안건이 이런 전체회의에서 확정됩니다. 베이다이허의 비공개 논의가 초안이라면, 5중전회는 그것을 공식 도장 찍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A8국제
트럼프 "이란, 참수 전 마지막 기회 … 오늘 안에 해협 완전 개방하라"
한 줄로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내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이번이 공격 전 마지막 기회"라며 초강경 압박을 걸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란을 향해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백악관에서 열린 '군인 배우자 위원회 설립' 행정명령 서명식 뒤 취재진과의 문답에서였습니다. 그는 "이란과 현재 대화 중"이라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의 지지 속에서 이란의 요청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많은 국가 지도자가 관여하고 있으며, 그들 모두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했다"고 했습니다. 협상판이 크게 벌어져 있다는 얘기인데, 정작 그 협상의 언어는 살벌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수' 전에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다"며 "여전히 계획은 그대로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합의가 안 되면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순서는 두 단계입니다. 1단계는 "내일(4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바깥 바다를 잇는 좁은 바닷길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입니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잠글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이곳이 막히면 전 세계 기름값이 요동칩니다. 2단계는 "핵 능력, 즉 이란의 비핵화"입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핵 개발 능력을 없애는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으며 나는 그 점에 있어 결코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두 나라의 온도 차입니다. 미국은 "대화 중"이라고 하는데, 이란은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협상을 하고 있을 때 '협상 중'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때때로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이를 부인하곤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실제 접촉은 미국과 이란이 직접 마주 앉는 게 아니라 중재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는 더 직설적이었습니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자랑스럽게 자신들은 (미국과) 아무런 협의도 하고 있지 않으며, 아무것도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 오직 오만만 상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란 지도부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중적이다."
몇 시간씩 대화를 하면서도 "대화한 적 없다"고 하는 이란, 그리고 "대화 중이지만 참수할 수도 있다"는 미국.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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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페르시아만 입구의 좁은 바닷길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를 실은 배가 세계로 나가는 관문입니다. 🎒 세계 기름 창고로 통하는 문이 딱 하나 있는데, 그 문 열쇠 근처에 이란이 서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이곳이 막히느냐 열리느냐는 전 세계 유가, 나아가 기름을 전량 수입하는 한국 경제에도 직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1단계로 '해협 완전 개방'을 못 박은 이유입니다.
비핵화
핵무기와 그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핵무기를 안 만들겠다"는 약속을 넘어, 핵물질 농축 시설 같은 개발 능력 자체를 검증 가능하게 제거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협상 2단계로 제시하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무엇을 어디까지 없앨지를 두고 밀고 당기기가 치열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 PART 6. 사회·정치
A1정치
검수완박 형소법 국무회의 통과…이 대통령 "사필귀정 필연적 조치"
한 줄로 말하면
70년 넘게 이어져 온 "검사도 수사하는" 시스템이 끝나고, 수사는 경찰이 도맡는 시대가 공식 확정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검사의 수사 권한을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모여 나라의 중요한 일을 최종 결정하는 회의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도 이 관문을 거쳐야 비로소 효력을 갖게 됩니다.
이번 개정으로 무엇이 바뀔까요? 지금까지 검사는 직접 수사도 하고, 경찰이 수사해서 넘긴 사건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수사하는 보완수사권도 갖고 있었습니다. 개정안은 이 두 권한의 법적 근거를 모두 삭제했습니다. 이제 검사가 하는 일은 기소, 즉 "이 사람을 재판에 넘겨 주세요"라고 법원에 요청하고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일로 좁아집니다. 수사는 경찰이 도맡게 됩니다.
🎒 축구로 치면, 지금까지 검사는 공격수(수사)와 미드필더(기소)를 겸했는데, 앞으로는 미드필더만 하라는 겁니다. 공은 경찰이 몰고 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강한 표현을 썼습니다.
"수십 년 동안 검찰은 비정상적 시스템 아래 무소불위로 권한을 악용하며 별건수사·표적수사를 관행처럼 되풀이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는 이런 비정상적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출발이자 모든 권력 기관을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모든 일은 결국 바른길로 돌아간다는 뜻)의 필연적 조치다."
야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 법률안이 위헌이라거나 행정부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검찰이 하던 수사는 새로 생기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넘겨받습니다. 정부는 이날 중수청의 정원을 2874명으로 확정했습니다. 수사관 2567명에 일반직 공무원 307명. 관련 규정은 5일부터 1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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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대통령이 의장, 국무총리가 부의장이 되어 장관들과 함께 국가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회의입니다. 법률안·예산안·시행령 등이 여기서 의결됩니다. 국회가 만든 법도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공포를 거쳐야 실제로 시행됩니다.
보완수사권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을 때, 검사가 "증거가 부족하다, 여기를 더 파야 한다"며 직접 추가 수사를 하던 권한입니다. 🎒 학생이 낸 과제를 선생님이 직접 고쳐주던 것과 비슷한데, 이제는 "다시 해 오라"고 돌려보내는 것만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기소
검사가 "이 사람을 재판에 넘긴다"고 법원에 정식으로 요청하는 것. 공소 제기라고도 합니다. 아무리 경찰이 수사를 잘해도 기소가 없으면 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검사의 역할은 사실상 이것 하나로 좁혀집니다.
거부권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에 대통령이 "다시 논의하라"며 서명을 거부하고 국회로 돌려보내는 권한입니다. 정식 명칭은 재의요구권. 이번엔 대통령 스스로가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행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입법예고
법령을 만들거나 고치기 전에 "이런 내용으로 만들 예정입니다"라고 미리 국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받는 절차입니다. 중수청 조직 규정은 단 6일(5~10일)만 예고하는데, 보통 40일 이상 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듯한 일정입니다.
A6정치
"경찰 수사 독점·비대화 우려 … 제도 정비 등 후속조치 필요"
한 줄로 말하면
검찰의 힘을 뺀 바로 그날, 대통령이 "이제는 경찰이 걱정된다"며 추가 개혁을 예고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법을 통과시킨 당사자가 곧바로 그 법의 부작용을 걱정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과연 앞으로 안전할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정비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 번의 제도 변경으로 쉽게 종결되는 개혁은 없다"며 잘못된 부분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보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최근 경찰 내부 감싸기와 수사 뭉개기 논란(장윤기 사건)이 불거진 상황이라, 문제가 계속되면 법을 또 고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대통령의 경험담도 나왔습니다. "저도 변호사를 오랜 세월 했지만, 검찰은 물론이고 경찰 수사도 못 믿겠더라.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거나 반대로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돼 감옥에 가는 경우도 있더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 비리를 저지른 경찰에 대해서는 "최소한 해임 혹은 파면*을 하거나 영구적으로 수사를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징계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원래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번 법이 본인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걸 내비치면서도, 삼권분립* 원칙을 근거로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해야 상대의 권한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계의 의견"이라는 겁니다. 국회가 만든 법이 마음에 덜 들어도, 위헌 수준이 아니면 행정부가 막아설 일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한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첫발을 떼기도 전부터 재를 뿌리는 데 급급하다"고 야당을 비판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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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파면
공무원을 강제로 내보내는 중징계인데 무게가 다릅니다. 해임은 잘리되 연금은 대체로 지키고 3년간 공무원 재임용이 금지됩니다. 파면은 가장 무거운 징계로, 퇴직급여가 깎이고 5년간 공무원이 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이 단어를 콕 집었다는 건 "가벼운 감봉·정직으로 끝내지 말라"는 뜻입니다.
삼권분립
나라의 권력을 입법(국회)·행정(정부)·사법(법원)으로 쪼개 서로 견제하게 하는 원칙입니다. 🎒 가위바위보처럼 어느 하나가 절대 강자가 되지 못하게 만든 구조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국회가 만든 법을 행정부(대통령)가 함부로 거부하면 오히려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논거로 쓰였습니다.
A6정치
경찰수뇌부에도 수사권 부여 … 법조계 "공룡경찰 견제수단 만들어야"
한 줄로 말하면
야당이 조문을 검토할 새도 없이, 경찰 최고위 간부에게까지 수사권을 주는 조항이 법에 끼워 넣어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에서 뒤늦게 논란이 된 조항이 있습니다. 제197조입니다. 원래 수사는 경찰 중간급 간부, 즉 사법경찰관*에게만 맡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정법은 이 범위를 '경위 계급 이상의 모든 경찰공무원'으로 바꿨습니다. 경찰청장 같은 최고 수뇌부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야당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사이 들어간 내용입니다.
왜 이게 문제일까요? 1954년 형사소송법을 처음 만들 때, 일부러 경무관* 이하만 수사를 맡게 했습니다. 최고위 간부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정치권 눈치를 보며 수사할 위험을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의 우려가 정확히 이 지점입니다.
"경무관 이상은 청와대가 직접 인사를 하니,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최고위급 간부들에게는 수사 권한을 맡기지 말자는 뜻이었다. 이제 대통령이나 여당이 시키는 수사를 경찰들이 나서서 하게 될 수도 있다."
🎒 심판의 승진을 결정하는 사람이 특정 팀 구단주라면, 그 심판이 공정하게 휘슬을 불 수 있을까요? 70년 전 입법자들이 막으려던 게 바로 이 구도였다는 겁니다.
절차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현장에 가면 엄청난 자료가 있고, 직전에 회의 주제 안건을 바꿔치기한다. 3박4일 동안 97개 조문을 개정하면서 요구했던 게 '제발 조문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것이었다."
여당의 해명은 다릅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회의록에서 "국가수사본부 등에서 지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해 '경위 계급 이상'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도 "1954년 제정 당시엔 경찰 계급 자체가 경무관까지밖에 없었다"며 없던 권한이 새로 생긴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10월부터 시행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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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경찰관
경찰관 중에서 범죄 수사를 할 법적 자격이 부여된 사람을 가리키는 법률 용어입니다. 모든 경찰이 자동으로 수사 권한을 갖는 게 아니라, 법이 "이 계급부터 이 계급까지"라고 정해줍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이 바로 이 범위를 위로 확 넓힌 것입니다.
경무관
경찰 계급은 순경부터 치안총감(경찰청장)까지 11단계인데, 경무관은 위에서 4번째쯤 되는 고위직입니다. 🎒 군대로 치면 장군(준장)급. 기존 법은 "경무관 이하"만 수사하게 해서 별을 단 최고위층은 수사에서 손을 떼게 했는데, 이제 그 벽이 사라졌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
국회의 상임위원회 중 하나로, 줄여서 법사위라고 부릅니다. 법원·검찰 관련 법안을 다루고,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자구와 체계도 최종 심사하는 '법안의 관문'입니다. 여기서 3박4일 만에 97개 조문이 고쳐졌다는 게 이번 논란의 배경입니다.
A6정치
야당 "세금으로 집값 못잡고 국민만 잡아"… 여당 일각도 우려
한 줄로 말하면
정부의 부동산 증세안에 야당은 "세금 지옥"이라며 총공세, 여당 안에서도 "나쁜 법안"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정부가 내놓은 2026년도 세제개편안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덮쳤습니다. 국민의힘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일제히 공격에 나섰고, 놀랍게도 더불어민주당 내부, 특히 서울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민심이 나빠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가장 센 발언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서 나왔습니다. 대통령 개인을 겨냥했습니다.
"대통령은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온갖 세제 혜택을 다 받고 편법적인 집주인 대출까지 해가며 분당 아파트를 29억원에 팔았다. 그래놓고 무주택자가 되자마자 국민에게 세금 폭탄을 안겼다."
장 대표는 이번 개편안을 "잡으라는 집값은 못 잡고 집 가진 국민만 잡겠다는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 이전의 자유에 세금으로 족쇄를 채운 이사금지법"이라고 불렀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세금 설계의 원칙 문제를 짚었습니다. 부동산 세금에는 집을 갖고 있는 동안 내는 보유세와 사고팔 때 내는 거래세가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는 낮추라"고 권고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둘을 동시에 강화했다는 겁니다. 정 원내대표는 이를 "OECD 권고마저 무시한 최악의 증세"라고 비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집을 사도 세금, 팔아도 세금인 '세금 지옥'만 심해질 우려가 크다"고 가세했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각도를 팠습니다. 이번 개편안이 조세 지출*, 그러니까 청년·중산층·중소기업에 주던 세금 감면을 대거 없앤 점을 두고 "정권이 세금을 걷어서 배급하겠다는 사회주의식 발상"이라고 했습니다.
여당은 어떨까요? 지도부는 "성장과 민생을 위한 조세 정상화"라고 평가하면서도 묘하게 발을 뺐습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정부안은 국회 논의의 출발점"이라며 "심의 과정에서 보완할 부분을 정교하게 다듬겠다"고 했습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세 부담의 급격한 변동으로 파생될 문제를 최소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키지는 않겠다는 신호입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아예 "나쁜 법안"이라고 공개적으로 불렀습니다. 여당 의원이 자기 정부 법안에 이런 표현을 쓰는 건 흔치 않은 장면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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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집이나 땅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내는 세금입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팔지 않아도 계속 나가는 돈이라, 세율이 오르면 "버티기"가 힘들어집니다.
거래세
부동산을 사고팔 때 내는 세금입니다. 살 때는 취득세, 팔아서 번 돈에는 양도소득세가 붙습니다. 🎒 보유세가 '주차 요금'이라면 거래세는 '통행료'입니다. 둘 다 올리면 갖고 있기도, 팔고 나가기도 부담스러워집니다. 그래서 OECD는 하나를 올리면 하나는 내리라고 권고하는 겁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집을 오래 갖고 있다가 팔면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오래 산 실거주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입니다. 야당은 대통령이 본인은 이 혜택을 받아 아파트를 판 뒤 남들에게는 증세를 한다는 점을 공격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조세 지출
정부가 돈을 직접 주는 대신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의 지원입니다. 걷을 수 있는 세금을 안 걷는 것이니 사실상 '지출'과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청년 세액공제, 중소기업 감면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걸 줄이면 겉으론 세율 인상이 아니어도 실제 내는 세금은 늘어납니다.
A6정치
일본방위백서 "독도는 일본땅"…외교부, 주한일본공사 초치
한 줄로 말하면
일본이 올해도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쓰자,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가 일본 외교관을 불러들여 항의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일본 정부가 올해 방위백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 4개 섬의 일본식 지칭)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이름)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
우리 정부는 즉각 대응했습니다.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인사를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같은 날 국방부도 나가요시 다케시 주한일본대사관 방위주재관(항공자위대 자위관)을 불러 즉각 시정을 촉구했습니다. 외교 라인과 국방 라인이 동시에 움직인 겁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방위백서에 매년 반복해서 실리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초치와 항의가 이어지는, 매년 여름의 반복 장면이 올해도 재연된 셈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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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백서
일본 방위성이 매년 펴내는 공식 국방 보고서입니다. 자국의 안보 환경과 군사 정책을 정리한 책인데, 정부 공식 문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쓴다는 점에서 단순한 언론 보도와는 무게가 다릅니다. 정부 차원의 입장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초치
상대국 외교관을 자국 외교부로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 학교로 치면 교무실로 호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전쟁도 단교도 아니지만, "우리가 공식적으로 화가 났다"는 것을 외교 문법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항의 수단입니다.
A6정치
스틸 주한미국대사, 조현 장관 만나 한미 현안 논의
한 줄로 말하면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외교부를 찾아 신임장 사본을 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부임 후 처음으로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를 찾았습니다. 외교 관례에 따라 강상욱 외교부 의전장에게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을 예방해 부임 인사를 했습니다. 이날 방문에는 부임 때 함께 입국한 남편 숀 스틸 변호사가 동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취재진이 부임 소감과 한미 관계 운영 방안을 물었지만 스틸 대사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신임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제정(공식 전달)해야 절차가 완성되는데, 그 전까지는 구체적 현안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을 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첫 만남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일단은 한미 관계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상견례 성격이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한미 관세·안보 협상, 한국의 대미투자 전략, 쿠팡 사태, 기업인·유학생 미국비자 문제 같은 굵직한 현안이 거론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스틸 대사는 한미동맹과 한미 관계에 대한 많은 이해와 식견을 갖고 있다"며 "한미 관계가 강화되고 양국 국민 간 우의가 증진되는 쪽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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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장
"이 사람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가 맞습니다"라고 파견국 정상이 써주는 공식 증명서입니다. 🎒 대사의 '공인 임명장'인 셈입니다. 사본을 외교부에 먼저 내고, 나중에 원본을 주재국 정상(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을 '제정'이라고 합니다. 제정 전까지 대사는 공식 발언을 아끼는 게 관례입니다.
예방
'예의를 갖춰 방문한다'는 뜻의 외교·의전 용어입니다. 질병을 막는 예방과 글자가 같아 헷갈리기 쉽지만 전혀 다른 말입니다. 새로 부임한 인사가 상대 기관의 높은 사람을 찾아가 인사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A6정치
정 "명청대전 프레임은 비겁" … 김 "6·3지선 공천서 잡음 많아"
한 줄로 말하면
민주당 당대표 주자들이 당원 30%가 몰려 있는 최대 승부처, 호남에서 총력전에 돌입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당대표를 뽑는 순회경선에서 지난주 충청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까지 정청래·김민석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였습니다. 그러니 15일 열리는 호남 경선이 사실상 승부처가 됐습니다. 호남은 민주당 당원의 30%가 밀집한 최대 텃밭이기 때문입니다.
정청래 후보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포문을 열었습니다.
"있지도 않은 '명청대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행위다."
'명청대전'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후보가 대립한다는 구도를 가리키는 말인데, 그런 갈등은 없다며 김민석 후보 측 공세를 정면 반박한 겁니다.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설'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후 지체장애인협회, 소방공무원, 광주개인택시조합을 잇달아 만나며 민심을 훑었습니다.
김민석 후보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예정됐던 인천 일정을 취소하고 이틀째 전북에 머물며 남원·정읍·김제·부안·익산을 도는 강행군을 펼쳤습니다. 그는 형사소송법 논란에 대해 "보완수사권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일찍부터 생각했고 지난 5월 이전에 끝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고, 6·3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는 정 후보를 겨냥해 "제가 과거에 공천 제도도 설계하고 참여도 해봤는데 이번에는 소리가 좀 많이 났던 케이스인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송영길 후보는 전남광주 화순과 나주를 돌며 '호남 출신'을 앞세웠습니다. 두 후보의 갈등 구도가 소모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솔직한 출마 배경도 털어놨습니다. "사실 정청래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굳이 나와야 할까 고민했을 텐데, 나온다고 하는 바람에 출마했다"는 겁니다. 호남 다음에는 제주·인천, 강원·대구·경북 순회경선이 남아 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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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정당의 최대 행사로, 당의 대표와 지도부를 뽑는 자리입니다. 🎒 학교로 치면 전교 회장 선거인데, 뽑힌 사람이 다음 선거의 공천권 등 막강한 권한을 쥐기 때문에 당의 운명이 걸린 이벤트입니다.
순회경선
전국에서 한날 투표하는 게 아니라, 지역을 돌면서 차례로 투표하고 결과를 쌓아가는 방식입니다. 앞 지역 결과가 다음 지역 표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원이 가장 많은 호남 같은 곳이 '판을 굳히는' 승부처가 됩니다.
A28사회
"기초학력부터 다시 세워 경남교육 살릴 것"
한 줄로 말하면
12년 만의 보수 교육감이 된 권순기 경남교육감이 "AI보다 읽기·쓰기 먼저"를 첫 과제로 내걸었습니다.
권순기 경남교육감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교육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무슨 일이 있었나
권순기 경남교육감(67)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내놓은 진단은 명확합니다.
"인공지능(AI)과 미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읽기·쓰기와 사고력 같은 기본기를 다시 세우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무너진 기초학력을 바로잡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입니다."
권 교육감은 12년 만에 당선된 보수 성향 교육감입니다.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나와 경상국립대 교수와 총장을 지낸 그는, 학생들의 문해력과 기초학력 저하를 지금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왜 심각할까요?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갖춰야 할 기초학력이 부족하면 중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고, 그 결손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도 문해력이 과거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1층 벽돌이 빠진 채로 2층, 3층을 올리는 건물과 같습니다. 위로 갈수록 기울기만 커집니다.
해법으로 내세운 것이 '경남형 기초학력 보장제'입니다. 학생별 성취 수준을 정밀 진단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기초학력 전담교사와 AI 진단평가로 학습 결손을 조기에 발견한다는 구상입니다. 학습 부진 학생에게는 '100시간 몰입캠프'를 운영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되살리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는 "기초학력은 학생을 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다음 단계의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교육 안전망"이라며, 교사에게 일을 더 얹는 게 아니라 전담 인력을 확보하고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AI 교육을 버리는 건 아닙니다. 다만 순서가 있다는 겁니다. AI는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사고력을 키우는 도구라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전임 교육감 시절 만들어진 AI 플랫폼 '아이톡톡'에 대해서는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는 단순한 인공지능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생성형 AI 기반으로 학생 질문에 답하고 수준별 맞춤 학습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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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글의 뜻을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사흘'을 4일로 안다거나, 교과서 지문을 읽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문해력 부족의 예입니다. 모든 과목 공부의 바탕이라서, 이게 무너지면 수학 문제도 못 읽어서 틀립니다.
기초학력
읽기·쓰기·셈하기처럼 다음 단계 학습으로 넘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학력입니다. 🎒 게임에서 다음 스테이지로 가기 위한 최소 레벨 같은 것입니다. 이 기사의 핵심 주장은 기초학력이 '경쟁용 점수'가 아니라 '교육 안전망'이라는 관점입니다.
A28사회
부산시 팔 걷었지만 … 청년 일자리 사업 쉽지않네
한 줄로 말하면
부산시가 29억원을 들여 만든 청년 일 경험 사업에 정작 청년도 기업도 모이지 않아, 목표의 38%만 채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부산시가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국비·시비 29억원을 들여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 경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연대경제* 분야 기업과 청년을 연결해, 만 19~39세 미취업 청년 189명에게 현장 일 경험과 경력 형성을 지원한다는 사업입니다. 조건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청년에게는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최대 234만원이 지급되고, 기업에는 4대 보험료와 운영비 일부가 지원됩니다.
그런데 실제 참여 청년은 73명. 목표의 약 38%에 그쳤습니다. 절반도 못 채운 겁니다.
원인은 기업 쪽에 있었습니다. 사업 대상인 마을기업·협동조합*이 외면한 겁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에는 마을기업 61곳과 협동조합 1190곳, 합쳐서 1251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차례나 지원 기간을 연장했는데도 참여 기업은 35곳뿐이었습니다. 100곳 중 3곳도 참여하지 않은 셈입니다.
왜 외면했을까요? 실제로 참여를 검토하다 포기한 부산의 한 협동조합 사례가 답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비슷한 사업에 참여해 봤더니 오히려 업무 부담만 커졌다는 겁니다. 나라가 인건비를 대주는 인력이다 보니 적극적인 업무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조합 대표는 "수요·설문 조사부터 진행해 기업 친화적인 형태로 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광국 사회연대경제 부산협의회 공동대표의 지적은 더 근본적입니다. "사업 기간이 반년 정도라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인력 교육 비용을 고려하면 실질적 도움이 안 되고, 청년도 사회연대경제 업체보다는 다른 곳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겁니다. 지역 수요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채 정부 예산이 내려오자 부산시가 서둘러 사업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부산시는 참여 기업을 다시 모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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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경제
이윤 극대화보다 지역과 구성원의 이익을 앞세우는 경제 영역을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이 여기 속합니다. 취지는 좋지만 규모가 작고 여력이 부족한 곳이 많아, 이번처럼 "사람을 받아 키울 힘"조차 부족한 경우가 생깁니다.
마을기업·협동조합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고, 협동조합은 뜻이 맞는 사람 5명 이상이 모여 공동으로 소유·운영하는 사업체입니다. 🎒 동네 사람들이 함께 차린 반찬가게, 조합원이 주인인 카페를 떠올리면 됩니다. 부산에만 1251곳이 있지만 대부분 영세하다는 게 이번 사업 부진의 배경입니다.
A29사회
검찰 수사 노하우 사장될판…대형사건 처리 공백 우려
한 줄로 말하면
검찰의 수사 기술을 물려받을 사람도, 새 수사관을 키울 교육 체계도 없이 중수청이 출발하게 생겼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정부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조직 규모를 확정했지만, 검찰과 경찰 양쪽에서 같은 걱정이 나옵니다. 수십 년 쌓인 수사 노하우가 제대로 넘어가겠느냐는 겁니다.
핵심 문제는 사람입니다. 검찰은 검사를 이렇게 키워 왔습니다. 먼저 형사부에서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온갖 범죄 유형을 다루고, 공판부에서 재판 경험을 쌓은 뒤에야 특수·공안·강력부 같은 인지수사* 부서로 보냈습니다. 🎒 기본기를 다진 뒤에야 큰 경기에 내보내는 운동선수 육성과 같습니다. 그런데 4일 발표된 중수청 직제안에는 신규 수사관의 교육·훈련과 순환근무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외부에서 새로 뽑은 수사관을 부패·경제·마약 같은 고난도 수사에 바로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현직 검사는 "형사사건 처리와 공판 경험이 없는 수사관에게 대형 인지수사를 맡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인사 체계도 불투명합니다. 중수청으로 옮긴 검사는 일반직 수사관으로 신분이 바뀌는데, 내년 4월 임용 특례가 끝난 뒤의 직급·보직·승진 경로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의 경고가 뼈아픕니다.
"제2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되지 않으려면 인력 구성과 교육 체계를 개청 전에 설계해야 한다. 조직만 비대해져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막대한 예산을 삼키는 '세금 먹는 공룡'으로 전락할 수 있다."
경찰 쪽 걱정은 결이 다릅니다. 중수청 직제에는 경찰 등이 1차 수사한 사건의 보완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이 포함됐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사가 경찰 수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중수청이 사건을 넘겨받는 구조가 반복되면, 사실상 경찰 수사를 다시 검토하는 기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앴는데 그 기능이 이름만 바꿔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기능 중복 문제도 있습니다. 부패·경제·마약·사이버 범죄는 지금도 경찰이 전문 수사 인력을 운영하는 분야입니다. 어느 기관이 어떤 사건을 맡을지 역할 분담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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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
경찰이 수사를 마친 사건을 서류·증거와 함께 검찰로 넘기는 것입니다. 🎒 요리사(경찰)가 만든 요리를 홀 매니저(검찰)에게 넘겨 손님상(법원)에 낼지 결정하게 하는 흐름입니다. 검사는 송치받은 사건을 기소할지 판단합니다.
공판
법정에서 열리는 형사재판 절차입니다. 검사가 증거를 내고 유죄를 입증하는 무대로, 검찰에서는 이 업무를 공판부가 맡습니다. 수사만 잘해서는 안 되고 재판에서 통할 증거를 만들 줄 알아야 하는데, 그 감각을 공판 경험으로 배운다는 게 이 기사의 포인트입니다.
인지수사
고소·고발을 기다리지 않고 수사기관이 스스로 범죄 단서를 포착해 시작하는 수사입니다. 대형 부패·경제 사건이 대부분 여기 해당합니다. 🎒 신고가 들어와야 출동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냄새를 맡고 추적하는 사냥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경험과 노하우가 결정적입니다.
A29사회
두달 전에야 윤곽 드러낸 중수청…인력 충원도 청사도 '벼락치기'
한 줄로 말하면
10월 2일 문을 여는 중수청, 그런데 검사들은 "갈 이유가 없다"며 냉담하고 건물조차 빌려 쓰는 처지입니다.
정부가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직제와 수사관 임용령 제정안을 오는 10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사진은 서울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무슨 일이 있었나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일은 올해 10월 2일.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4일 행정안전부 개청준비단이 발표한 직제*·수사관 임용령을 보면, 정부가 검찰 인력을 데려오려고 꽤 공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현직 검사가 중수청 수사관으로 옮기면 공무원 계급 최소 4급이 보장됩니다.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법조 경력 10년 이상 검사는 3급, 10년 미만은 4급입니다. 검사나 검찰수사관이 원하면 별도 시험 없이 임용될 수 있는 통로도 열었습니다. 준비단은 "검찰청의 핵심 수사 인력과 수사 역량을 이전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현재보다 직급이나 처우가 불리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검사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왜일까요? 신임 검사도 관행적으로 중앙부처 기준 3급 과장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는데, 그보다 낮은 처우를 받으면서 일까지 힘든 중수청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 연봉을 깎으면서 업무량은 더 많은 회사로 이직하라는 제안인 셈입니다.
시간표에도 구멍이 있습니다. 개청은 올해 10월인데 검찰 인력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내년 4월 30일까지의 한시 조치입니다. 현직들이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 초기 인력 확보부터 삐걱댈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재 준비단장도 고민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검찰 유인책에 너무 큰 특혜를 주면 그것에 대해 불편하게 보는 의견도 있다.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빈자리는 경찰·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를 경력경쟁채용시험*으로 뽑아 채웁니다. 수사관 2567명 중 10%가량은 변호사 자격증 보유자로 채운다는 구상입니다.
조직 뼈대도 정해졌습니다. 본청과 6개 지방청, 정원 2874명. 마약 등을 다루는 합동수사과 5개를 새로 만들고, 경찰이 1차 수사한 사건의 보완수사를 전담할 조직도 둡니다. 그런데 청사는 새로 짓거나 배정받은 국가 건물이 아니라 민간 건물을 임대해 쓰기로 했고, 개청 이후에도 공사가 계속될 예정입니다. 수사기관이 셋집에서, 그것도 공사 소음 속에서 출발하는 모양새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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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제
정부 조직의 설계도입니다. 어떤 부서를 두고, 정원은 몇 명이고, 각 자리의 직급은 무엇인지를 법령으로 정한 것입니다. 직제가 확정돼야 사람을 뽑고 예산을 배정할 수 있어서, 조직 신설의 사실상 첫 단추입니다. 그 첫 단추가 개청 두 달 전에야 나왔다는 게 '벼락치기'라는 제목의 이유입니다.
경력경쟁채용시험
공무원 공채(공개경쟁채용)와 달리, 특정 경력·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뽑는 채용 방식입니다. 🎒 신입 공채가 아니라 경력직 이직 시장을 여는 것과 비슷합니다. 검찰 인력이 안 오면 이 통로로 변호사·회계사·경찰 출신을 데려와야 하는데, 이들 역시 수사 경험을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는 숙제가 남습니다.
A29사회
돼지고기 1.2조원 담합 … 재판 넘겨진 유통사 6곳
한 줄로 말하면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대는 업체들이 6년간 매주 가격을 짜고 쳤고, 그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국민 반찬인 돼지고기 값 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4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호)는 국내 돼지고기 유통 1·2위 업체를 포함한 6개사와 임직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혐의 내용이 놀랍습니다. 이들은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면서 2017년부터 6년간 가격을 서로 합의해 결정한, 즉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이 3개월간 수사해 확인한 바로는,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모든' 유통업체가 매주 가격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일부가 아니라 전부입니다.
담합 규모는 총 1조2000억원. 6년간이니 해마다 2000억원어치의 돼지고기 가격이 경쟁 없이 정해진 셈입니다. 왜 이게 소비자 문제일까요? 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면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생기지만, 모두가 매주 모여 가격을 맞추면 그 여지가 사라집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소비자들이 그 값을 치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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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경쟁해야 할 회사들이 몰래 짜고 가격이나 물량을 함께 정하는 것입니다. 🎒 시험을 앞두고 반 1등부터 꼴등까지 전원이 "답을 맞춰 내자"고 약속하는 것과 같습니다. 겉으론 경쟁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하나의 독점처럼 움직이게 되고, 피해는 소비자가 봅니다.
공정거래법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지키는 법입니다. 담합, 독과점 남용, 하청업체 괴롭히기 등을 금지합니다. 🎒 시장경제의 교통법규 같은 법으로, 위반하면 과징금은 물론 이번처럼 형사처벌(기소)까지 갈 수 있습니다.
불구속 기소
재판에는 넘기되 구치소에 가두지는 않는 것입니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크지 않다고 본 경우입니다. 처벌이 가벼워진 게 아니라, 재판을 불구속 상태로 받는다는 절차상의 차이일 뿐입니다.
A29사회
"당근하다 마약사범 될 뻔"…경찰, 해외조미료 거래 차단
한 줄로 말하면
미국 여행 기념품으로 유명한 조미료가 알고 보니 마약 성분 함유 금지 품목이라, 경찰이 중고거래를 막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황당하지만 진짜인 이야기입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4일, 미국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의 조미료 '에브리띵 벗 더 베이글 세서미'가 당근마켓에서 병당 4000~8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미료는 유튜브 등에서 "미국 여행 가면 꼭 사와야 하는 기념품"으로 입소문을 탄 제품입니다. 문제는 원료입니다. 제품에 든 양귀비 씨앗이 한국에서는 마약류 성분으로 분류돼 국내 반입이 금지돼 있습니다. 실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마약류인 모르핀·코데인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미국 마트에서 합법적으로 파는 조미료를 샀을 뿐인데, 한국에서 되팔면 마약류 거래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경찰의 대응은 처벌보다 차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당근마켓에 협조를 구해 지난달 27일부터 관련 게시글을 일괄 비노출 조치했고, 앞으로 이 품목을 등록하려 하면 '거래 제한 안내 팝업'이 뜨게 했습니다. 몰랐던 판매자들이 얼떨결에 마약사범이 되는 일을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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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법이 정한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핵심은 "성분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제품의 용도가 조미료든 약이든, 규제 성분이 들어 있으면 마약류로 취급됩니다. 양귀비 씨앗은 미국에선 식재료지만 한국에선 반입 금지인 것처럼,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해외직구·기념품에서 이런 사고가 납니다.
감정
전문기관이 과학적 분석으로 사실을 판정하는 것입니다. 기분을 뜻하는 감정과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이번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미료를 분석해 모르핀·코데인 검출을 확인했습니다. 수사에서 "느낌"이 아니라 "증거"를 만드는 절차입니다.
A29사회
'생명위협' 폭염 지속…서울서만 온열질환 하루 23명
한 줄로 말하면
고기압 두 개가 이불처럼 한반도를 덮으면서, 서울에서만 하루 23명이 더위로 쓰러지는 위험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이승환 기자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수도권과 전남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습니다. 기상청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극단적 더위'라고 부르는 단계입니다.
왜 이렇게 더울까요? 지금 한반도는 이중으로 갇혀 있습니다. 대기 상층에는 티베트고기압,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 잡았습니다. 🎒 뜨거운 공기 이불을 두 겹으로 덮고 있는 셈이라, 구름 한 점 없는 땡볕 더위가 계속됩니다.
수치로 보면 이렇습니다. 5일 아침 최저기온은 23~27도, 낮 최고기온은 30~38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습니다. 피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에서만 온열질환*자가 23명 발생해 올해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실내외 작업장, 논밭 등은 기상장비가 설치된 곳보다 체감온도가 더 높을 수 있으니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밤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쌓인 열기가 밤사이 식지 않으면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습니다. 열대야주의보 지역에서는 에어컨·선풍기로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고, 잠들기 전 카페인과 술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과 만성질환자는 밤 더위에 더 취약하니 주변에서 안부를 살펴야 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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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중대경보
폭염 특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경보입니다. 단순히 "덥다"가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위험할 수 있는 재난 상황이라는 신호로, 야외 활동 자제가 권고됩니다.
온열질환
더위 때문에 몸의 체온 조절이 무너져 생기는 병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열사병, 열탈진 등이 있으며 심하면 목숨을 잃습니다. 🎒 자동차 엔진이 과열되면 멈추듯, 사람 몸도 열을 못 빼면 고장 납니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마시는 게 예방의 기본입니다.
열대야
밤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밤입니다. 몸이 잠들려면 체온이 살짝 떨어져야 하는데, 밤에도 더우면 그게 안 돼 잠을 설칩니다. 수면 부족이 쌓이면 낮의 온열질환 위험도 커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A29사회
경영위기 '좀비 대학' 퇴로 열린다 … 보유 재산 처분·적립금 규제 완화
한 줄로 말하면
신입생을 못 뽑아 버티기만 하는 부실 사립대에 "질서 있게 문 닫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가 15일부터 시행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학생이 줄어드는 시대, 신입생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문을 닫지 못하고 버티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좀비 대학'입니다. 교육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대학의 퇴로를 마련하는 사립대학구조개선법 시행령*을 의결했습니다. 법은 오는 15일부터 시행됩니다.
구조는 채찍과 당근의 조합입니다. 채찍부터 보면, 교육부는 부실 사립대에 모집정지나 폐교 처분 같은 구조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명령을 내릴 때는 내용과 이행기간을 명시해서 지시해야 합니다.
당근은 규제 완화입니다. 대학이 이행계획을 예정대로 수행하면 보유자산 처분 기준, 교원 확보율 기준, 적립금* 사용 목적 제한 등을 풀어줍니다. 왜 이게 당근일까요? 사립대는 재산을 팔거나 쌓아둔 적립금을 쓰는 데 엄격한 제한을 받아 왔습니다. 그 자물쇠를 풀어줘야 대학이 구조조정 비용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고, 그래야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는 계산입니다. 🎒 출구가 막힌 방에서는 아무도 나가지 않습니다. 문을 열어줘야 나갑니다.
사람에 대한 배려도 담겼습니다. 대학이 청산*될 때 남은 재산은 폐교로 일자리를 잃은 직원의 면직보상금이나 퇴직위로금으로 우선 쓰고, 학생에게는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을 지원합니다. 대학이 사라져도 그 안의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앉지 않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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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법률이 큰 뼈대를 정하면, 그 세부 실행 방법을 정부가 정하는 하위 규정입니다. 국회 의결 없이 국무회의에서 정합니다. 🎒 법률이 "급식을 제공한다"라면 시행령은 "몇 시에, 어떤 메뉴로, 누가 배식하는지"를 정하는 셈입니다.
적립금
사립대가 건축·연구·장학 같은 목적을 정해 쌓아두는 돈입니다. 목적 외 사용이 엄격히 제한돼서, 돈이 있어도 위기 대응에 못 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번 완화는 그 돈을 구조 개선에 쓸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것입니다.
청산
법인이 문을 닫으면서 남은 재산과 빚을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재산을 팔아 빚을 갚고 남는 것을 규정에 따라 배분합니다. 이번 제도의 특징은 그 남은 재산의 1순위 사용처를 '직원 보상'으로 정했다는 점입니다.
A29사회
퇴임 앞둔 이흥구 대법관 후임 4명 압축
한 줄로 말하면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후보가 28명에서 4명으로 좁혀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오는 9월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63·사법연수원 22기)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됐습니다. 김문관 부산지방법원장(62·23기),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7·24기),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51·30기), 김정중 광주지법 부장판사(60·26기)입니다. 공교롭게도 네 명 모두 김씨입니다.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4일 회의를 열어 심사 대상자 28명 중 이 4명을 골라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7일까지 법원 안팎의 의견을 들은 뒤 최종 후보 1명을 정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합니다.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제청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섯 달 가까이 비어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법관 후보자 2명이 동시에 제청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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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리는 법관입니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뿐이고, 이들의 판결은 하급심 재판의 기준(판례)이 되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성향이 나라 전체 재판 방향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후임 인선이 늘 뉴스가 됩니다.
제청
"이 사람을 임명해 주십시오"라고 공식 추천하는 것입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 한 사람의 임명에 사법부(제청)·입법부(동의)·행정부(임명)가 모두 관여하는, 삼권이 서로 견제하는 구조가 이 한 단어에 담겨 있습니다.
A33사회
과기정통부·신한금융 "취약계층 AI 역량 강화"
한 줄로 말하면
신한금융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손잡고 어르신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AI·금융 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배경훈 부총리. 신한금융지주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신한금융그룹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디지털 취약계층 AI 역량 강화 및 안전한 디지털 금융 이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퍼지면서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 창구는 줄고 모바일 앱이 기본이 된 시대에, 앱 사용이 어려운 분들은 금융 서비스 자체에서 소외되고 금융사기에도 더 쉽게 노출됩니다.
신한금융은 이미 갖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합니다. 디지털 금융교육센터인 '신한 학이재', 금융교육 플랫폼 '신한 콘솔(conSOLe)' 등입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온·오프라인 금융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누구도 디지털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과기정통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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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협약
두 기관이 "이 분야에서 함께 일하자"고 약속하는 문서입니다. 영어로 MOU라고도 부릅니다. 법적 강제력은 약하지만, 정부와 민간기업이 각자의 자원(정책+교육 인프라)을 합치는 출발점 역할을 합니다.
정보 격차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 사이의 격차입니다. 🎒 예전에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느냐가 격차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앱을 다룰 줄 아느냐가 그렇습니다. 기차표 예매, 은행 업무, 정부 지원금 신청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 격차는 곧 생활의 격차가 됩니다.
A33사회
해사 1호 여생도, 여성 1호 독도함장 됐다
한 줄로 말하면
해군사관학교 첫 여생도 기수 출신 배선영 대령이,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군으로서 대령급 함정의 함장이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해군에 새 역사가 쓰였습니다. 함장 중 가장 높은 계급인 '대령급' 함정의 함장에 여군이 처음 발탁된 겁니다. 주인공은 5일 대형수송함* 독도함(1만4500t급) 함장으로 취임하는 배선영 대령입니다.
배 대령의 이력 자체가 여군 역사의 한 페이지입니다. 해군사관학교가 처음으로 여생도를 뽑은 1999년에 해사 57기로 입교해 2003년 임관했습니다. 이후 참수리-282호정 정장, 독도함 갑판사관, 남원함(초계함) 작전관, 원산함(기뢰부설함) 함장을 거치며 함정 운용과 작전 지휘 역량을 차근차근 검증받았습니다. 갑판사관으로 근무했던 바로 그 배에 함장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본인은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임무를 앞세웠습니다.
"최초의 대령 지휘 함정 여군 함장이라는 상징성보다 언제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완벽하게 완수하는 독도함을 만들겠다."
독도함이 어떤 배인지 보면 이 자리의 무게가 보입니다. 해군 독도급 대형수송함의 1번함으로, 입체적 상륙작전은 물론 기동부대의 기함*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승조원 300여 명에 상륙군 700여 명, 헬기 7~12대, 전차와 상륙돌격장갑차 6대, 차량 8대를 싣습니다. 🎒 병력 1000명이 타는 '움직이는 군사기지'를 지휘하는 자리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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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송함
병력·헬기·장갑차를 싣고 바다를 건너 적 해안에 상륙작전을 펼치는 대형 군함입니다. 강습상륙함이라고도 부릅니다. 갑판이 평평해 얼핏 항공모함처럼 보이지만, 전투기가 아니라 헬기와 상륙 병력을 나르는 게 주 임무입니다. 독도함은 1만4500t급으로 이 급의 첫 번째 배(1번함)입니다.
기함
함대나 기동부대를 지휘하는 사령관이 타는 배입니다. 🎒 축구팀의 주장 완장을 찬 배라고 보면 됩니다. 지휘·통신의 중심이 되는 만큼, 그 배의 함장은 함대 전체 작전의 심장을 맡는 자리입니다.
A33사회
"AI시대 차별화, 엉뚱한 짓 할수록 좋다"
한 줄로 말하면
"AI는 평균의 달인이니, 인간은 삽질(비효율적인 딴짓)로 평균 밖의 경쟁력을 만들라"는 김상균 경희대 교수의 조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기업의 AX*(AI 전환) 혁신 컨설팅으로 유명한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진단은 역설적입니다.
"인공지능(AI)은 평균적인 답을 가장 잘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가치는 평균에서 나오지 않죠. 결국 AI답지 않은 사람, 비정상적인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살아남을 겁니다."
김 교수가 꼽는 AI 시대 인간의 핵심 덕목은 뜻밖에도 '삽질'입니다. 실패를 감수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과정 자체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경쟁력이 된다는 겁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경로만 찾으려는 마음가짐도 버리라고 말합니다.
본인이 산증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누더기 같은 경로"라고 표현합니다. 로봇이 만들고 싶어 공대에 갔고, 게임이 좋아 직접 개발하고 창업까지 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다 조직 관리가 궁금해져 산업공학 석사를, 사람 마음이 궁금해져 인지과학 박사를 땄습니다. 학사·석사·박사 전공이 전부 다릅니다. 그런데 바로 그 누더기가 무기가 됐습니다. AI 전문성과 창업 경험, 인간 심리 지식이 합쳐진 그의 이력은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고유 분야를 만들어줬고, 지금 그는 '잘나가는 컨설턴트'로 통합니다.
창의성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입니다. AI 시대 인재상으로 꼽히는 T자형 인재*가 되는 데도 삽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창의성은 머릿속 부품이 다양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남들과 같은 레고 블록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합니다. 여러 경험으로 남다른 재료를 모아야 남들이 못 만드는 결과가 나온다는 논리입니다.
왜 이게 AI를 이기는 길일까요? AI는 삽질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I 방법론 자체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효율적인 답, 즉 평균의 답을 내는 구조입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인상적인 질문'을 만드는 연습을 하라는 게 그의 처방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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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AI 트랜스포메이션, 즉 기업이 일하는 방식 전체를 AI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AI 프로그램을 사서 쓰는 게 아니라 조직 운영과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으로, 디지털 전환(DX)의 다음 단계로 불립니다. 김 교수의 본업이 바로 이 전환을 돕는 컨설팅입니다.
T자형 인재
알파벳 T의 모양처럼, 한 분야를 깊게 파면서(세로획) 다른 여러 분야도 폭넓게 아는(가로획) 인재를 말합니다. 🎒 주력 무기 하나에 보조 아이템을 두루 갖춘 게임 캐릭터와 같습니다. 김 교수의 주장은 그 가로획이 책이 아니라 직접 해본 '삽질'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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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3면의 인사(조달청·한국연구재단·한국국제교류재단)와 부음 소식은 명단 나열이라 별도로 풀지 않았습니다. A29면에 같은 제목으로 두 번 실린 중수청 기사는 내용이 겹쳐 하나로 합쳐 다뤘습니다.
🗣️ PART 7. 오피니언
A33오피니언
[매경춘추] 비만약 시대 다이어트
한 줄로 말하면
살 빠지는 약이 불티나게 팔리지만, 체중과 함께 영양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조영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무슨 일이 있었나
요즘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최신 비만약의 인기가 무더위보다 뜨겁습니다. 몸무게가 두 자릿수로 줄어드는 효과 덕분에 약이 없어서 못 구하는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뉴스에서는 '비만약 성지'로 불리는 병원의 걱정스러운 처방 행태가 연일 보도되고, 정부도 오남용*을 막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오남용이란 약을 잘못 쓰거나(오용), 필요 이상으로 마구 쓰는(남용)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쓴 의사는 또 다른 문제를 짚습니다. 바로 '영양 결핍 가능성'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 약은 식욕을 확 줄이고 배부른 느낌을 강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밥을 부실하게 먹거나 아예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살은 빠지는데 단백질, 철분, 비타민, 수분이 함께 모자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더 역설적인 사실도 있습니다. 일부 비만인은 오히려 특정 영양소가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합니다. 필자는 이를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표현합니다. 많이 먹긴 하는데 식사의 질이 낮고, 비타민D를 만드는 데 필요한 햇빛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 7월 초 유럽비만학회가 유럽영양사협회, 유럽비만환자단체와 함께 합의문을 냈습니다. 핵심은 강력한 비만약을 쓰는 사람은 영양·운동·심리 세 가지를 동시에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먹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약을 쓰면 금방 배가 부르기 때문에, 부족해지기 쉬운 것부터 먼저 먹어야 합니다. 생선·닭고기·두부를 먼저, 그다음에 채소와 통곡물 순서입니다. 하루 1200킬로칼로리도 못 먹는 사람은 멀티비타민을 함께 먹으라고 권합니다. 🎒 뷔페에서 시간이 10분밖에 없다면 가장 중요한 요리부터 집어 먹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둘째는 운동입니다. 근육량과 근력을 지키려면 "일단 운동을 시작하고 보자"는 게 합의문의 태도입니다. 안 하던 운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제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작한 뒤에 양과 강도를 조금씩 올리고,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저항 운동*을 함께 해야 합니다. 저항 운동은 무게나 저항을 이겨내며 근육에 힘을 주는 운동을 말합니다. 셋째는 마음입니다. 심리 변화도 잘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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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용
'오용'과 '남용'을 합친 말입니다. 오용은 용도나 방법에 맞지 않게 잘못 쓰는 것, 남용은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쓰는 것입니다. 비만약의 경우, 비만이 아닌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아 쓰는 것이 대표적인 오남용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막으려는 이유는 부작용 위험 때문입니다.
저항 운동
걷기·달리기처럼 숨이 차는 유산소 운동과 달리, 아령을 들거나 밴드를 당기는 것처럼 '무게에 저항하며' 근육을 키우는 운동입니다. 비만약으로 살을 빼면 지방만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도 함께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항 운동으로 근육을 지키는 게 필수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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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4오피니언
[기자24시] 가덕도 신공항 공사 기피하는 이유
한 줄로 말하면
자재값은 폭등했는데 공사비는 그대로라서, 건설사들이 가덕도 신공항 공사를 서로 안 맡으려 합니다.
진영화 부동산부 기자
무슨 일이 있었나
건설사들이 꺼리는 발주처*가 있습니다. 발주처란 "이 건물 지어주세요" 하고 공사를 주문하는 쪽을 말합니다. 학교, 병원, 종교시설이 대표적인 기피 대상인데, 공사는 어렵고 공사비 정산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일은 일대로 시키고 돈은 깎으려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셋을 압도하는 기피 발주처가 있으니, 바로 정부라고 합니다. 공사 기간은 짧고, 공사비는 부족하고, 책임은 건설사가 다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표 사례가 가덕도 신공항입니다. 처음 공사를 이끌기로 했던 현대건설이 사업을 포기한 뒤에는 이런 말까지 나왔습니다.
"가덕도 공사는 누구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사업"
어렵게 대우건설이 새 주관사(공사를 대표로 이끄는 회사)로 정해졌습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혼자 입찰에 참여했고, 지난 3월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컨소시엄은 큰 공사를 여러 회사가 팀을 짜서 함께 맡는 연합체이고, 수의계약은 경쟁 입찰 없이 특정 상대와 직접 맺는 계약입니다. 지원자가 대우건설 팀 하나뿐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 세상이 변했다는 겁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터지며 기름값이 폭등했고, 나프타 공급이 막히면서 주요 자재값도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사업비는 작년 12월 공고 때의 약 10조7000억원 그대로입니다. 🎒 작년 가격표로 계약서를 쓰라는데, 재료값은 이미 올라버린 식당 사장님의 처지와 같습니다.
왜 못 올릴까요? 현행 제도가 '계약 이후'의 물가 인상분만 보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아직 계약을 안 맺었습니다. 그래서 입찰공고일부터 지금까지 오른 비용, 즉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급등분은 고스란히 건설사 몫이 됐습니다.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낸 건설사들의 작년 순이익을 보면 마이너스 136억원, 마이너스 63억원, 마이너스 3억원 등 적자투성이입니다. 이대로면 공사 참여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고, 억지로 강행하면 부실 공사·안전 사고·개항 지연이라는 역풍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자는 경고합니다.
다행히 국토교통부는 "증액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입니다. 국무조정실 주도로 관계 부처 협의도 예정돼 있습니다. 기자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공공공사가 최고의 발주처일 필요는 없지만, 최악일 필요도 없다. 기업에 적절한 이익은 보장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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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공사나 사업을 주문하고 돈을 내는 쪽입니다. 아파트 공사라면 시행사가, 신공항 공사라면 정부가 발주처입니다. 발주처가 공사비를 짜게 주면 건설사는 손해를 보면서 짓거나, 자재를 아껴 부실하게 짓는 유혹에 빠집니다. 그래서 '어떤 발주처냐'가 건설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컨소시엄
라틴어에서 온 말로, 여러 회사가 하나의 큰 사업을 함께 하려고 만든 연합팀입니다. 10조원짜리 공항 공사는 한 회사가 감당하기엔 너무 크고 위험합니다. 그래서 대표 회사(주관사)를 중심으로 여러 건설사가 지분을 나눠 참여합니다. 이익도 나누지만 손실도 나눠 집니다.
수의계약
'수의'는 '뜻에 따른다'는 말로, 경쟁 입찰 없이 발주처가 특정 업체와 직접 맺는 계약입니다. 원래 공공사업은 여러 회사를 경쟁시켜 좋은 조건을 고르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가덕도처럼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 유일한 지원자와 수의계약을 하게 됩니다. 인기 없는 사업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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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4오피니언
[기고] 병원 만큼 중요한 정원…서울의 '녹색 처방'
한 줄로 말하면
외로움에는 약 대신 정원을 처방하자, 영국과 미국은 이미 하고 있고 효과도 입증됐다는 제안입니다.
최기홍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무슨 일이 있었나
고독사와 외로움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해 고독사로 사망한 사람은 3900명. 하루에 10명 넘게 홀로 세상을 떠난 셈입니다. 그중 784명이 서울시민이었습니다. 성인 3명 중 1명(33%)은 아프거나 힘들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답했고, 서울 1인 가구의 62.1%가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2025년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이 2022년보다 약 12만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의 대처는 위험한 사람을 찾아내 상담이나 병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필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병원 문턱을 넘기엔 애매하지만 그냥 버티기엔 힘든 사람들에게, '밖에 나갈 이유'와 '함께 할 일'을 주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치료보다 예방이라는 관점입니다.
해외는 그 답을 자연에서 찾았습니다.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는 링크워커라는 사람을 두고 시민을 정원 가꾸기 활동에 연결해줍니다. 링크워커는 말 그대로 '연결해주는 일꾼'으로, 외로운 사람과 지역사회 활동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합니다. 영국은 이를 제도로 만들어 녹색 사회적 처방(GSP) 사업을 밀고 있습니다. 의사가 약 대신 "자연 속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세요"라고 처방하는 제도입니다. 약물 치료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함께 키우는 보건의료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의 '파크 알엑스 아메리카'는 6000개가 넘는 공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의료진이 환자에게 공원 방문을 처방하게 했습니다. 🎒 처방전에 약 이름 대신 공원 이름이 적히는 셈입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자연을 개인 취미가 아니라 공공보건 서비스로 제도화했다는 점입니다.
국내 연구도 효과를 뒷받침합니다. 필자의 연구실이 전국 10개 기관의 시민 111명에게 15주간(30회기) 정원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우울·불안 증상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출석률은 87%. 열 번 모이면 아홉 번 가까이 나왔다는 뜻이니, 참가자들이 정말 오고 싶어했다는 얘기입니다. 정원활동을 한 192명과 하지 않은 대조군* 99명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외로움이 의미 있게 줄었습니다. 대조군이란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비교 집단을 말합니다. 필자는 이 효과가 식물 덕분만이 아니라, 식물과 함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회적 장(자리)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서울시도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립·은둔 청년 39명을 대상으로 11개 기관에서 서울둘레길 등을 활용한 정원 처방을 진행했다는 대목에서, 필자는 서울의 한강과 둘레길이 훌륭한 '녹색 처방전'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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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사회적 처방
영어로 Green Social Prescribing, 줄여서 GSP입니다. '사회적 처방'은 약이 아니라 사회 활동(모임, 운동, 봉사 등)을 처방하는 것이고, 앞에 '녹색'이 붙으면 그 활동이 정원 가꾸기, 공원 산책 같은 자연 기반 활동이라는 뜻입니다. 외로움의 근본 원인은 몸의 병이 아니라 '끊어진 관계'인 경우가 많아서, 약보다 사람과 만나는 활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발상입니다.
링크워커
영국 NHS가 운영하는 '연결 전문가'입니다. 의사가 "이 환자는 외로움이 문제"라고 판단하면 링크워커에게 보내고, 링크워커가 환자의 상황에 맞는 지역 활동(가드닝 모임 등)을 찾아 연결해줍니다. 🎒 병원과 동네 사이의 내비게이션 같은 역할입니다.
대조군
어떤 프로그램의 효과를 증명하려면 '그 프로그램을 안 한 사람들'과 비교해야 합니다. 이 비교 대상이 대조군입니다. 정원활동을 한 사람들만 좋아졌다고 하면 "원래 좋아질 사람들 아니냐"는 반박이 가능하지만, 대조군보다 확실히 더 좋아졌다면 프로그램의 효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의 기본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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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4오피니언
[손현덕칼럼] 원전 옆 파크골프장
한 줄로 말하면
원자력발전소 돔을 바라보며 골프를 치는 영광 한빛원전, 그 40년의 영광과 상처 위에 이제 원전 2기 추가라는 새 시험대가 놓였습니다.
손현덕 주필
무슨 일이 있었나
원전 돔을 바라보며 티샷을 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전남 한빛원전 용지 안에 있는 36홀짜리 파크골프장입니다. 가장 긴 홀은 180미터로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원전과 골프라는 엉뚱한 조합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24년 전, 원전 반대 목소리가 워낙 높아지자 주민들을 위해 10만평 규모의 공원을 만들고 '한마음'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몇 해 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퇴직한 배주섭 대외협력처장이 아이디어를 보탰습니다. 공원 절반을 파크골프장으로 만들자는 것. 원전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한빛만큼 영광과 상처를 함께 겪은 원전도 없습니다. 한빛(당시 이름은 영광) 1호기가 완공된 1986년은 공교롭게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진 해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원전 기술을 스스로 갖추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44명의 원전 연구원이 설계기술을 배우겠다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출정식 구호는 '필 기술자립', 반드시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뜻이었습니다. 2년 뒤 돌아온 이들이 한국형 원전* OPR1000을 만들어냅니다. 우리 손으로 설계한 원전이라는 뜻으로, 지금의 한빛 3호기가 바로 그것이고,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APR1400)의 초기 모델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지명 '영광'이 그렇게 K원전의 영광이 깃든 곳이 됐다고 말합니다.
아픔도 있습니다. 3호기와 쌍둥이로 지어진 한빛 4호기 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 방사능 누출을 막는 콘크리트 방호벽에서 빈틈이 발견됐습니다. 원전은 멈춰 섰고, 주민 불안을 풀기 위해 '재가동하려면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치라'는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 7개월. 국내 최장 중단 기록입니다. 필자는 이것이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였다고 짚습니다.
이제 새로운 국면입니다. 호남에 반도체클러스터*를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반도체 공장과 관련 기업들을 한곳에 모은 대규모 산업 단지를 말합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전력 걱정을 했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먹기 때문입니다. 이때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장담했습니다. 영광에 원전 2기를 추가로 지을 땅이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난달 영광을 찾았습니다. 마침 호남 출신 원전본부장이 새로 임명된 다음날이라 곳곳에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목소리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프로젝트가 공식화되면 탈원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탈원전은 원전을 점차 줄여서 없애자는 주장이나 정책을 말합니다. 24년 전 골프장으로 달랬던 주민 신뢰가, 40년 만에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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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
남의 나라 설계도를 빌리지 않고 한국이 자체 설계한 원전을 말합니다. 1986년 미국으로 건너간 44명의 연구원들이 배워 온 기술로 만든 OPR1000이 그 시작이고, 이를 발전시킨 APR1400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까지 했습니다. 🎒 남의 요리법을 어깨너머로 배워 와서, 나중에는 그 요리를 원조 국가들과 경쟁하며 수출하게 된 셈입니다.
반도체클러스터
클러스터는 '포도송이'라는 뜻입니다. 반도체 공장, 소재·부품 회사, 연구소를 포도알처럼 한 지역에 모아놓은 산업 단지를 말합니다. 모여 있으면 물류비가 줄고 기술 교류가 빨라집니다. 문제는 전기입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막대한 전력을 쓰기 때문에, 클러스터 계획에는 반드시 '전기를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이 칼럼에서 영광 원전 추가 건설 얘기가 나온 이유입니다.
탈원전
원전의 위험성을 이유로 원전을 더 짓지 않고 점차 줄여가자는 정책 방향입니다. 반대로 원전을 늘리자는 쪽은 값싸고 탄소 배출이 적은 전력원이라는 점을 내세웁니다. 한빛 4호기가 5년 7개월 멈춰 섰던 데서 보듯, 원전은 기술만큼이나 주민의 신뢰가 좌우하는 시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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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5오피니언
[글로벌포커스] 유럽 AI법 시행, 한국기업의 생존법
한 줄로 말하면
유럽의 AI법이 본격 시행됐고, 유럽에서 장사하려는 한국 기업이라면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준비해야 할 숙제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AI)법이 본격적인 집행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챗봇은 이용자에게 "당신은 지금 AI와 대화하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야 합니다. AI가 만든 이미지, 음성, 영상에는 AI 생성물임을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붙여야 합니다. 딥페이크*처럼 공공의 관심사에 관한 AI 생성물에도 그 사실을 밝혀야 합니다. 딥페이크란 AI로 실제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감쪽같이 합성한 가짜 콘텐츠를 말합니다. 필자는 이제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넘어 '어떻게 쓰이고 누가 책임지느냐'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유럽 얘기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법은 기업의 국적이나 개발 장소를 따지지 않습니다. 유럽 시장에 AI 시스템을 공급하거나, 그 결과물을 유럽에서 쓰기만 하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례가 있습니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인 GDPR*이 전 세계 기업의 데이터 처리 방식을 바꿔놓았듯이, 유럽 AI법도 글로벌 AI 제품·서비스의 설계 기준으로 퍼질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유럽은 미국처럼 거대 AI 플랫폼을 주도하지도, 중국처럼 방대한 데이터와 내수시장을 갖지도 못했습니다. 대신 인간의 권리, 안전, 투명성, 책임이라는 '규칙'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술 경쟁에서 밀린 것을 시장 진입 조건과 국제표준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입니다. 🎒 달리기로는 못 이기니, 경기 규칙을 자기가 정하는 심판석에 앉겠다는 겁니다.
법의 핵심은 위험 수준에 따라 의무를 다르게 매기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추천이나 보조 기능에는 규제가 비교적 적습니다. 반면 채용, 신용평가, 생체인식처럼 개인의 권리와 기회에 직접 영향을 주는 AI에는 데이터 품질, 위험관리, 기록 보존, 인간의 감독을 요구합니다. 어떤 데이터로 만들었는지,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추적할 수 있는지,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지를 기업이 입증해야 합니다.
그럼 한국 기업은 뭘 해야 할까요? 첫 단추는 자기 회사가 어떤 AI를 만들고 쓰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고객 상담, 인사평가, 금융심사, 마케팅 중 어느 업무에 어떤 AI가 쓰이는지 알아야 위험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직접 개발했는지, 외부 범용 모델을 갖다 붙였는지, 단순 이용자인지 공급자인지에 따라 책임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투명성은 서비스 출시 직전에 고지문 한 줄 붙이는 식으로는 확보되지 않는다고 필자는 강조합니다. 의사결정 전 과정을 공개하고, 이의제기와 구제 절차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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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딥러닝(AI 학습 기술)과 페이크(가짜)를 합친 말입니다. AI가 실존 인물의 얼굴, 목소리, 몸짓을 학습해 그 사람이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진짜처럼 만들어냅니다. 가짜 뉴스, 사기, 명예훼손에 악용될 수 있어서 유럽 AI법은 "이건 AI가 만든 것"이라는 표시를 의무화했습니다.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입니다. 2018년 시행 당시에도 '유럽 법'이었지만, 유럽인의 데이터를 다루는 전 세계 기업이 모두 적용 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세계 표준이 됐습니다. 이번 AI법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글의 핵심 경고입니다. 유럽이 만든 규칙이 세계의 규칙이 되는 현상을 '브뤼셀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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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5오피니언
[필동정담] 초파리도 냉방 중
한 줄로 말하면
폭염에 초파리가 죽기를 바랐지만, 인간이 시원하게 냉방해둔 집 안이 오히려 초파리의 여름 휴양지가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필자가 휴가로 일주일간 집을 비웠습니다. 먹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초파리도 사라졌겠지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다용도실 문을 열자마자 10여 마리가 어지러이 춤을 추며 주인을 맞았습니다.
올여름은 초파리가 유난히 극성입니다. 초파리 트랩, 자동포집기 같은 퇴치용품이 팔리고, 한 유튜버가 '초파리는 정말 저절로 생기는가'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영상은 11일 만에 조회수 230만회를 찍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초파리는 기온에 민감한 변온동물*입니다. 사람처럼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주변 온도에 따라 몸의 온도가 변하는 동물이라는 뜻입니다. 서늘하면 대사율(몸이 에너지를 태우는 속도)이 낮아져 활동과 번식이 느려집니다. 반대로 25도 안팎에서는 알을 많이 낳고 쑥쑥 자랍니다. 알에서 성충까지 열흘 안팎이면 충분합니다. 여름에 개체 수가 폭발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30도를 넘는 고온에서는 생식능력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역대급 폭염이니 '고온 스트레스'로 초파리가 일찍 죽지 않을까? 필자도 잠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둔 피서지가 너무 쾌적했습니다. 20도 중반으로 산뜻하게 냉방되고 달콤한 여름 과일까지 쌓여 있는 집 안. 초파리 입장에서는 번식하기 딱 좋은 낙원입니다. 🎒 더위를 피하려고 튼 에어컨이, 초파리에게는 무료 리조트가 된 셈입니다.
그럼 초파리는 어디서 올까요? 영상 속 초파리는 집요했습니다. 방충망 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바나나 껍질에 알 형태로 붙어 집에 잠입합니다. 밀봉한 음식에서는 생기지 않지만, 인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들어와 순식간에 번식합니다. 옛사람들은 벌레가 흙이나 음식물에서 저절로 생겨난다고 믿었는데, 이런 생각을 자연발생설*이라고 합니다. 필자네 초파리의 고향은 영상을 다 보기도 전에 발각됐습니다. 다용도실 문 뒤에 흩어져 있던 좁쌀 크기의 갈색 물체들, 초파리 번데기였습니다. 자연발생설까지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고 필자는 고백합니다.
늦은 저녁 식탁에서는 초파리 한 마리가 신나게 돌아다니다 젓가락을 대기도 전에 음식에 앉았습니다. 임금님 수라상의 음식을 먼저 맛보던 기미상궁이 따로 없습니다. 주말 대청소 전까지는 별수 없이 동거해야겠다는 게 필자의 결론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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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온동물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입니다. 곤충, 물고기, 개구리, 뱀이 여기 속합니다. 사람 같은 정온동물은 추워도 더워도 체온이 36.5도로 유지되지만, 변온동물은 날씨가 곧 몸 상태입니다. 그래서 초파리에게 '집 안 온도 25도'는 단순히 쾌적한 게 아니라, 번식 속도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조건이 됩니다.
자연발생설
생명이 부모 없이 흙, 썩은 고기, 음식물 같은 무생물에서 저절로 생겨난다는 옛 학설입니다. 파스퇴르의 실험 등으로 이미 오래전에 틀렸다고 증명됐습니다. 그런데도 "밀봉했는데 초파리가 왜 생기지?"라는 경험 앞에서는 현대인도 잠깐 흔들립니다. 정답은 늘 같습니다. 알이나 번데기가 어딘가에 이미 들어와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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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타고 땅 찾겠다는 이 대통령, 이번엔 주택공급 결과로 보여야 [사설]
한 줄로 말하면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집 지을 땅을 찾겠다지만, 정작 주택 공급을 막는 진짜 장애물은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재명 대통령이 조만간 헬기를 타고 수도권을 돌아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주택 공급이 가능한 땅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택지*, 즉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될 만한 곳은 "전부 다 찍어보겠다"고 지난달 23일 이미 밝혔습니다. 7박 11일 남미 순방에서 돌아온 지난 3일에도 청와대로 출근해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이고, 사설도 이 점은 환영합니다.
그러나 헬기를 타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병목들입니다. 지구 지정*에서 착공까지 한없이 늘어지는 절차, 택지 조성 협의 단계에서 발목을 잡는 이해당사자와 지방자치단체, 치솟는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그것입니다. 지구 지정이란 정부가 "이 일대를 개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정하는 첫 단계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 첫 단계에서 입주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3기 신도시 중 가장 빠르다는 인천 계양지구조차 지구 지정 후 7년이 지난 올해 말에야 입주가 시작됩니다. 🎒 출발 총소리가 울리고 7년을 달려야 겨우 결승선인 마라톤입니다.
주민 반대로 막힌 곳도 수두룩합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1·2지구, 경기 과천의 한국마사회 경마장 용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용지가 그렇습니다. 사설은 이제 과거 권위주의 정권처럼 정부가 땅을 찍고 밀어붙이는 시대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주택 공급의 필수 조건이 됐다는 것입니다. 새 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목을 없애지 못하면 첫 삽조차 뜨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 서울에서 먼 지역은 땅을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는 쉽지만, 집값을 잡는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수요가 몰리는 곳은 서울이니까요. 그래서 사설은 서울과 1기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재건축 부담금* 등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야 도심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인다는 것입니다. 재건축 부담금이란 재건축으로 집값이 올라 생긴 이익의 일부를 나라가 걷어가는 돈을 말합니다. 이 부담이 크면 조합원들이 재건축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세금 문제입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은 초고가·비거주 1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증세입니다. 사설의 경고는 이렇습니다. 세금은 올려놓고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 집값은 더 오른다. 오른 집값은 공시가격*을 끌어올리고, 세 부담을 눈덩이처럼 키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세금을 매기는 기준으로 매년 발표하는 부동산 가격입니다. 결국 조세 저항이 격화될 수밖에 없고, 집값 안정에 역행하는 증세는 정당성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헬기 시찰이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기억될지, 주택 공급 확대의 기폭제가 될지는 성과로 판가름 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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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조성된 땅입니다. 아무 땅에나 집을 지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농지나 산은 용도를 바꾸고, 도로·상하수도를 깔고, 법적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택지가 됩니다. 헬기에서 빈 땅이 보여도 그게 곧 택지는 아니라는 게 이 사설의 뼈대입니다.
지구 지정
정부가 특정 지역을 개발 대상으로 공식 지정하는 절차로, 신도시 개발의 출발선입니다. 문제는 출발선을 끊고도 보상, 협의, 조성 공사를 거치느라 입주까지 7년 이상 걸린다는 점입니다. "땅을 찾았다"와 "집이 생겼다"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멉니다.
재건축 부담금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지으면 집값이 크게 오릅니다. 그 이익의 일부를 나라가 환수하는 돈이 재건축 부담금입니다. 불로소득을 막자는 취지지만, 부담금이 크면 "남는 게 없다"며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가 늘어 도심 공급이 막힙니다. 사설이 완화를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공시가격
정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부동산의 공식 가격입니다.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이 이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시장에서 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도 따라 오르고, 세율을 건드리지 않아도 세금이 저절로 늘어납니다. '집값 상승 → 공시가격 상승 → 세 부담 폭증'의 연쇄가 이 사설이 경고하는 시나리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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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5오피니언
국민 마음 대변한 '돌려차기' 피해자의 읍소, 무시한 정부·여당 [사설]
한 줄로 말하면
부실 수사의 피해자가 직접 나서 "검찰의 보완수사권만은 남겨달라"고 호소했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끝내 외면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결국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모여 국가의 중요 정책과 법안을 심의하는 최고 회의입니다. 여기서 폐지되는 권한에는 보완수사권이 포함됩니다. 경찰이 수사를 끝낸 사건이라도,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이 있으면 검찰이 다시 파고들어 보충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사설은 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사라지는 것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이 법이 왜 중요할까요? 형사소송법은 수사와 재판이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를 정한 법으로,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됩니다. 억울하게 수사받거나, 반대로 피해를 당하고도 진실이 묻히는 일을 막는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국무회의 하루 전, 특별한 호소가 있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 씨(가명)가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읍소한 것입니다. 거부권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논의하라고 돌려보내는 권한입니다. 이 사건은 2022년 한 남성이 김씨를 뒤쫓아가 성폭행과 살인을 시도한 강력범죄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의 보완수사로 성범죄 혐의가 추가로 밝혀졌고, 가해자의 형량이 크게 무거워졌습니다.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진실이 파묻혔을 사건. 그 피해자가 직접 나섰기에 울림이 각별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고 권력이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령과 제도 정비 같은 후속 조치로 보완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설은 이 말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합니다. 형사사법 체계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바꾸는 법안은 그대로 통과시켜 놓고, 나중에 자잘한 보완을 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 둑을 허물어 놓고 나중에 모래주머니로 막겠다는 격입니다.
돌아보면 보완수사권을 남겨달라는 목소리는 한쪽 진영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김씨 같은 부실 수사 피해자는 물론,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장애인 단체, 심지어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존치를 호소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이것은 이념이 아니라 인권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설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여당이 법을 밀어붙였고, 거부권이라는 장치를 가진 대통령과 정부도 손을 놓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책무를 다시 살피라고 촉구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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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경찰이 송치한(넘긴) 사건에서 빠진 부분을 검찰이 직접 보충 수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돌려차기 사건이 보여주듯, 1차 수사에서 놓친 혐의를 2차에서 잡아내는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이 권한이 사라지면 경찰 수사가 부실해도 이를 바로잡을 통로가 좁아진다는 것이 사설의 우려입니다.
거부권
정식 이름은 '재의요구권'입니다.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에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고 "다시 논의해달라"며 국회로 돌려보내는 헌법상 권한입니다. 국회의 입법 폭주를 견제하는 마지막 브레이크인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기로 선택했습니다.
국무회의
대통령이 의장, 국무총리가 부의장을 맡고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정부 최고 심의기구입니다. 법률안, 예산안 같은 중요 안건이 여기를 거칩니다. 국회를 통과한 법이 국무회의를 지나 공포되면 확정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국무회의 하루 전'에 호소한 것은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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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5오피니언
청년 재테크 의지에 찬물 끼얹는 ISA 만기 5년 제한 [사설]
한 줄로 말하면
'만능 절세 통장'으로 불리던 ISA의 핵심 장점을 정부가 스스로 깎아내려, 848만 가입자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정안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ISA는 정부가 국민의 자산 불리기를 돕겠다며 10년 전 도입한 세제 지원 상품입니다. 국내 상장 주식, 공모펀드, ETF, 예·적금을 통장 하나에 담을 수 있고 세금 혜택도 커서 '만능 절세 통장'으로 불려왔습니다. 인기가 얼마나 좋았냐면,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848만명. 국민 6명 중 1명꼴입니다. 가입금액은 59조원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이 이 장점들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첫째, 연간 납부한도 이월제도가 폐지됩니다. 지금까지는 연 2000만원 한도를 다 못 채우면 남은 금액이 다음 해로 넘어갔습니다. 올해 여유가 없으면 내년에 몰아서 넣는 식으로, 증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돈을 굴릴 수 있었습니다. 이 자율성이 사라집니다.
둘째, 더 심각한 것은 만기 제한입니다. 지금은 의무가입 3년만 채우면 무제한 연장이 가능했습니다. 1억원 한도까지 채워가며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복리란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것으로,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려면 긴 시간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개정안대로면 5년 뒤 계좌가 강제 해지되고 새 계좌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 눈덩이를 굴리다가 5년마다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뭉치라는 셈입니다. 장기·복리 투자라는 ISA 본래의 취지를 정부 스스로 허문 것이라고 사설은 지적합니다.
셋째, 이 변화가 기존 가입자에게까지 소급 적용*됩니다. 소급 적용이란 새 규칙을 그 이전에 가입한 사람에게까지 거슬러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옛 조건을 믿고 노후 자금을 넣어온 월급쟁이들 입장에서는 게임 도중에 규칙이 바뀐 셈입니다.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사설은 새로 만든 '생산적금융 ISA'로 국민 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려는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 정책 실패로 투기판처럼 변질된 시장에 국민의 노후 자금까지 떠미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합니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오르내리는 폭의 몇 배로 손익이 커지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자본시장 선진화' 구호와도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사설의 결론은 단호합니다. 기존 ISA가 무력화되면 월급쟁이의 노후 설계도, 청년의 자산 형성도 위협받는다. 개정안을 즉각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라.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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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 주식, 펀드, ETF, 예·적금을 한 계좌에 모아 담고, 여기서 난 수익에 세금 혜택을 주는 통장입니다. 여러 상품의 이익과 손실을 합쳐서 세금을 매기고 혜택도 주기 때문에 '만능 절세 통장'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848만명이 가입했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 재테크의 기본 통장이 됐다는 뜻입니다.
복리효과
원금에 붙은 이자가 다음 기간에는 원금과 함께 다시 이자를 낳는 구조입니다. 핵심은 '시간'입니다. 기간이 길수록 불어나는 속도가 기하급수로 빨라집니다. 만기를 5년으로 자르면 이 효과가 매번 끊기기 때문에, 사설이 만기 제한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것입니다.
소급 적용
새로 만든 규칙을 과거에 이미 이뤄진 계약이나 가입에까지 거슬러 적용하는 것입니다. 법과 정책의 기본 원칙은 '믿고 한 약속은 지켜준다'는 신뢰 보호입니다. 기존 가입자는 무제한 연장이라는 조건을 보고 가입했는데 그 조건이 사후에 바뀌니, 반발이 유독 큰 것입니다.
레버리지 ETF
ETF는 주가지수 등을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 상장 펀드이고, 레버리지(지렛대)가 붙으면 지수 변동폭의 몇 배로 움직입니다. 오를 땐 몇 배로 벌지만 떨어질 땐 몇 배로 잃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사설은 이런 상품 관련 정책 실패로 시장이 투기판처럼 변질됐는데, 거기에 국민 노후 자금을 밀어 넣으려 한다고 비판합니다.
🎨 PART 8. 문화·스포츠
A2문화
AI가 매일 아침 퀴즈 … 매경 앱으로 '경제 문해력' 쑥
한 줄로 말하면
매일경제 앱이 '읽는 신문'에서 '풀고 배우고 노는 신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AI가 퀴즈 5개를 내줍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출근길 지하철에서 매경 앱을 연 직장인 김 모씨. 전날 읽은 반도체 기사로 만든 퀴즈를 풉니다. 단순히 "기사에 뭐라고 써 있었나"를 묻는 게 아닙니다. 정부 지원 정책이 기업 투자와 나라 살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묻습니다. 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사를 읽을 때는 막연했던 경제 개념이 퀴즈를 풀면서 명확해졌다"
어떻게 만들어지는 퀴즈일까요? AI가 매일경제의 최신 기사를 분석해서 매일 새 문제 5개를 만듭니다. 시사 상식을 묻는 단답형부터, 정책 쟁점과 산업 구조를 엮어서 생각해야 풀리는 분석형 문제까지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가격 정보를 복잡하게 만들어 실질 가격이 왜곡되거나 숨겨지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는?" 정답은 가격 왜곡*입니다. 문제를 풀다 보면 경제 용어가 자연스럽게 머리에 남는 구조입니다.
더 어려운 문제도 나옵니다. 정부가 예상보다 많은 세수*를 확보해서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로봇처럼 몸을 가진 AI) 같은 전략산업과 청년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상황을 주고, 핵심 쟁점을 묻는 식입니다. 정답 해설에서는 이런 투자가 성장과 고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기 전망이 빗나가거나 사업 집행이 비효율적이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점까지 짚어줍니다. 효과와 위험을 동시에 보게 만드는 거죠.
퀴즈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매경의 AI 에이전트* 'MAI'가 경제학습 기능을 맡고, 주요 기사마다 개별 퀴즈도 붙습니다. 머리를 식히고 싶으면? AI와 오목 한 판을 둘 수도 있습니다.
🎒 지금까지의 신문이 '선생님의 일방적인 강의'였다면, 이 앱은 강의 끝에 쪽지시험을 보고 오답 풀이까지 해주는 과외 선생님에 가깝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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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왜곡
물건의 진짜 가격이 잘 안 보이게 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기본 가격은 싸게 붙여놓고 배송비, 수수료, 옵션비를 따로따로 붙이면 소비자는 실제로 얼마를 내는지 감을 잃습니다. 가격 정보가 복잡해질수록 소비자는 비교를 못 하게 되고, 그만큼 손해 보기 쉬워집니다.
세수
나라가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돈입니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면 정부는 그 돈을 어디에 쓸지 정해야 합니다. 이 기사의 퀴즈처럼 "남는 세수를 전략산업에 투자하면 어떤 효과와 위험이 있나"를 따지는 것이 바로 경제 문해력입니다.
AI 에이전트
질문에 답만 하는 챗봇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일을 수행해주는 AI를 말합니다. 매경의 'MAI'는 독자 개개인에게 맞춰 경제 학습을 도와주는 맞춤형 경제 교사 역할을 합니다.
A31문화
푸른 바다에 풍덩 … 그림 속으로 떠나는 피서
한 줄로 말하면
티켓값 1만8000원을 내고도 보름 만에 1만명이 몰린 전시가 있습니다. 그림만 봐도 시원해지는 한국화가 조은의 '오늘의 정원'전입니다.
Shapes of a Season 2, 2026, 한지에 수묵채색, 145.5×112㎝. 아트사이드 갤러리
무슨 일이 있었나
초록 식물 사이를 거니는 산책자들, 네모난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불볕더위에 지친 요즘,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전시가 서울 광진구 이스트몰 2층 그라운드시소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화*가 조은(40)의 '오늘의 정원'전입니다.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 보통 갤러리 전시는 관람료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전시는 1만8000원이라는 티켓값을 받는데도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개막한 지 보름 만에 관람객 1만명을 돌파했습니다. 하루에 660명꼴로 돈을 내고 그림을 보러 온 셈입니다. 비결이 뭘까요? 조용한 휴가지에 누워 초록빛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듯한 평온함과 위로. 그게 관람객을 사로잡았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라운드시소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트렌디한 미디어아트와 사진전을 주로 열던 이곳이 처음으로 시도한 한국화 원화* 기획전이기 때문입니다. 신작 30점을 포함해 총 80여 점의 실물 원화가 걸렸습니다. 이미 컬렉터들 손에 흩어졌던 작품 수십 점도 이번 전시를 위해 다시 모였습니다.
작가의 이력도 흥미롭습니다. 전남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홍익대에서 동양화 석사를 받은 조은은, 호남 화단에서 활동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한지와 먹을 다뤄왔습니다. 데뷔는 늦었습니다. 30대 중반까지 혼자 작업에 몰두하다가 2022년 서촌 아트사이드 갤러리 첫 개인전으로 혜성처럼 등장했죠.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혼자 작업하며 버틴다는 생각보다는 내 세상을 보여주려면 내가 만족할 만한 화면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늦은 만큼 무섭게 달립니다. 매 전시 거의 완판을 기록했고, 아부다비를 비롯한 아트페어*에 단골로 초청됩니다. 오는 9월엔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에도 참여합니다. 작품 세계도 독특합니다. 한지와 먹이라는 전통 재료를 쓰지만, 옛날식 상상 속 산수화가 아니라 뉴욕 맨해튼 주택가와 서울 골목 같은 현실 풍경을 담습니다. 전통 재료에 서양화 재료를 얹어 이국적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겁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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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한지(우리 전통 종이)와 먹, 붓 같은 전통 재료와 기법으로 그리는 우리나라 그림입니다. 흔히 산과 물을 그린 산수화를 떠올리지만, 조은처럼 수영장과 도시 골목을 그려도 재료와 정신이 전통에 뿌리를 두면 한국화입니다. 틀이 아니라 재료와 미감이 기준인 셈입니다.
원화
작가가 직접 그린 진짜 원본 그림입니다. 인쇄물이나 화면으로 보는 복제 이미지와 구분되는 말이죠. 미디어아트 전시가 화면에 띄운 영상을 보여준다면, 원화 전시는 작가의 붓질과 종이 질감을 눈앞에서 보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같은 그림이라도 원화 전시의 무게가 다릅니다.
아트페어
여러 갤러리가 한자리에 모여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미술 장터입니다. 🎒 백화점 식품관에 여러 맛집이 입점하듯, 갤러리들이 부스를 차리고 컬렉터들이 장을 보러 옵니다. 여기 단골로 초청된다는 건 '시장에서 팔리는 작가'로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기사에 나온 키아프(Kiaf)는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 대표 아트페어입니다.
A31문화
30년간 200권 … 한길그레이트북스의 뚝심
한 줄로 말하면
두껍고 어려운 고전만 30년간 200권. 누적 100만권이 팔린 한길그레이트북스가 200번째 책으로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를 내놨습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연합뉴스
무슨 일이 있었나
1996년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으로 시작한 출판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동서고금의 고전 명저를 번역·해설해 소개해온 한길그레이트북스입니다. 30년간 200권이니, 대략 두 달에 한 권꼴로 쉬지 않고 낸 셈입니다. 이 시리즈는 학술과 교양을 오가면서도 읽기가 만만치 않은 벽돌책*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도 투입된 번역자만 127명, 누적 판매는 100만권에 이릅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4일 서울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길그레이트북스는 천천히 만들어지고, 느리게 읽히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에게 변함없이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책들입니다. 이제 200권이 됐고, 300권이 될 텐데, 더 내야 할 책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는 30년 존속의 비결을 "출판사뿐 아니라 번역자와 위대한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 출판사의 역량이라기보다는 우리 국가사회의 역량"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어떤 책이 제일 많이 팔렸을까요? 1위는 81번째로 나온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2위는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열대', 3위는 역시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입니다.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대가 에릭 홉스봄의 '시대 3부작'이 4위,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가 10위였습니다.
기념비적인 200번째 책의 주제는 시의적입니다. 자본주의가 생태계를 파괴해온 과정을 비판적으로 살핀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 인간의 활동이 지구를 바꿔놓은 시대, 즉 인류세*를 다룬 책입니다.
간담회에서는 AI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질문마저 AI에 맡기는 요즘 세태가, 고전을 곱씹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인류에게서 빼앗을 거라는 걱정입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번역한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말이 뼈아픕니다.
"답할 수 없는 질문을 견디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인문학이다. AI 시대에 사유의 외주화*는 결국 질문의 외주화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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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책
벽돌처럼 두껍고 무거운 책을 부르는 말입니다. 분량도 많고 내용도 어려워서 읽는 데 시간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 인스턴트 음식이 아니라 오래 고아야 하는 곰탕 같은 책이죠. 빨리 소비되는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벽돌책이 100만권 팔렸다는 것 자체가 이 기사의 반전입니다.
인류세
'인류의 시대'라는 뜻의 지질학 용어입니다. 공룡 시대, 빙하기처럼 지구의 역사를 시대로 나누는데, 이제는 인간의 활동(산업, 오염, 개발)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 된 시대라는 의미로 씁니다. 200번째 책은 그 파괴의 원인으로 자본주의를 지목하고 따져 묻는 책입니다.
사유의 외주화
외주화란 회사가 일을 직접 하지 않고 바깥 업체에 맡기는 것입니다. '사유의 외주화'는 생각하는 일 자체를 AI에게 맡겨버리는 것을 꼬집는 말입니다. 답을 AI에게 맡기다 보면 결국 질문하는 능력까지 잃게 된다는 것이 김선욱 교수의 경고입니다. 답이 없는 질문을 붙들고 버티는 힘, 그게 인문학이라는 겁니다.
A31문화
AI 활용 음악도 저작권료 받는 길 열렸다
한 줄로 말하면
AI로 만든 음악도 사람이 창작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국내 첫 명문화된 기준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4일, AI를 활용한 음악저작물의 새 신고·등록 기준을 시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8일 제7차 이사회에서 규정과 약관 개정안을 의결했고, 이달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AI 활용 음악의 등록·관리 기준을 명문화한 국내 첫 사례입니다.
이게 왜 큰 변화일까요? 지금까지 음저협은 AI를 활용한 음악의 저작권* 등록을 원천 차단해왔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미 AI 작곡, AI 편곡, AI 가창이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문을 계속 걸어 잠그면, AI를 도구로만 쓴 인간 창작자의 권리까지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차단'에서 '관리'로 방향을 튼 겁니다.
핵심 기준은 하나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창작에 참여했느냐. AI를 썼더라도 작사·작곡·편곡 과정에 사람이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면 등록할 수 있습니다. AI 보컬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등록이 막히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AI가 전부 만들어낸 100% AI 음악은 등록 대상에서 빠집니다. 🎒 요리사가 밀키트를 활용해 요리하면 요리사의 요리지만, 완제품 도시락을 사서 접시에 옮겨 담기만 하면 요리가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창작자는 등록 신청 때 AI를 쓴 영역과 도구, 활용 방식, 자신이 직접 한 창작 내용을 신고하고 사실임을 확인·보증해야 합니다. 음저협이 모든 작품을 사전에 기술 검증하거나 심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증빙 자료를 요구하거나 기술적 확인과 내부 심의를 할 수 있습니다. 심의 대상자에게는 사유를 알리고 30일의 소명 기간을 줍니다. 이때 DAW* 프로젝트 파일, MIDI·악보, 버전별 음원, 창작 메모, 프롬프트와 생성 기록 등을 증거로 낼 수 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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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그 작품에 대해 갖는 법적 권리입니다. 남이 내 노래를 방송, 스트리밍, 노래방 등에서 쓰면 그 대가로 저작권료를 받습니다. 음저협은 창작자들을 대신해 이 저작권료를 걷어서 나눠주는 단체입니다. 그래서 음저협에 '등록'이 되느냐가 곧 '돈을 받을 수 있느냐'로 직결됩니다.
프롬프트
AI에게 입력하는 명령문·요청문입니다. "슬픈 발라드 만들어줘"라고 치는 문장이 프롬프트입니다. 이번 기준의 경계선이 바로 여기입니다. 프롬프트만 치고 끝났다면 등록 불가, 그 결과물을 사람이 다듬고 고치고 창작을 보탰다면 등록 가능입니다.
DAW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의 약자로, 컴퓨터에서 음악을 만드는 제작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작업 파일에는 누가 언제 어떤 트랙을 만지고 고쳤는지가 고스란히 남습니다. 그래서 "정말 사람이 만들었나?"를 따질 때 🎒 요리 과정을 찍은 주방 CCTV처럼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오늘 밤 방송 예고 두 건. MBN에서는 '무명전설' 톱7이 가족 32명과 노래 대결을 펼치고, 매일경제TV에서는 미국 코인 규제 법안의 좌초 위기를 분석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먼저 MBN '전설의 사내'(5일 오후 9시 40분). '무명전설' 톱7과 가족 군단 32명이 모여 팀별 노래 대결 '가족 청백전'을 벌입니다. 우승 특전으로 제주도 집을 계약하고 선상 크루즈 팬미팅까지 마친 성리의 화려한 근황이 공개되고, 이창민을 응원하러 조권이 깜짝 등장합니다. 장한별은 가수가 꿈이었던 어머니와 감동의 듀엣 무대를 선보이고, 이루네는 12번째 막내누나와 남매 호흡을 자랑합니다. 소유미가 "(황윤성이) 동료 가수 중에 제일 착하고 잘생겼다"고 말하면서 황윤성의 아버지와 소유미의 오빠 사이에 즉석 상견례 분위기까지 만들어집니다. 긴 머리를 자르고 꽃미남으로 변신한 이우중은 아버지 나당진과 함께 마커스강·우연이 모자를 상대로 노래 설욕전에 나섭니다.
다음은 매일경제TV '월가월부'(5일 오후 10시 30분)의 디지털 자산 코너 '코인이 머니'. 주제가 묵직합니다. 미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규제 틀을 새로 짜는 '클래리티 법안'이 8월 통과 무산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입니다.
이 법안이 뭐길래 코인 시장이 주목할까요? 미국에는 코인을 감독하겠다는 기관이 둘 있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입니다. 클래리티 법안은 두 기관의 관할권, 그러니까 '어느 코인은 누가 감독하는지'를 명확히 나누는 법입니다. 지난해 하원에서는 초당적으로, 즉 여야 구분 없이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상원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시장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입니다. 규제가 명확해지기를 기다렸는데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돌아간 겁니다. 이번 회기에 처리되지 못하면 논의는 9월 이후로 넘어가고, 올해 안 입법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방송은 이 법안의 향방과 코인 시장에 미칠 파장을 심층 분석합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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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권
어떤 기관이 무엇을 감독하고 규제할 권한이 있는지의 범위입니다. 🎒 학교에서 급식은 영양 선생님, 생활지도는 담임 선생님이 맡듯, 정부 기관도 담당 구역이 나뉩니다. 미국에서는 코인이 '증권'이면 SEC, '상품'이면 CFTC 담당인데 그 경계가 애매해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어왔습니다. 이 경계선을 법으로 긋자는 게 클래리티 법안입니다.
초당적
당을 뛰어넘는다는 뜻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편 가르지 않고 함께 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원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됐다는 건 양쪽 모두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뜻인데, 그런 법안조차 상원에서 멈춰 있다는 게 이 뉴스의 아이러니입니다.
교착 상태
서로 물러서지 않아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 좁은 골목에서 마주 선 두 차가 둘 다 후진을 거부하는 상황과 같습니다. 법안이 교착에 빠지면 통과도 폐기도 아닌 채 시간만 흐르고, 그 불확실성의 비용은 시장이 치릅니다.
A33스포츠
[포토] 제31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시상식 · [GS칼텍스배 프로기전] 23년 만에
한 줄로 말하면
신민준 9단이 GS칼텍스배에서 두 번째 우승으로 상금 7000만원을 받았고, 준우승자 박정환 9단은 '조훈현의 23년 기록'을 넘어선 대기록의 주인공으로 조명받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4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제31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우승자는 신민준 9단. 2024년 제29기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정상에 오르며 우승상금 700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전통 깊은 대회에서 다시 우승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위기를 딛고 반집* 승을 거둔 1국과 우승을 확정한 3국이 기억에 남는다."
준우승자 박정환 9단은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우승을 향해 계속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관전기 지면에는 이 박정환에 얽힌 흥미로운 기록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시간을 1989년으로 돌려봅니다. 조훈현이 응씨배 결승에서 중국 1인자 녜웨이핑을 3대2로 꺾고 상금 40만달러와 함께 키만큼 큰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 1위,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바둑황제'라는 명예를 얻은 순간입니다. 그때 36세였죠. 그리고 2003년, 50줄에 들어선 조훈현은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젊은 중국 1위 왕레이를 2대0으로 꺾고 아홉 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했습니다. 첫 세계 우승과 마지막 세계 우승 사이가 14년. 이 '가장 긴 우승 수명' 기록이 23년간 1등이었습니다.
그 기록이 이제 2위로 내려갔습니다. 누구 때문일까요? 바로 박정환입니다. 그는 올해 2월 신한은행 세계기선전에서 우승했는데, 첫 우승부터 이 여섯 번째 우승까지 걸린 시간이 15년. 조훈현의 14년을 넘어선 겁니다. GS칼텍스배에서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가장 오래 정상급을 유지한 기사'가 된 셈입니다. 준우승 소감에서 "계속 도전하겠다"던 말이 달리 들리는 이유입니다.
관전기의 바둑 내용도 짚어보면, 승자 4강에서 김승진 7단이 박정환 9단을 상대했습니다. 흑이 15로 끊자 백은 어느 한쪽 돌을 버려야 하는 갈림길. 김승진은 아래 여섯 점을 버리는 길을 택했습니다. 흑은 집을 더 챙겼고, 백은 세력*을 얻었습니다. 인공지능 카타고(바둑 AI 프로그램)는 다른 수순도 괜찮다고 알려줬다는 해설이 붙었습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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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전
바둑 대회를 부르는 말입니다. 보통 기업이나 신문사가 후원하며, GS칼텍스배처럼 후원사 이름이 붙습니다. 31기라는 건 이 대회가 31번째 열렸다는 뜻으로, 그만큼 전통 있는 대회라는 의미입니다.
반집
바둑에서 가장 작은 점수 차이입니다. 바둑은 서로 확보한 '집(영역)'의 수로 승부를 가리는데, 무승부를 없애기 위한 규칙 때문에 반집 차이가 생깁니다. 🎒 마라톤을 42km 달려서 0.01초 차이로 이긴 것과 같습니다. 신민준이 "위기를 딛고 반집 승을 거둔 1국"을 꼽은 건, 그만큼 아슬아슬한 명승부였다는 뜻입니다.
세력
바둑에서 당장의 확정된 집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싸움에서 힘을 발휘할 돌들의 영향력을 말합니다. 이번 대국처럼 '흑은 집, 백은 세력'을 나눠 가지는 장면이 바둑에서는 자주 나옵니다. 🎒 지금 현금을 챙기느냐(집),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느냐(세력)의 선택과 비슷합니다.
A33문화
HSAD 직원 AI작품 … 미국·프랑스 영화제 석권
한 줄로 말하면
HSAD의 박찬수 감독이 만든 AI 단편영화 '이븐'이 미국과 프랑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AI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HSAD는 4일, 박찬수 AI디렉터스팀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가 연출한 AI 단편영화 '이븐(EVEN)'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무비&뮤직비디오 어워즈와 프랑스 월드 필름 페스티벌 인 칸에서 최우수 AI 영화상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영화제를 동시에 석권한 겁니다.
처음이 아닙니다. 박 CD는 지난 5월에도 자신이 연출한 AI 단편영화 '더 메신저'로 글로벌 영화제 5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이번 수상은 그에 이은 연타석 성과입니다. AI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실험을 넘어, 국제 영화제에서 반복해서 상을 받는 단계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식입니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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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디렉터
광고나 콘텐츠 제작에서 창작의 방향을 총괄하는 책임자입니다. 줄여서 CD라고 부릅니다. 🎒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아이디어부터 최종 결과물까지 전체 그림을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이제는 AI라는 새 악기까지 지휘하는 시대가 된 셈입니다.
석권
자리를 휩쓸듯 차지한다는 뜻의 말입니다. 원래 '자리를 만다'는 한자에서 온 표현으로, 여러 대회나 상을 연달아 모조리 차지할 때 씁니다. 이 기사에서는 미국과 프랑스 영화제의 AI 영화상을 한꺼번에 가져갔다는 의미로 쓰였습니다.